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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로 인연이 끊긴 친구가 가끔 생각나고 그리워요.

옹졸했어. 조회수 : 1,862
작성일 : 2009-09-30 03:42:01
매우 친하게 지내다가 사이가 틀어진 친구가 있어요.
그 이유는-
마x클럽 같은 게시판에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친구의 블로그에서 읽었고, 제가 그 글에 강력하게 비난을 한 데서 비롯되었어요.

친구는.. 결혼을 참 잘한 케이스에요.
시댁 잘 살고, 시부모님으로 인한 스트레스 없고, 남편은 친구에게 지극정성이고.
아이 낳고는 친정 근처로 바로 이사(친구 편의를 위해)하고.
제 주위에서 제일 결혼을 잘한 케이스에요.
거의 준재벌급이기도 하고^ ^

반면에 전 좀 힘든 결혼을 한 케이스고요.
시댁이 못 살고, 시부모님이 좀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고, 남편은 제게 잘해주기는 하나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내 집 마련조차 엄두도 못내는..
(한 때 집이 있었으나 시댁이 어려워져서 집 팔고 시댁에 도움 주고 전세 살고 있죠..- -)
뭐 그런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그 때까지는 제게 큰 자격지심이 없어서,
좁디 좁은 10평 집에도 친구들을 불렀었고,
(창피한 줄도 몰랐어요. 그냥 그게 제 현실이었으니까요.)
직장에 다니지 않아 한가했던 그 친구는 자주 저희 집에 놀러 왔었고,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자주 얘기를 나누던-그런 사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 블로그에서 생각지도 못한 글이 올라왔어요.
(서로 거의 매일 같이 서로의 블로그에 들어가 댓글 달고 방명록에 적고 하는.. 사이였어요)
대한민국 여자여서 힘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댁 욕과 남편 욕을 인터넷 게시판에 쓰는 여자들 마음을 모르겠다는 글이었죠.

당면한 문제는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를 해야 풀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
왜 게시판에 글을 적고 위안을 얻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는 자기 딸을 위해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겠다... 이런 얘기였어요.

딱 제 얘기였죠.
시댁 때문에, 남편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힘든데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직접 개선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고
친구들에게 전화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그 불만을 풀어가려던....

그래서 바로 글을 남겼었어요.
그건 네가 시부모님한테 시달린 적이 없어서 그런 거다.
네가 마음으로는 도울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는 남편을 두지 않아 그러는 거다.
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없어서 그러는 거다.
사람들 마음 한 자락 풀어놓는 건 그 사람들 마음이 아니냐.
그걸 무슨 자존감이라고는 없고 자존심도 없는, 무능력한 사람들처럼 얘기하는 건 아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우리 제일 싫어하지 않았냐.
배울 만큼 배운 네가 그러면 안 된다....... 이런 글을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둘 다 어렸구나 싶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 친구는 이제 저와의 인연을 끊었다는 것.
하지만 전 지나간 사진들을 보고 그 친구 메일들을 읽으면서 그렇게 잃었다는 게 슬퍼요.

몇 번 문자도 남기고(전화는 안 받더군요)
방명록에 글도 남기고 해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어서,
그냥 끊긴 인연이다... 마음 접고 있기는 한데,
그 때의 여유 없음이, 제 옹졸함이 참.... 후회됩니다.

그 친구 입장에서야 갑갑하고 답답해서 적은 글일 텐데
발끈해서 그 친구 생각을 강렬하게 비난했던 사실이요.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렇게 친구를 잃었다는 게-새삼 후회가 되네요.

이렇게 할 일은 많고 잠은 안 오는 밤에,
마음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싶어서요.
IP : 211.208.xxx.19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떤
    '09.9.30 4:10 AM (87.1.xxx.99)

    상황이신지 이해가 가네요.
    저도 많이 공감해요...

    82쿡, 여기 자게에 보면 친구 관련 글이 정말 많이 올라오잖아요.
    어려서부터, 학창시절부터 친구 얘기도 있고 회사 다닐 때, 혹은 아이 친구들 엄마 얘기도 있고... 그런데 보면 항상 그쪽이 왜 그랬을까, 나는 참 억울하고 기분 나쁜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글이 많잖아요.

    그런 글 보면, 원글님들이 잘못하신거 없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쌍방 잘못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원글님 잘못은 없고, 상대가 잘못했고, 이 입장에선 속상한게 당연하고...

    그럼 댓글들 보면 그런 사람이랑 뭘 사귀냐, 앞으로 속 상할 일 뻔히 보인다, 인연 끊어라, 서서히 멀어져라... 이런 내용이 줄줄이 달리잖아요.

    꼭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 리플 보면, 참... 그러다 보면 결국 끝에는 친구 하나 없이 가족 밖에 안 남고, 그 가족도 내가 아니고 결국은 남인데 점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음 아웅다웅하다 멀어지고... 끝에는 혼자 밖에 안 남겠다는 생각 많이 들어요.

    물론, 사람 성격이 바뀌기 어려운 거 맞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해서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100%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도 100% 만족 못 하는게 사람인데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100% 알지 못하는게 사람이고요.
    지금은 나의 마음을 속상하게 해도 살다보면 또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게 있을 수도 있고, 점점 맞춰가게 될 수도 있고, 그런건데... 속상해도 그냥 너는 그러려니... 생각하고 두면, 세월 지나면서 더 깊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건데...

    아직 산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 말 저 말 하고 가네요.

  • 2. 원글
    '09.9.30 4:47 AM (211.208.xxx.193)

    예. 저 역시 (어떤 님 글에) 공감해요^ ^
    나이 먹을수록 어줍잖은 완벽주의(?)가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가두는 것 같다는 생각 많이해요.
    그 잣대를 남에게까지 적용했으니.. 할 말 다한 거죠.

    그 일 겪고, 또 다른 친구가 이번에는 제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줘서-
    주위에서 다들 인연을 끊으라고, 친구도 아니라며 매도할 때-
    저 역시 이건 인연을 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실행하려 했는데,
    그 친구 쪽에서 저와의 인연을 안 놓으려고 애쓰더라구요.
    그래서 아직껏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때 끝까지 붙들고 있어준 그 친구가 고맙더라구요.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같아요^ ^

  • 3. ~~~
    '09.9.30 5:12 AM (211.59.xxx.8)

    그친구와의 인연이 거기까지 였던거죠...
    저역시..고등학교때 베프를 한순간에 잃었답니다...
    가끔씩 생각나는데...
    살다보니...걔랑 인연이 거기까지였구나...싶어서 연락안해요...

  • 4. 인간관계도 그저
    '09.9.30 7:28 AM (119.64.xxx.78)

    흘러가는 것 같아요.
    정해진 인연이 다할 때까지...
    너무 애달파하지 마세요.
    어차피 끝날 사람하고는 그 일이 아니었어도 끝났을거에요.
    그리고, 제가 보기엔 친구분이 잘못하신 것 같은데요.
    공개적인 글로 그렇게 비난하는건 아니죠.
    직접 충고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 5. ^^
    '09.9.30 8:18 AM (202.136.xxx.66)

    전화도 안받고 메일에도 묵묵부답이라니
    친구가 백번 잘못했네요.
    님이 그동안 먼저 손 많이 내밀었으니 할만큼 하셨네요.
    이젠 그러지 마세요.
    친구가 먼저 찾는다면 모를까...

  • 6. 친구입장에선
    '09.9.30 8:27 AM (116.37.xxx.68)

    매일 힘들다고 징징거리던 친구.....안만나게 되서 맘편한건지도 몰라요. 다시 연결되고
    싶지 않은..그리웠다면 전화를 받았겠죠. 인연이 거기까지라 생각하시고 맘 접으세요.
    저두 결혼하고 나니 친구관계가 거의 정리되었는데..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친구들 많아요.
    사이가 틀어졌더래도 만나고 싶은 친구는 연락을 시도하게 되죠.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
    옛날에 좋았던 기억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구요. 현실에서 자꾸 부딪히게 되니....ㅡ.ㅡ

  • 7. g
    '09.9.30 8:45 AM (210.122.xxx.243)

    친구사이에 배려해 주지 못해 마음 상하는 일은 없어서 좋은데
    가끔 생각나네요.
    가을이라서 그런가...
    어차피 다시 만난다 해도 또 마음 상하실 일이 생길거에요.
    그럼 그땐 또다시 소원해질까봐 더더욱 의견제시를 할 수가 없겠지요.
    새로운, 더 잘맞는 사회 친구를 만나실 수 있기를 바래요.
    저도 이 참에 마음좀 다져봅니다.

  • 8. 쑤와껀
    '09.9.30 8:56 AM (112.161.xxx.9)

    날씨가 살살 추워지고 가을 타시느나봐여
    누구나 그러 친구는 있을듯해여
    위에분처럼 그친구분과 인연은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세여
    앞으로도 더 좋은 친구분 만나실거에여
    힘내시고 추석 잘보내세여

  • 9. 흠흠..
    '09.9.30 8:57 AM (210.94.xxx.89)

    님은 할만큼 하셨다고 생각되네요. 그 이후로 몇차례 손을 내미셨쟎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 뒤에 답이 없는건 친구분이구요. 인연이 거기까지였다.라고 털어버리셔요......

  • 10. ....
    '09.9.30 10:00 AM (121.161.xxx.217)

    저도 첫댓글님 같은 생각 할 때가 많아요.
    여기서 보면 특히 사소한 문제들로 친구들과 서운해 해서 글 올리는데
    인연이 거기까지니까 끊으라니..하는 답글들 보면
    사람 한 명 내 편으로 만들기가 얼마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인데
    그 귀한 인연을 자기일 아니라고 함부로 조언을 하는가 싶어
    좀 놀랄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맘 맞는 친구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요..
    오해가 생겼을 땐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왕 멀어진 친구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비싼 인생경험 했다 치고 다음부터라도 조심을 해야지요.

  • 11. 원글
    '09.9.30 10:16 AM (211.208.xxx.193)

    댓글들 감사합니다.
    워낙 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인지라
    (대학시절부터 대학원까지.. 6년을 매일 같이 함께 했던 친구라^ ^;;)
    잃은 자리도 크게 느껴지고, 또 자꾸 생각나고 그런가봐요.

    워낙 취향이, 특히 책 관련 취향이 비슷해서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서 같이 공감해줄 사람이 없을 때 부쩍 생각나곤 해요.
    하지만 알고는 있답니다. 이미 떠난 사람인 거.
    그리고 인연은 쉽게 맺을 것도 아니지만 쉽게 끊을 것도 아니구나... 반성도 하구요.
    욱 하는 성질도 버려야겠다 싶고.. ㅎㅎ

    댓글들 감사하구요.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래요 :)

  • 12.
    '09.9.30 11:49 AM (125.188.xxx.27)

    그쵸..
    저도 철없던 시절..지금보면..사소한거 가지고
    토라져서..연락이 끊긴..
    지금처럼..인터넷이니..휴대전화니..전혀 전무하더던 시절
    친구가 그리워요..벌써..한 30년 되었나..

  • 13.
    '09.9.30 12:34 PM (61.255.xxx.116)

    인연은 거기까지..다시 만날 인연이라면 다시 이어지겠죠 ?뭐 어느날 그친구가갑자기 연락해온다던지. 학창시절 좋은 친구도 성인이 되어서 죽이어지기가 쉽지않아요.
    친구를 사귀려면 그사람의 좋은면만 보라는 말이 있어요. .이말의 속뜻을이해하기까지
    저도 시간이 많이 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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