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야기에요.
성격도 좋고, 긍적적이고..말 한마디로 저를 웃게 만드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요.
근데 사람인지라 가끔 저를 서운하게 하는데..특히 먹는 거 같고 좀 그래요.
제가 살찌는 거에 민감해서 밥을 잘 안 챙겨먹거든요. 버릇이에요..
저녁이라고 이름지어서 밥을 안먹은지가 언제인지..대학때 기숙사에 살다보니 그냥 생식 타 먹었고
직장생활 하면서도 혼자 살아서 그때그때 선식, 생식, 칼로리바란스 등등 먹고 스포츠 센터 가고 그랬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남편 저녁을 챙기다보니 조금이라도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살이 찌는 거 같고, 남편 야근이 잦아지면서 다시 두부를 먹거나 바나나 갈아먹거나 이러고 있어요.
우리 신랑도 제가 이러는거 잘 알지요.
연애할때도 제가 0.5인분 먹고 남편이 1.5 인분 먹는게 당연했어요.
커피를 마셔도 저희는 하나만 사요. 저는 한 두모금만 마시고 나머지는 남편이 마셔요.
문제는 이게 오랜시간 지속되어서 인지 남편이 뭘 먹을때 저한테 먹어보라든지, 먹자라든지 그런 말을 안해요.
오늘 고기를 구워먹자고 해서 고기를 굽는데 제가 고기를 먼저 한판 다 구워서 잘라주고 다음판을 굽고 있었어요.
너무 먹고 싶은 것도 아니였지만 그래도 안먹을 생각도 없었는데 남편이 저한테 한점 먹어보란 말도 없이 한접시를 다 먹더라구요. 그때부터 괜시리 화가 났어요.
쌈을 열심히 싸길래 나 주려고 저러나 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먹고, 또 열심히 싸더니 또 자기가 먹고.
전 별로 고기 안좋아해요. 그치만 넘 섭섭하더라구요.
냉면이 한개 남아서 고기 먹고 입 텁텁할테니 냉면 해주려고 육수 녹이고 있었는데 전 그거 같이 먹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냉면 만드는 동안도 여전히 남편은 고기 먹는 중.
안먹냐고 한번 묻길래 그냥 고개 저으면서 냉면 먹을래. 그랬어요.(먹을 맘이 싹 사라지더라구요.)
냉면 갖고 와서 몇 젓가락 먹다가 남편보고 먹으라니 "너 먹어" 그러길래 "나 먹고 있으니까 자기도 먹어" 그러면서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하는데 슬쩍 냉면 그릇을 가져가더니 그릇들고 국물까지 다 먹어버리대요.
배 안고팠지만 괜히 짜증이 나더라구요.
맨날 아이스크림도 혼자 가져다 먹고. 제가 안먹는다고 말하는게 버릇이 되어서 그런거니 제 잘못이기도 하지만
좀 너무한 거 같아요.
예전에 만나던 남자가 저보고 "너는 왜 내가 밥을 먹고 다니는지 한번도 안 물어보냐"면서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밥은 먹고 다니나 그런게 궁금한 거라고 화를 냈었어요.
그때 왜 저렇게 먹는거 가지고 예민하게 구나 싶었는데 제가 결혼해서 맨날 남편보고 점심 먹었냐, 저녁 먹었냐 물어보는데 남편은 안그러니 그 서운한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낼 남편 없을때 혼자 맛있는거 엄청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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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밥 먹었는지 챙기는 거라던데...
섭섭 조회수 : 737
작성일 : 2009-09-23 19:54:47
IP : 210.113.xxx.20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9.23 8:01 PM (114.207.xxx.181)아까 어느분 글에도 댓글을 썼지만
'음식끝에 정난다' 가 단순한 책 제목만이 아닙니다.
사람 사이에 음식이란게 참 미묘한거에요.
음식 한 입에 情도 붙고 떨어지고,
먹는거 챙겨주는데에 사랑도 가고 오는 겁니다.2. 님
'09.9.23 8:33 PM (220.70.xxx.185)글을보니 늘 안먹는게 습관이다보니 이제는 남편분도 권하지 않는것 같군요^^
먹으라해봤자 안먹는다고할게 뻔한데 사실... 먹는것도 같이 먹는게 즐겁지 옆에서 안 먹는다하면 기분 별루죠??? 만약에 또 그게 먹고싶다면 나도 한쌈 줘바라 그렇게 말하시면 안될까요?
그말하기가 그리 어려운감요? 섭섭한거 조금 이해는가지만 글케 해 보시면 뭐 서운할것도 없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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