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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명절은 피곤하네요

아쉬워 조회수 : 1,275
작성일 : 2009-10-03 19:35:15
추석을 맞아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는 글들; 상차림으로 녹초가 되었다, 시댁과 부딪혔던 얘기들이 많이 올라오네요.
귀성길혼잡, 빡빡한 일정..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날이어야 할 텐데..

저는 이스라엘에 1년간 머물렀는데요. '하누카'라는 최대명절날에 이스라엘 남자친구집에 놀러갔어요.
맛있는 음식 3가지 정도 차린상에 가족이 둘러모여서 촛불을 켜고 하누카 명절노래를 다같이 부르고
즐거운 기분이었어요.
저의 단편적인 외국경험이지만, 그에 비하니 우리나라 명절은 전쟁이네요.

새삼 우리나라는 참 살기에 치열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들도 근면했었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두었지만,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것. 조금 덜 쓰고 덜 차려입어도 될 텐데 남들보기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허세..
삶의 기준을 저 높은 곳에 두고, 더 중요한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듯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후시간표가 짜이고 입시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 후엔 취업전쟁, 취업하고 나서는
언제 잘릴 지 몰라 또 불안하고..

드라마에는 재벌과 능력있는 남녀주인공들이 넘쳐나죠. 다들 짝퉁명품백이라도 들고 빼입고 다니고..최신모델의 핸드폰,
전자기기를 경쟁적으로 갖추고..
제 사촌오빠와 새언니는 미국이민가서 사는데, 애들 학부모회에 티셔츠 걸치고가도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홀가분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한국만 오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남들 보기에 빈티나게 입고 다니지 말라'고 성화래요.

제가 만난 인도, 필리핀, 남미 친구들도 우리나라보다 조금 못 살아도 낙천적이고 쾌활하던데..
제 요지는 간소하고 소박하게..그리고 삶의 여유가 아쉽다는 거에요. 외국인들이 한국 공항에 내리면서 볼 때 한국사람들 표정이 경직되어 있다고 하잖아요. 뭔가 급한 듯한 걸음걸이에 빨리빨리..쫓기는 듯한 삶이요.

IP : 61.101.xxx.3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10.3 7:58 PM (121.139.xxx.220)

    절대 동감요.

    오랜기간 외국생활 하다 귀국해서 그동안 어떻게 명절도 적당히 융통성 있게 지나다가,
    이번 추석에 귀성 전쟁 이라는 걸 정말 오랜만에 겪어 봤는데요..

    정말 그 생각 하나밖에 안떠오르더군요.

    다들 미치지 않고서야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맹박이 같은 인간들.. 수도이전 극구 반대했던 쓰레기들.. 이 고속도로에 티코 태워서
    서울서 부산까지 내려가게 하고 싶더군요.

    정말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이 많은 숫자들이 한날 한시에 움직인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고,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듯이 다들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것도 우습기 짝이 없고.

    한국엔 여유도 조그만 행복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경쟁경쟁경쟁. 획일획일획일.
    남들 하면 다 해야 하고 남들 눈에 어찌 보일지 걱정해야 하고.

    뭐.. 정치하는 놈들, 대기업같은 극소수의 부자놈들이 자기들 착취하고 못살게 굴고
    즐기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고, 아둥바둥 죽어라 일벌레처럼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주말도 변변히 없게 일들하고 명절이랍시고 그 잘난 풍습(???)에 얽매여
    또 너도나도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모습들 보니 참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나도 한국인이고 한국 사랑하긴 하지만,
    정말 어제 오늘 겪어 보고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미친것 같아요.

    시집 어쩌고 친정 어쩌고 며늘 어쩌고 증후군 어쩌고.
    이 모든것들조차 한숨만 나올뿐이네요.
    이 놈의 나라가 가면갈수록 더 심해지는 경쟁속, 획일화 속에서
    어찌 이 지경까지 돼 가는건지 진짜 이해 불가입니다.

  • 2. 새댁
    '09.10.3 7:58 PM (115.137.xxx.92)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결혼하고 나니까 정말 남들에게 뒤쳐지지않기위해 돈나가는것도 너무 많고 그걸 무시하고 살기엔 너무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있어서 사회생활하기 어려운것같구요. 저도 고생고생해서 공부해서 지금껏 살아왔지만 제 자식들이 또 저랑 같은 길을 걷고 그렇게 해봐야 결국 대한민국 평균치 인생 살아내는거란 생각을 하면 씁쓸한기분이 들어요.

  • 3. .
    '09.10.3 8:21 PM (121.175.xxx.203)

    저도 공감...
    우리나라 아끼고 사랑하지만 예술분야와 여유, 삶의 질 부분에선 진짜 후진국 같아요.

  • 4. 나부터라도
    '09.10.3 8:44 PM (211.187.xxx.71)

    맞아요.
    체면과 겉치레, 형식, 절차에 얽매여서
    한세상 다 보내는 것 같아요.

    저는,
    저부터라도 고쳐보려고, 아이들 세대에 부담 덜 주려고
    장례며, 차례며...겉치레 완벽타파와
    간소함의 미덕을 세뇌시키는 중이에요.
    절차에 얽매여서 가족 간에 의상하는 일 없도록 하라구요.

    또, 형식이나 겉치레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며
    노후에도 죽는 순간까지 아이들에게, 아이들 세대에
    조금이나마 폐 끼치지 않고 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뭐 하나라도 덕되게는 못할 망정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부담 주고 싶지 않네요.

    온갖 부질없는 스트레스 다 주면서
    자식 귀한 척하는 것 다 헛말인 것 같아요.

  • 5.
    '09.10.4 1:21 AM (71.188.xxx.62)

    원글님은 미혼일때 남자친구집 방문해서 좋게 생각되지 결혼후 현실은 유대인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남자쪽 위주의 가족모임 많고 가부장문화가 많아요.
    유대인들 교육,가족모임,전통 중시하는거 보면 고루한 옛날 노인네들 연상되죠.
    아직 현실에 헤딩 안하시듯.

  • 6.
    '09.10.4 5:58 AM (121.101.xxx.44)

    명절만 됐다하면 전국민이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대규모로
    그넘의 '민족대이동' 한다는 뉴스를 보면
    좀 어이가 없죠.
    대체 지금이 몇세기인가...

    아직도 농경사회에서 못벗어난 과도기중인 것 같아요.
    명절의 의미야 좋지만 현대사회에선 좀 안맞는것도 많지않은가요
    그 많은 비용의 발생...이동하며 낭비되는 시간, 유류비지출..
    여자들은 아직도 명절일을 거의 전담하며 수많은 음식을 만들고
    부엌데기처럼 미친듯 일하며 유교관습을 지켜야하고...
    돈도 무지하게 깨지고..
    여자나 남자나 명절... 누가 반가와하나요.?
    반갑지는 않지만 어쩔수없이 하는거잖아요...


    명절 좀 축소하거나 형식을 바꿨으면 좋겠네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현대에 맞지않는 형식으로
    계속 지속될런지.....

  • 7. *
    '09.10.4 1:52 PM (96.49.xxx.112)

    저도 완전 공감이네요,
    작년에 한국 들어갔더니 다들 옷 사주더라고요, 제대로 입으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벗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낡긴 했지만 가장 편한 청바지와 티셔츠 입죠.
    여기서도 그렇게 입고 다니고요.

    여기 명절은 누가 누구네로 가던지 상관 안 합니다.
    요리는 집주인이 해요. 시부모님 댁으로 며느리가 가도 시부모님이 합니다.
    나름 안정적으로 잘 사는 친구네 집 가도 테레비 오래된 거 뚱뚱한 거 쓰고요,
    가구도 오래된 거 추억이 있다고 더 좋아하고요,
    집 평수며, 차가 뭔지, 어떤 백을 들고 다니는지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여기서 한국인 친구들이 있거나 한국을 좀 아는 사람들은 한국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이 많다, 음식이 맛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심하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식으로요.
    언제쯤 우리는 여유라는 걸 느끼며 살 수 있을까요?

    몇 년 후면 한국 가는데 솔직히 겁이 좀 납니다.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하고요.

  • 8. 유대인여자들
    '09.10.4 8:36 PM (119.70.xxx.133)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르시고하는 말씀입니다.
    그일 다하고 성경구절도 외워야하고....
    유대남자들 가사일 절대로 안도와주고요,애들은 많이 낳아서
    유모도없이 다 돌보고. 원글님 미스라서 그냥 놀러가신거잖아요.
    진짜 현실에 헤딩하시면 차라리 우리나라가 조금 편하실걸요.
    캐나다에서 유대인사는것 보고 너무 놀랬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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