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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혼해야 할까... 조회수 : 1,725
작성일 : 2009-09-17 00:40:38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냥 뛰어내릴 것 같습니다.
제 발목을 붙들고 있는 건 아직 어린 제 아이...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활화산같은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고 12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남편은 2가지를 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술먹고 집에 안오기
집에 들어오면 더없이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는 또 술먹고 집에 안와요. 들어온 다음에는 늘 미안해하고
사랑한다고 해요.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필름이 끊겨서에요.
한데서 자거나 아니면 술집에서 그냥 자요. 다음날 아침까지..
단골술집도 몇군데 있구요.
여자가 있거나 살림을 차린 건 아니에요.
(이건 제가 모두 확인한 거에요.)

최고의 대학, 최고의 과를 졸업하고 자기 사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12년 동안 저에게 돈을 갖다 준 적은 몇 번 안되네요.
돈이라면 저도 왠만큼 버는 편이라
제가 살림살이도 알아서 하고 남편이 사고치면 해결도 하는 편이에요.

결혼 초 많이 심하게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싸웠습니다.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려는 저와 다른 여러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자기에는 가정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하는 남편과...

아이가 자라면서 싸움은 피하고 있어요.
물론 술먹고 실수도 여러번 했지요.
온몸이 흙투성이로 들어온 적도 있고
와이셔츠에 립스틱도 몇 번 묻혀오고...
경찰차에 실려 오기도 하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기도 하고...
한달에 몇백씩 술값으로 쓰고...
주식투자해서 돈도 몇천 날리고...

자아가 너무 강해서 병원도 절대 안가는 사람이에요.


이제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술을 먹은 남편과 안 먹은 남편이 완전히 너무 달라서 힘들어요.

바람을 피거나 주사를 부리거나 폭행이라도 하면
깨끗이 단념을 할텐데...

저는 30대 후반입니다.
제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수입은 몇 년째 안정적입니다.
물론 아직 집을 사지는 못했지만요.

아이가 2학년인데요.

이혼을 해야 할까요?
이혼을 하자니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아이가 지고가야 할 상실감과 실패한 가정이라는 낙인이...
제가 느낄 상실감...남편 없이 나 혼자 세상을 살아가려니 너무 외롭고 힘들고 막막할 듯..
이게 정말 최선인가...나의 한계인가... 지나고 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을
제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그르치는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말 아이가 너무 불쌍할텐데요...

인생 경험이 많으신 분들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IP : 119.64.xxx.72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9.17 1:33 AM (61.73.xxx.132)

    제가 뭔 조언을 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벼랑끝이라는 단어를 저를 잡네요.
    제가 나이는 더 많지만 우리 한번 만나서 얘기라도 할까요 싶을 정도로 여기다 적을 수
    없어서 그렇지 님보다 객관적인 조건이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얼마전에는 가장 고통 없이 확실하게 죽는 방법이 주관심사였구요.

    제 말은 그 정도로 힘든 사람도 주변에 보면 있답니다. 그리고 다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인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니까 살아지네요.
    운이 나쁜거죠. 그냥 내 짐이다 하고 살수는 없을까요?

  • 2. 원글입니다.
    '09.9.17 1:44 AM (119.64.xxx.72)

    ㅠ 님 댓글보니 눈물이 나네요. 무슨 말씀인지도 알겠구요.

    상황을 개선해보려고 죽도록 이것저것 해보았어요. 얼르기도 달래기도 싸우기도 협박을 하기도 했구요. 그것도 어느 정도 지나니까 다 부질없어 보이더라구요.
    죽을 생각은 저도 여러번 했네요. 결혼 초 둘다 없이 시작해서 몇 년 빚독촉에 시달려 가며
    힘들었구요. 이제 먹고 살 정도가 되었는데도 인생이 온통 텅 빈 것 같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냥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힘들 때나 지칠 때나 내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너무나도 외롭고 슬픕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옆에 조금만 있어주면 좋겠는데요.

  • 3. 이 글을
    '09.9.17 2:02 AM (218.186.xxx.236)

    보여 주심이...
    아님 ㅣ 글 그대로 심정을 편지로 써서 주세요.
    제대로 님의 심정을 좀 알고 자기를 객관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 4. 이혼보다는
    '09.9.17 3:47 AM (122.34.xxx.16)

    술을 끊을 때까지라도 불사하고
    별거를 해 보심 어떨까요?
    저 정도면 중독에 가깝고 본인이 문제 인식이 약해서 그냥 고쳐지진 않겠네요.
    강한 펀치 정도의 자극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글님 맘이 참 고우시네요.

  • 5. 비타민
    '09.9.17 6:56 AM (110.9.xxx.109)

    님의 공허함이 이해가 되어 새벽에 글을 씁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님은 이혼 못합니다.
    아니, 이혼했다가 외로워서 님 스스로가 술독에 빠질 것 같습니다.

    님은 지금 힘들다했지만, 그래도 남편이 한 울타리에 있는
    상태에서의 힘듭니다.
    완전히 없을 때의 힘듬은 겪어보지 못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불행을 참고 삽니다.
    외로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얼마나 사람을 비참한 지경까지
    몰고 가는지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힌 남자인데도 막상 헤어져서 혼자 되면
    그 외로움 때문에 또 매달리는 여자들도 다 외로움이 문제입니다.
    결국은 상대보다도 자신에게 더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님은 남편이 제자리에 돌아오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불가능할 겁니다.
    님 남편같은 타입은 이혼을 불사한다고해도 그 삶의 태도를 고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겁니다.

    결국 님이 선택할 방법은
    1. 이혼한다
    2. 참고산다
    3. 일단 보류한다
    이것이겠지요.

    이혼하기엔 님은 아직 너무 약합니다.
    들판에 혼자 서있기엔 아직 나약한 나무에요.
    강한 바람 한번 불면 홱 쓰려저서 '그래도 남편이 있어야해..'하고 도로 그를 찾아갈 겁니다.
    다시 원상복귀되는 거죠.

    참고살려면 역시 홀로서기를 해야합니다.
    강하게 마음으로부터 독립을 해야지요.
    그게 가정이냐고 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남편을 선택했으니 그렇게 살아야지요.

    남편이 안 들어와도 혼자 잘 자고, 남편 없이 아이랑 여행도 다니고,
    남편이 일주일씩 안들어와도 연락하지 말고 '알아서 잘 살겠거니'하고
    님은 혼자 사는 여자처럼 삽니다.
    물론 그 공간에 남편의 공간이 있으니 남편이 때가 되면 들어올테니
    처절한 외로움은 없을 것이고,
    남들이 볼 때도 이상없는 가정으로 보일 겁니다.

    남편 기다리고, 남편에게 뭔가 바라고, 의지하던 것만 싹 빼던지면
    님은 굉장히 달라질 겁니다.
    물론 수시로 가슴 속으로 찬 바람이 지나갈 것이고, 눈물이 흐를 것이나
    그래도 이혼한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되새기며 버팁니다.

    스스로 강해지도록 마음을 단련하고, 그를 위한 취미를 가지고
    혼자 산에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사교생활도 합니다.

    장담하건대 그렇게 2,3년만 하면 님이 지금 하는 많은 고민들이
    아주 하찮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때는 세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이 남습니다.

    1. 더이상 남편 신경 안써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세상에 할 일 많고 바쁘다.
    남편으로 인해 얻을 것은 못 얻지만, 그것을 포기한 대신 나 자신으로 인해 얻을 것은 더 많다.

    2. 남편이 아내가 자신에게서 완전히 심적,정신적으로 떨어져나가자 불안해진다.
    이러다 이혼하자고 하면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이다.
    서서히 변하자, 하고 변한다.

    3. 님은 이제 이혼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세가지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죠.
    집착하고 매달릴 수록 문제가 더 안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에 상대를 개조하는 비법을 알고 싶어합니다.
    안되지요.

    님 자신도 집착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비워보세요.
    남편 개조하는 것보다 백만배 더 빠르고 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면, 상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고
    현실대처방법도 굉장히 달라집니다.

    내가 팔힘이 약할 땐 아령 1kg짜리도 굉장히 무거웠는데
    팔의 근력을 강화시키자 쌀 20kg짜리도 별 거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하면 저 푸대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없냐고 맨날 푸념해봤자 해결 안납니다.
    결국은 나 스스로의 힘을 강화시키는 수 밖에...

    많은 경우, 상대에게 원인이 있을지라도 상대가 그것을 고칠 의사도
    능력도 안되는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내 자신이 변하는 길 외엔 없습니다.

    님은 쉽게 남편이 포기 안 될 것이고,
    아니 남편보다는 누군가 의지해야할 대상, 상실감, 외로움이 크니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자기자신'에게서 찾는 길 외엔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님이 이혼을 하건, 계속 남편의 빈자리를 쳐다보며 살던 간에
    쥐고 가야할 것은 자신의 마음, 정신 뿐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진정한 홀로서기'를 지금 시작해보세요.
    그게 가능하냐고요?
    네.
    가능합니다.

    서서히 서서히 방향을 남편에게 향하던 해바라기 신세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돌리다보면
    어느새 굉장히 많은 것이 달라져있는 것에 놀라게 되실 겁니다.

    손안에 쥘 수 없는 것을 쥐겠다고 계속 빈 손을 움켜쥐지 마시고
    자신이나 안아주세요.
    흔들리고 위태로운 님이 보입니다...

    그리고 장담컨대, 님이 완전히 변하면 남편분도 어떤 식으로든 변합니다.
    아니, 그 전에 님이 남편에 대한 생각이 먼저 변할 겁니다...

  • 6. 동동다리
    '09.9.17 7:25 AM (125.187.xxx.175)

    http://news.nate.com/view/20080828n07287
    원글님 혼자서 혹은 남편분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선 것 같구요...
    그렇다고 남편이나 가정을 포기하기도, 님 자신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놈의 술 때문에...
    위에 링크된 주소 한 번 읽어보시고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알콜중독 치료의 첫 단계는 자신이 알콜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거래요.
    제일 어렵고도 중요한 단계지요. 이것만 되어도 반은 성공이랍니다.
    아마 남편분에게 말 꺼내기도 힘드시겠죠.
    사업차 술 마시는 걸로 사람을 이상하게 몬다고....
    기사 읽어보시고 전문가분들에게 상담받아보세요.
    남편을 어떻게 이끌면 좋을지...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다면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수녀님이나 신부님께 고민을 털어놔 보세요. 간혹가다 무뚝뚝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친절하게 듣고 안내해주실거에요.
    내 잘못 남편 잘못...이렇게 공연히 자책하면 님만 힘들어요. 꼭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고 남편의 질병(알콜중독)을 치료해주세요.

  • 7. 원글입니다.
    '09.9.17 9:11 AM (119.64.xxx.72)

    따뜻한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또 한참을 울었네요.
    실은 친정에조차 12년이 되도록 단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걱정할까봐.. 그리고 이야기한다고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서.. (친정과 다른 지방에 살거든요.)

    아침에 눈 뜨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섭습니다. 또 안들어왔을까봐... 그럼... 계속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고... 아이에게 또 거짓말을 해야 하고...숨이 막히네요.

    남편 스스로도 자신의 문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저에게 늘 미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뿐이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병원도 억지로 다녀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남편에 저에게 보낸 편지만도 한두통이 아니에요.
    네.. 술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술 보다도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단 하나도 책임지지 않고 사는 그 사고 방식이 문제에요.

    아이 교육도, 집안 살림도, 돈을 버는 것도, 시댁의 경조사도 모두 저 혼자 해결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제가 혼자 짊어지고 왔는데.. 그리고 이렇게 하는게 그 사람을 돕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과 세월을 허비하고 하루하루를 쓰레기처럼 살아가는 남편을 옆에서 보자니
    너무나도 속이 상합니다. 자기자신이 달라지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앞날이 더없이 참담합니다.

    남들에게 평범한 일상 - 아침에 함께 일어나고 저녁에 늦더라도 얼굴보고 잠을 자고
    가끔 주말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또 가끔 아들녀석과 동네 산책이라고 하고...

    따뜻한 댓글에 스스로를 다시 추스려 봅니다.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우라는 비타민 님의 말씀, 소중한 정보 주신 동동다리님, 편지나 자극을 주라고 하신 님들 고마워요. 정말....


    댓글처럼 제가 강해져야 하겠죠. 마음을 차갑게 가지고 바람이 불어도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우뚝 서야겠죠. 저도 100%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얼굴보면서
    너무 힘들어요. 거짓처럼 사는 거 같아서요.

  • 8. 원글입니다.
    '09.9.17 9:14 AM (119.64.xxx.72)

    그래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이 때문이라도... 아빠의 역할까지 해야 하니 더 힘을 내야 겠죠...

  • 9. ㅠ.ㅠ
    '09.9.17 9:30 AM (143.248.xxx.67)

    그냥 평범하게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마음......얼마나 힘드세요...
    윗님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네요... 남편분이 바뀌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동안의 노력에도
    바뀌지 않으셨고, 그렇다고 이혼하기에는 아이에게도 원글님에게도 너무 힘든일이네요.
    남편분대신 챙기셨던 시댁경조사같은 거는 이제 안챙기면 안되나요? 아이와 가정만 돌보기에도 지쳐보이세요.
    가게도 하시고, 아이도 돌보시고, 집안일까지 하시려면 몸이 남아나지 않잖아요. 몸이 조금이라도 편해야 마음도 편해져요.. 원글님 건강 챙기시고, 아이 챙기시면서 행복을 느끼시기 바래요.
    비타민님 말씀처럼 이혼하지 마시고, 남편에 대한 기대를 잠시 접으시고 아이와 즐거운 생활
    행복을 다 누리시기 바래요.

  • 10. 저도
    '09.9.17 10:04 AM (219.251.xxx.18)

    남편에 대한 기대를 버리세요.
    남편이 해줬으면 하는 일반적인 가장의 모습, 아빠의 모습에 미련을 갖지 않아도 님이 걱정하시는 아이는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어요. 해주지 못해서 불행해 하는 원글님을 보면서 아이는 더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는 거지요.
    그깟 여지껏 술마시고 안들어온 남편,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와 즐겁게 살거다 하세요.
    아이에게 아빠의 자리를 비워놓는 것이 자꾸 기대하게 되고 아이맘이 충족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술마신다 그러면 택시타고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미 써보셨겠지만...
    아빠는 일하시느라 힘들다. 그러니 우리끼리 잘 지내자. 아빠 바쁜데 같이 보낼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말고 엄마 하고 지내자.
    집안 대소사에는 적당히 하셔도 됩니다.


    너무 원글님 기준에 아빠의 역활, 가장의 역활, 형제의 역활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더욱 힘드시죠. 그래도 지금까지 벼텨왔던 것은 , 친척들에게도 잘했던 것은 남편이 있어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남편도 원글님이 너무 완벽하거나 일들을 잘 처리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여기고 더욱 원글님을 힘들게 했을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원글님은 남편을 의지하고 남편도 원글님을 의지 한다고 볼 수 있지요.
    어쨌거나 원글님. 용기를 내시고, 남편이 없어도 씩씩하고 홀가분한 생각이 들면 그 때는 위에 비타민님이 말씀하시는 홀로서기의 때가 된거라고 생각됩니다.(제 생각의 홀로서기란)
    누구의 역활도 하지 마시고 (이게 책임감을 심하게 불러일으키거든요) 나는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내가 즐거운 것만 하겠다 생각하셔요.
    내가 불행하다고 여겨지는데 누구 역활이 뭔 소용있겠어요(노래 멜로디가 떠오르네 ㅎㅎ)
    저요. 술마시면 어디 누워있는 남편 열심히 모시러 다녔습니다. 오밤중에.ㅎㅎㅎ
    그냥 그렇다구요. 지금까지 잘 해오셨듯(자수성가?) 앞으로도 잘 해 나가실거예요.^^*

  • 11. 비타민
    '09.9.17 10:26 AM (110.9.xxx.109)

    그리고, 님..

    님은 아마 시댁이고 친정이고 남편의 그런 상태에 대해서는 그림자도 안 비췄을 겁니다.
    자존심이 강해서죠. 그렇죠?

    그러나,님.
    내 상처, 부족함을 드러내도 내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입니다.
    감추고 감추고 나는 하나도 안 아프고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은
    사실은 내 자신이 압니다.
    그 사실이 날 위축 시키고 날 약하게 합니다.

    저는 제일 부러웠던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약점이라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굉장히 자극을 받았어요.
    나는 그 사람보다 1/10도 안되는 상처도 남에게 보일새로 꽁꽁 감췄는데...
    드러내면 남에게 무시 당하고 비웃음 당할 거라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내 열등감이고
    내게 상처입니다.

    시댁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내세요.
    '00아빠가 술 먹고 안 들어와서요. 피곤해서 못 가겠네요.'
    자연스럽게 하나씩 드러내세요.

    저는 완벽한 척할 때보다 부족함을 드러낸 후가 더 당당해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안아픈척 하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속이 더 곪아들어갑니다.

    하나하나 변해가다보면 굉장히 변합니다.

    님이 부끄러워해야할 것은 '내가 불행하다.남편이 무책임하다.내 가정이 위기다'라는 게 아니라
    '내 자신과 남편의 불성실은 별개이다'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
    남편의 문제까지 내가 끌어안고 부끄러워 감추고,그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겁니다.

    우리 가정에서 나와 아이는 문제 없어. 문제있는 건 당신이지.
    그러니까 우리끼리라도 건강하게 살거야.
    라는 것을 확실히 하시고, 남편 페이스에 말리지 말고 님의 페이스대로 살아가세요.
    그러다보면 님이 주류가 될 것이고, 남편이 그에 딸려오던 물살에 떠내려가던 하겠지요.
    그건 그 사람의 복이고 그 사람의 업입니다.
    상대로 인해 내 인생까지 파괴될 것 같다면, 최대한 둘을 분리하는 게 지혜입니다.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나머지 하나도 기회가 생길테니까요...

  • 12. ....
    '09.9.17 11:04 AM (125.177.xxx.139)

    비타민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이혼을 생각해보셨으면 일단 별거라도 하자고 해보세요.

  • 13. ...
    '09.9.17 12:11 PM (61.99.xxx.142)

    '내 상처, 부족함을 드러내도 내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입니다. '<--비타민님 이 말씀 공감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거같습니다...
    위에서 좋은말씀들 다 하셔서...원글님,,힘 내셔요.....아팠던거는 옅어지고..
    아무렇지도 않고...기쁜날들이 꼭 올거에요...

  • 14.
    '09.9.17 1:31 PM (210.117.xxx.250)

    첫 댓글 단 사람인데 길게 안서서 그렇지 님 상황 깊이 공감 할 수 잇어요.
    저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더 외롭고 말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욱하고 올라올 때마다 혼자서 삭혀야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인생이 사는게 공허한지는 잘 알죠.
    정말 많은 것 원하는 게 아니라 아주 평범한 일상을 원하는데 그것조차 안 되는 내 인생이라니 싶은게 그게 더 절망스럽고 한 두해도 아니고 그러니 점점 인내심은 바닥을 쳐서 마침내는 그냥 이런 모든 내 상황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만 남아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남들은 것으로 봐선 전혀 모를 거예요. 님도 그렇겠지요. 그러니 더 힘들테고.
    전 이 세상에 오로지 나만 그런 줄 알았어요.
    정말 만나서 동병상련인 사람끼리 함께 울기라도 하고 싶네요.
    저 같은 경우 지금은 많은 부분 포기했고요 그중엔 남들처럼 평범하게라는 것도 같이 포기했어요, 그래서 그냥 남편과 별거할 수 있을 기회가 생기면 별거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외국으로 보내고요. 서글프지요. 남편도 바라볼 게 없고 애도 없고
    정말 내 인생이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텅빈 인생이다 싶은게
    눈물이 낫지만 그냥 나한테는 세상이 그렇게 모질게 대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유야 모르죠. 지은 죄가 많은가...

  • 15. 원글입니다.
    '09.9.17 3:24 PM (221.151.xxx.31)

    9월 17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사연들 중에서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한번 82의 힘과 사랑을 느꼈습니다.

    정말 웃음이 나와요. 십수년 같이 산 사람도 내맘을 몰라주어 너무나도 혼자이고 외로운데 얼굴 한번 보지 않고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니... 감동이네요.

    비타민님 - 정말 자리 깔아야 할 듯... 어쩜 그렇게 저를 잘 아시는지...

    모두들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감정이 앞서 너무 힘든데 앞을 내다볼 지혜를 주셔서...

    이 다음에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보고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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