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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 편지 쓰는걸로 남편하고 싸웠는데요..

요즘 아빠 조회수 : 911
작성일 : 2009-09-16 20:05:12
남편이 삼십대 딱 중반입니다.
좀 보수적인 집안 출신이긴 합니다..
지역으로 편가르기 싫지만 그냥 딱 이거다 하는 것이..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입니다.

어제 아이 어린이집에서 과제를 보냈더라구요..
10월중에 부모참관수업을 하는데 이때 아빠참여수업을 한다구요....

그래서 그날은 되도록이면 참가해 주셨으면 한다는 공문이 9월 초부터 왔구요..
그리곤 그날 전시회 하면서 가족 소개 코너(?)이런것이 있다고...
4절지에다가 가족 사진과 함께 대충의 설명이나 뭐 기타 등등해서 적어서 보내 달라고 왔네요..

근데 워낙에 가족 사진도 없고 가족끼리만 놀러 다녔다 보니 전부 둘씩만 찍은 사진에 뭐라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각각 아이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을 적자고 했어요...

엄마랑 찍은 사진엔 제가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말..
아빠랑 찍은 사진엔 남편이 해 주고 싶은말..

근데 시작은 이랬어요..
남편 절대 못 적겠다고...
왜 그런걸 적냐 부터 해서 자기는 그런거 적어 본 적도 없고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냐 부터해서 암튼 절대 못 적겠다고...

그래서 제가 줄줄줄 적으라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아이한테 해주고 싶은말 적으라고 하니...
절대 못적겠데요..
남사스러워서....
자기는 애 한테 해 줄 말도 없고...
그런거 부끄럽게(?)적고 싶지 않다고 아주 정색을 하면서 이야길 하더라구요..(더 속상한건 정말 정색을 하면서 강하게 적지 않겠다고 했어요..._

정말 여러분들께 묻고 싶어서요..

이렇게 받아 들이는 남편이 정말 정상적인건가요?
정말 이런게 그 사람의 성향이니까 제가 이해 해야 하는건가요?
10월에 있는 아빠 참여 수업도 어떻게든 빠지고 싶다고 해요...
그런거 안 가고 싶다고.....

처음엔 저도 구슬렸습니다.
안해 봤으니까 지금 해 보면 되지 않냐고....
내 딸한테 아빠가.. 단 몇줄 해 말도 없냐고 이야길 하다가...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빠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럴꺼면서 자식은 왜 낳고 사냐고 막말까지 했어요...

그리곤 오늘 하루 정말 생각이 많았습니다...

저도 알아요..
이렇게 말로 표현하고 그런것들이 다가 아니라는거 저도 잘 알아요...
그치만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의 반응이...
그냥 그 사람의 성향이기 때문에 저랑 제 아이가 받아 들여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식키우면서 저도 무조건 올인해서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거 저도 반대입니다....
그치만  위에 남편의 반응을 저는 정말 이해가 안되서요.......


IP : 122.32.xxx.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09.9.16 8:07 PM (115.143.xxx.210)

    잘 모르셔서 그럴 거예요. 아이에게 시키거나(아빠가 꼭 좀 와줬으면 해) 육아 관련 책을 사서 선물해 주세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뭘 좀 알면 달라져요 ^^. 아직 젊으신데 좀 그렇당~ 요즘 어디 나가보면 젊은 아빠들 완전 많은뎅...

  • 2. .
    '09.9.16 8:13 PM (122.32.xxx.178)

    경상도라도 학교를 서울에서 다니고 사회생활도 서울에서 쭉 한 남자분들은 답답한 보수성이 덜하고 지방에서 계속 거주중인 분들은 그런경향이 많은것 같더군요

  • 3. .
    '09.9.16 8:23 PM (58.237.xxx.112)

    혹시 남편 나이가 잘못된거 아닐까요?
    60넘어서 애를 키우는데 저렇게 나온다면 물론 이해합니다.

    그런데 서른중반에 저런다니 이해가 안됩니다.

    요즘 어린이집 체육대회 같은거 가보세요. 아빠 누가 올까 싶지요? 아빠 안온 애들 진짜 손꼽을 정도고요.

    아빠 참관수업할때 뭐.싶지만, 가보면 전부다 아빠 오고요. 다들 사진찍고 열성적이라고 하더라구요. 제 남편이 보고 자기도 좀 놀랐다고..

  • 4. 요즘 아빠
    '09.9.16 8:27 PM (122.32.xxx.3)

    아닙니다..
    정말 딱 서른 중반 35살입니다...
    배울만큼 배웠구요....
    결혼 5년차....
    연애까지 이 남자를 안지 6년 넘는데...
    요즘들어 특히 참 많이 힘드네요...
    아이 키우면서 남편한테 너무 너무 실망을 많이했고(아빠로써의 책임같은거요..그냥 단순히 돈벌어와서 먹고 살고 이것도 참 중요한거 맞습니다... 그치만 그래도 이 세상에 한 아이를 태어나게 한 아빠인데.....)
    요즘들어 참 속상한것이 그냥 저한테 저런식의 말이나 생활 태도는 그냥 그러려니 할려고 합니다..
    해볼만큼 해 봤는데 변하질 않으니까요.....
    근데 자식한테까지 저런식이니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냥 남편은 자기는 이런 성향의 사람이니 제가 이해해야 된다고 합니다.
    근데 이런것들이 과연..정말 그 사람의 성향이니 저나 아니가 이해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 5. 답답
    '09.9.16 8:39 PM (121.151.xxx.149)

    네 맞아요 남편분말씀처럼 그런사람이거니하고 이해해야합니다
    남편분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님이 홧병이 생기니까요
    그냥 그러거니하세요

    딱 제남편이 그렇습니다
    나이는 님남편보다 10살이 많네요
    지금아이들은 고3 고1입니다

    제남편도 아이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하는 아빠참여수업과 운동회 참여한적없어요
    그래서 아이들도 아빠랑 그런수업한적없고 제가 다 빠지게하고
    아이들과 놀려다녔습니다
    유치원운동회때도 마찬가지이구요
    지금은 주5일이라서 토요일도 많이하지만 그때는 일요일에 하는데도
    남편은 낚시 다니고 자신의 볼일보느라
    운동회 참여할수없었습니다

    아이들입학식때도 졸업식때도 가본적없구요
    아이들학교상담이나 학예회때도 참여한적없습니다
    그저 자신은 돈버는것이 전부라고 생각한사람이죠
    그런데도 돈도 남들만큼 못법니다 ㅠㅠ

    그런데 지금아이들이 아빠랑 목욕탕도 안가고
    등산 하다못해 산책도 저없이는 안갈려고합니다
    아빠하고 가면 쑥쓰럽고 할말이없다네요
    제가 아이들앞에서 아빠욕을 한적도없고 부부싸움한적도 거의 없는데도 말이죠

    아이들은 아빠랑 지낸 세월이 없으니
    아빠랑 같이 있는시간이 불편한것이지요

    이제 아이들보고 같이하자고 남편이 하지만아이들은
    듣은척도 안합니다
    하다못해 아빠랑 마트도 안갈려고하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한것에대한 댓가를 톡톡히 받고있습니다

    어제 이런저런이야기를하길래
    제가 말했지요
    당신이 그동안 뿌린 댓가라고

    오늘 아침에 문자로 보냈더군요
    "이제껏 모습들이 내 자신만 생각하고 함께사는법을 몰라서 그리 된듯합니다 깊이 반성하고 이제라도 잘해볼려고 노력할께요" 하고 보냈더군요
    저는 압니다
    이제 노력한다고해도 아이들에게 쌓인 벽은 허물수가없고
    제가슴에 맺힌 한을 풀수는없을거라고
    그냥 이대로 사는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남편에게 말하세요
    당신이하고픈대로해라
    하지만 나중에 당신이 우리를 원할때는 우리는 당신옆에 없을것이다
    껍데기는 있을수있지만 마음속에서 당신을 지울것이다라고요

  • 6. 주변사람들이
    '09.9.16 8:41 PM (221.143.xxx.192)

    중요해요
    저 아는아빠는 사업차 중국에 계신데 아바 참여수업 한다고 바쁜와중에 당일로 비행기타고 오셔서 수업만 참가하고 바로 가신분도 계시구요
    같은 연령대지만
    굳이 토요일 일 만들어 출근 핑계대고 안나가는 아빠도 있었어요
    일단 아빠가 완고하면 그것도 확고한 믿음이라 금방 설득이 되질 않아요
    안그래도 애들 잘큰다
    뭐이리 소란 떨 이유가?? 사랑하는것 말로 해아 아냐?? 핑계가 수만가지이죠
    근데요 요즘 세상 사람들 안그러고 살고
    하나라도 더주려고 오히려 안달복달하는것 알면 변해요
    일단 편지는 엄마가 대신이라도 서주시고
    참여수업은 곡가게 하세요
    가셔서 다른 아빠들 보면 좀 변해요
    저희학교도 학교 행사 안나오는 아빠들이 자주 나오는 아빠들 욕하는데 -아빠 참여수업 등등 몇가지 있어요
    나와보면 자기가 별종인것 깨달아요
    옛날에 나 크듯이 키우는 세상이 아니구나 아빠들이 변했구나 알지요
    그리고 아이랑 뭐같이 하는게 얼마나 인상적인 처험인지도 느끼구요

  • 7. 솔이아빠
    '09.9.16 8:42 PM (121.162.xxx.94)

    아~~ 저의 옛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저도 경상도출신.
    정말 넘사스러워서 못하죠.
    자식자랑, 아내자랑 팔불출이라 배웠고 그리 여겼더랬죠.

    근데 점점 닭살스러워 지더라구요.
    아니,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알고 보면 경상도 사나이 정말 부더러울수 있다 이겁니다.
    단지 글 배우지 않아서, 그런 꼴을 못봐서....
    흑..흑...불행이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과감히 그 낡은 사고를 고칠 필요가 있어요.
    나이가 사십이래도......
    그 무엇도 가족간의 유대를 뛰어넘는 넘사스러움은 없어요.
    경상도 아저씨들이여!!
    이제 허물을 벗어버리고
    본연의 그 사랑스러움을 표출하세요.
    그동안 너무 갑갑하게 살아왔어요.
    이제 그 어느 지역 출신보다도 사랑스러운 남자, 아빠로 거듭납시다. 우하하하하

    ============================
    원글님 남편이
    예전 집에서 보고 자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래요
    스스로가 쑥쓰럽기도 하겠고요.
    남편이 인간 본연의
    사랑스러움을 찾도록 도와 주세요.

    충분히 알을 깨고 나오실 수 있을 겁니다.

  • 8. 이런 분들이
    '09.9.16 9:12 PM (90.198.xxx.89)

    잘 달래서 멍석 깔아드리면 의외로 좋아합니다.
    정말 잘 몰라서, 윗분들 말씀처럼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래요.
    우리 어린 시절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돈 벌어와 굶기지만 않으면
    아버지 역할 다 했다고 여겼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다른 분들도 적어주셨듯이 살살 잘 달래서 하실 수 있는 만큼만 시키세요.
    원글님께서 한발 양보하셔서 아빠 참여수업 만큼은 참석하자고요.

  • 9. ...
    '09.9.17 8:19 PM (121.161.xxx.110)

    원글님 남편께서 성장기에 아버님으로부터 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신 것 같네요.
    보통 보면 아빠 정을 모르고 자란 아들들이 나중에 아빠가 되었을 때 그렇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남편을 잘 구슬러서 조금씩 바꿔보세요.
    아이도 아빠와 스킨쉽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원글님께서 유도해주시구요.
    바뀌지 않으면 남편께서 나이 들어서 외로우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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