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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맘상하지않는 추석이 되셨음 좋겠어요

추석 조회수 : 322
작성일 : 2009-09-16 14:53:06
저는 지금 외국에 나와 살고있습니다. 외국으로 나온지는 7개월쯤 됩니다.
외국에 나오기전 저는 명절이면 외국에 살고계신 분들 너무 너무 부러워했어요.
결혼한지 고작 5년밖에 안된 초보주부지만, 그래서 더 아직 득도를 못해서 그런지 제사때나 특히 명절만 되면 혼자 맘 상해서 아무도몰래 밤에 울곤했었어요.
82쿡 보면 외국에 사시는분들이 명절때 식구들끼리 모여 한국에서 보낸 명절을 그리워하며 식구들 좋아하는 음식해드셨다는 글 보며서 "참 좋겠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렇다고 우리 시어머니가 특별히 시집살이를 시키시거나 며느리만 일시키고 어머니만 쉬시는 분도 아니셨구요, 그냥 평범한 시어머니에 평범한 명절을 지냈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명절이란게 사실 조상을 추억하는 그런 날 보다는 요즘엔 잘 먹지도않는 음식 죽어라 잔뜩 만들고, 며칠동안 일가친척들, 특히 낮에 내내 자고 밤새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보느라 밤에 잠 안자고는 "아웅~피곤타"하는 남자들위해 하루종일 밥상 차리고 치우는 날이잖아요.
제가 어떤날은 하루에 몇번의 밥상을 차렸나 셈을 해봤더니, 자그마치 24번의 상을 차리고 치웠더군요.
중간 중간에 술상이랑 과일상 차린것까지하면..헉!! (저희 시댁 종가집 아닙니다..)
그러면서 정작 어머님을 비롯한 형님이랑 저는 커피한잔 마실 시간은 커녕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다른 사람 먹고난 상 치우느라 왔다갔다하면서 입에 대충 음식 한술씩 넣고 먹으면서 일을 했지요.

사람이란게 제몸이 힘들면 입에서 이쁘게 나올수있는 말도 이쁘게 나오기 힘든거같아요.
저희 어머니 평소엔 좋은 분이시지만, 명절때는 며느리들이 친정가는걸 별로 안내켜하셨어요.
며느리들없이 혼자 일하시는것도 버겁지만, 시누이네 가족들왔을때 부모님 두분만 계시면 심심할것 같으니 시누이네 가족들하고 함께 명절을 보내라구요..
그때 제 생각에는 시누이도 다른집 며느리인데, 시누이가 친정에 오는것은 당연하고 그것도 가능한 빨리 명절 당일 오후에 오라고 하시면서 당신 며느리들은 왜 친정에 못가게 하시는지..
우리 오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실 친정 부모님 생각하면 속상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러다가 이번 추석에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명절을 맞이할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한국에서도 많이 떨어져있지만, 아직 개발이 잘 안된 오지에 속하는곳이라 선진국에 사시는 분들이 올려주시는 사진상의 외국과는 참 많이 다른 곳입니다.
숙박시설이며 먹을 물자도 많이 부족한 나라이지요.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저희집은 하숙집이 되었습니다.
남편 회사와 연관되어 출장오시는 분들, 여행오시는 분들(저로서는 이런곳에 왜 여행을 오시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오지 여행을 경험해보고자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오시면 호텔도 지저분하고 먹는것도 힘드니까 저희집에 많이 묵어가세요.
하루걸러 손님들이 오시니, 사실 한국에서보다 힘이 들긴해요.

외국에서 살아보는게 꿈이더니, 제가 꿈꿨던 사정과는 참~ 거리가 있네요..ㅠ.ㅠ

어제는 어머님과 통화하는데, 항상 우리 가족 걱정에, 매일 함밥집 아줌마처럼 일하는 제 걱정에..
다가올 추석에는 맛있는 음식도 못먹고 제 생일(추석이 제 생일이예요)도 제대로 못 챙겨받으면서 다른 사람들 밥 해줘야하는 제 처지를 걱정하시네요.
한국에라도 있었으면 친정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 먹을수 있었을텐데, 그걸 못해줘서 어머님이 저한테 많이 미안타 말씀하시더라구요.
아~ 예전에 한국에 있었을때 좀 친정에 보내주시지~~ㅋㅋ

그래도 어머님의 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저 그동안 서운했던거 다 풀렸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오니 아마도 벌써부터 뒷목이 묵직해오는 분들 많으시죠?!
며느리들에게, 시어머님한테, 그리고 동서간에 가능하면 상처주는 말은 피하시고, 조금만 따뜻한 배려하셔서 모두들 즐거운 추석 되셨음 좋겠어요..^^
IP : 91.98.xxx.10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떨어져
    '09.9.16 3:23 PM (118.176.xxx.33)

    계시니까 많은 것이 그리우신가봅니다.
    이곳은 여전히 추석이 부담스럽습니다.
    이번 추석은 특히나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 신종플루 난리법석으로 어찌 지내야할지...
    암튼 생일도 축하드리고
    외국에서 맞으시는 명절도 축하드립니다.
    힘드시겠지만 많은 분들과 향수 잘 나누시구요
    그곳도 추석엔 연휴가 긴가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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