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편 경상도 싸나이는 아니고 그냥 경상도 남자 입니다.
싸나이라고 하면 왠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것 같은 이미지라...^^;;
결혼전에도 저한테 이런저런 선물 공세 안했던 사람이었고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지 그 땐 선물 안줘도 걍 좋더군요.
결혼하고 신혼 몇년은 생일과 기념일을 소극적으로나마 챙기더니
그 후로는 기념일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나타내더군요.
기념일 소홀하게 챙긴다며 서운해하면 어김없이 싸우게 되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자기 생일은 챙기지 말라며 속을 뒤집기도 하고
어쩌다 기념일 챙긴다고 해 봐야 외식에 케잌 사서 자르는 정도. 선물은 당연히 없고
장미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젠 생각도 안나네요.
어쩔땐 잊을뻔도 하고...내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에 직장 회식 있다고 늦기도 하고
자기 생일에도 신경써서 저녁상 차려 놓으면
오랜만에 보게 되는 친구가 연락이 왔다며
집에 와서 허겁지겁 저녁 먹고 친구 만나러 가서
새벽 2~3시에 들어 오기도 하고
그래도 전 남편 생일 신경써서 챙겼습니다.
마흔번째 생일엔 사십이라는 나이에 마음이 허허로울까봐
사랑의 편지와 쿠폰북도 만들고 고가 면도기에 금일봉까지 4종 셋트로 묶어서
선물도 했었고 (쿠폰북 한 장도 안쓰더군요. 구두닦기,안마, 커피타주기 이런거였는데, 나쁜넘...)
한번은 바쁜날이 생일이라 늦게 마친다고 해서 남편 직장까지 직원들 식사가 되게 10인분
생일상을 손수 준비해서 직장으로 배달까지 했었습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끝이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또 몇 년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15년 세월
이제 저도 길들여졌나봐요
생일 챙겨주면 고맙고 안챙겨주면 또 어쩌겠냐 싶고
일년내내 내 생일이다 생각하고
나 갖고 싶은거 왠만하면 가졌으니 크게 불만도 없는것 같고...(이렇게 스스로 위로를 하네요)
이젠 제가 기념일에 대해 많이 덤덤해 졌어요.
내 생일을 꼭 남편한테만 축하 받아야 하는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재미없고 무심 그 자체인 남편과 살다보니
결혼 기념일이라는게 내 무덤 판 날이라 기쁜 날이 아니라 슬픈 날이네요.
오늘이 결혼 기념일은 아니고
제 생일입니다.
미역국도 안 끓이고 팥밥도 안했어요.
시어머님이 챙겨 주신 조기도 그냥 냉동실에 넣었네요.
아침에 프렌치 토스트에 메이플 시럽 뿌려 먹었고
애들한테도 엄마 생일이라고 얘기 안했어요.
이젠 제가 귀찮네요.
아침에 남편이 생일 축하한다고 안아주고 뽀뽀하고
그러고는 저녁에 외식을 할까
집에서 먹을까 그러네요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제가 밥해야 되는데...남편아 내가 뭘 더 바라겠니...너 늙거든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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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에 알러지 있는 남편
씁쓸... 조회수 : 345
작성일 : 2009-09-15 18:36:26
IP : 58.148.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큰언니야
'09.9.15 6:39 PM (165.228.xxx.8)원글님은 그나마 뽀뽀라도 해 주잖아요......
제 남편님은 기억도 못해요 ㅠ.ㅠ2. 음
'09.9.16 3:51 AM (98.110.xxx.6)제가 님 남편같은 사람인데요, 기념일 따지는거 싫어해요.
다행이 남편도 비숫한 마인드 가졌고요.
사고 싶은건 평소 알아서 사고, 외식만 같이 합니다,기념일엔.
인간이 되어보고자 한번 결혼기념일 챙기려 했다가,
"너 혹시 자기<남편> 모르게 사고친거 있냐?.." 소리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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