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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 감정을 명확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잠 못드는 밤 조회수 : 1,678
작성일 : 2009-09-15 12:55:51
이곳에 시집과 남편에 대한 고민글을 이미 몇 번 올렸습니다.
오늘은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긴 글이 싫으신 분들은 지나가시면 됩니다.

제가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제게 반듯하다 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 그렇게 반듯한 사람 아닙니다. 스스로 잘 알아요.
단지 제가, 제 감정보다 의무에 더 충실한 성격일 뿐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성채보다 높은 자존심의 소유자이고요.

몇 년 동안 유니세프 기부를 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그런데 제 감정은 오지의 아이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동정과는 거리가 있어요.
제가 느끼는 건, 의무와 책임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저는 그들보다 가진 사람이거든요.
여기 계시는, 소득 많은 분들에 비하면 그다지 버는 편도 아닙니다만
어쨌든 제 한 몸 건사하고 가족들 챙길 정도는 벌어요.
타고난 머리도 나쁘지 않았고 노력도 남들만큼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사는 건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운에 힘 입은 거라 생각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진 아니더라도, 내 한 몸 건사할 정도는 되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도리라 생각해요.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요. 모시기 전에 반대도 많았어요.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 편의를 위해서 모시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런 거 아니었어요.
제가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자식과 손주를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상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분.
그렇다고, 깨끗하게 자식의 인생과 본인의 인생은 별개다 인정하지는 않으시는 분.
결혼해서 지금까지, 이 분이 편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이 분으로 인해 상처도 받았고, 지금도 상처주시는 분.
아이들을 돌볼 입주 도우미를 별개로 두면서 이 분을 모시는 이유는 제가 착해서가 아니예요.
며느리로서의 도리 때문도 아니예요.
맏아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애정에 넘치는 사람을 혼자 두는 게 옳은가에 대해
제 자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예요.

그렇게 평생을 안고 갈 생각을 했으니
같이 살 사람이니 서로 상처 주지 않고 좋은 감정으로 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잘 해드리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었어요. 제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어요.
석 달 정도 전, 시어머니께서 본인의 본심을 폭풍처럼 제게 퍼부으셨죠.
배신이다 싶을 정도로 너무 실망했고, 더 이상은 마음 쓰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마음 드린 만큼 상처도 배신감도 컸어요.
그렇다고 한 집에 살면서 죽도록 미워하면서 사는 건 너무 피곤하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으니
필요한 이상은 소통하지 말고, 감정 나누지 말고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어차피 필요한 건 아들이고, 피 나눈 손주는 좋아도 며느리는 안중에 없는 분이니까요.
그 분이 요구하는 부당한 의무들을 다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 분이 주는 것을 받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어요.


평일에는 도우미분께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하고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시든 아니든 개의치 않았고
예방접종 등 무슨 일이 있을 때 가급적 제가 휴가를 내서 처리했고
퇴근하면 깍듯이 인사하고 쉬시라 말씀드리고 아이는 도우미분과 둘이 돌보았어요.

주말이면 아이들 보면서 세 끼 차려 시어머님 포함 어른 아이들 식사하고
아이 먹이고, 치우고, 놀아주고.
집안일을 할 때 아이들 봐달라 부탁드린 적 없고
간혹 봐주실까 물어봐도 괜찮다고, 제가 보겠다고 내려가서 쉬시라 했어요.
내 애들이니 내가 건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첫째.
어머님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 다음.
남편은 제가 뭘 부탁하면 피곤한데 쉬고 싶다며 어머님께 맡기는 게 어떠냐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남편에게 부탁할 생각도 그다지 안했어요.
아이와 놀아주려니 체력이 힘드네, 먹을 걸 못 챙겨 드시네 하시는 말씀 듣고 싶지 않아서
(도우미분이 식사 챙겨주시는데, 찬을 몇 개 안챙긴다 불만이시더군요)
주말 밤에 애들 재우고, 주중에 드실 반찬들 만들어 놓고.
스스로 미친 짓 한다 싶으면서도 그랬어요.

도우미분 월급 드리고, 시어머니 아이 돌보시는 거 고맙다 용돈 100만원 드리고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다 하고 이게 무슨 짓인가 스스로도 어이없을 때 있었지만
그 분의 본심을 안 이상 절대 숙이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를 잘 안봐주시는 것도 섭섭하지 않았어요. 되려 잘 되었다 싶더군요.
회사를 갔다 늦은 시간에 퇴근해도, 아이는 하루 종일 한 집에 있던 할머니보다 저를 더 따라요.
제 아이들이예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제 아이들이예요.
그러니 딸이라고, 손녀라고 천대하다 크면서 재롱 좀 부리니 그제서야 이쁘다 하는 할머니보다
엄마를 더 따르는 게 기뻤어요.
두 돌도 안된 큰애는 하루 종일 할머니와 있다가도, 제가 퇴근하면 활짝 웃으며 뛰어와요.
시어머니 섭섭하다 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제게 매달려서 웃고 떠들고 놀다 손 꼭 잡고 잠들어요.

아이 낳고 복직해서 해외 파견 이야기 나오니
돈도 많이 벌텐데 왜 안가냐, 애들이야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데 엄마를 찾을 일이 있겠냐 하신 것.
퇴근해서 둘째를 안아주면, 종일 얼굴도 못 보는 엄마 이제는 기억도 못할 거라 하시던 말씀.
그 말씀이 무색하도록, 큰 애는 제가 있으면 제 곁에 붙어 있고
둘째는 제가 안으면 활짝 웃으며 옹알이해요.


며느리는 당연히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살림하는 게 당연한 거다.
나는 주중에 애들과 같이 있는 거 힘들어 주말에는 살림 안한다. 네가 다 해라.
그 말씀 석 달 정도 그대로 실천하시더군요.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게 뭐가 어렵다 그러냐.
그 말 그대로 찬이 있던 없든 숟가락 하나 더 놓아드렸어요.
가끔 남편이나 시어머니께서 뭐 시켜 먹고 싶다, 외식하고 싶다 해도 고집스럽게 밥상을 차렸어요.
제가 외식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바깥 음식 먹고 나면 무슨 말씀 하실지, 무슨 생각 하실지 알았으니까요.

전 착하지 않아요. 스스로 알고 있어요.
남편의 어머니를 외롭고 쓸쓸하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책임감.
지금 당장 어머님이 사라지셔도 조금도 아쉬운 것 없을 정도로, 기대지 않겠다는 자존심.
아이들에 대한 애정.
그 세 가지로 어머님과 함께 살았어요.


몇 주 전부터 갑자기 어머님이 제게 살갑게 대하시네요.
야근하고 돌아오니 피곤하겠다는 말씀을 던지셔서 웬일인가 싶더니
지난 주말에는 아래층에서 칼국수를 끓여 갖고 올라오시더군요.
식사 차리기 힘들거라 끓였으니 같이 먹자 하시면서요.
그러시더니 어제는 회식하고 돌아가니 꿀물을 들고 올라오시네요.
저 술 거의 안했고 단 거 싫어해서 꿀물 안마신다 이야기하니
(실제로 단 걸 싫어하고, 어머님이 주신 거 마시고 싶지도 않았어요)
성의가 있는데 그래도 먹어라, 어쩌구 하시더니 두고 내려가셨어요.
늘 야, 너, 쟤란 호칭을 쓰시던 분이 어느 순간 '에미야'라 부르십니다.

여기서 저도, 남편이 소원하는 것처럼 감정 풀고 살가운 며느리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의무와 책임, 사람의 도리관점에서 보면 그게 맞다 싶어요.

그런데 제 감정이 용납하지 않아요.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석 달전의 그 폭풍을 도저히 용서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어요.
저만이 아닌, 제 부모까지 싸잡아 모욕당하고 짓밟힌 걸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도 않아요.
사과를 받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저나 시어머니 둘 중 하나 죽을 때까지 지금만큼 마음의 거리를 두고 살고 싶어요.
돈과 시간은 다 드리더라도, 제 마음은 드리고 싶지 않아요.
금전적, 정신적으로 어떤 도움도 받고 싶지 않고 필요 이상의 교감도 나누고 싶지 않아요.
이것도 자존심이겠죠. 쓸데없는 자존심.


더 나쁜 생각도 해요.
어째서 갑자기 내게 가족인 척 하시는 걸까.
난 더 이상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은데. 다정한 고부관계같은 거 더 이상 원치 않는데.
하시던 대로 당신 피 섞인 가족들만 챙기시는 게 더 편한데.
본인이 그렇게 당당하게, 그게 한국에서의 시어머니의 권리라 하신 대로
아들 가진 권리로 며느리에게 아무 것도 주실 생각 말고 받으시기만 하시면 되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에 내가 없었던 것처럼
더 이상 나의 가족의 범주에도 당신이 있을 자리가 없는데
왜 지금 와서 그 자리를 넘보시는 걸까.
나는 더 이상 전처럼, 당신이 잠들지 못하는 밤에 말벗이 되어드릴 생각도 없고
당신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할 생각도 없는데.



그런 생각에 지금 마음이 복잡해요.
그 분의 감정에 개의치 않고, 제 영역 내로 들이고 싶지 않은데
근래 들어 그 분은 계속 제 감정을 기웃거리고 계시는 느낌.
안쓰럽다는 생각에 잘 해드릴까 싶다가 순간 불쾌해요.
당신이 그렇게 원하는 아들, 이제 당신 옆에 있다 개의치 않으니
저와 제 아이들의 영역까지 기웃거리실 이유는 없는데 왜 그러시냐 묻고 싶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나는 엄마고, 어머님은 할머니니 아이를 두고 다투는 입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이가 외할머니를 따를 때는 마냥 보기 좋은데, 왜 친할머니를 덜 따르는 게 내심 기쁜 걸까.
내가 이러다, 아이들을 구속하게 되진 않을까.


두서없이 긴 시간 글을 썼어요.
제 감정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제가 이해가 되시는지요.
남편은, 절대 이해 못하겠다 합니다.
IP : 121.50.xxx.11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09.9.15 1:07 PM (203.244.xxx.254)

    제가 느끼기에는 원글님이 쉽게 용서하지 못하시는 성격이신거 같아요.
    저도 약간 그런면이 있어서 원글님의 행동이나 말씀하시는거 조금은 이해가 돼요.
    나한테 했던것(몇달전 폭풍) 그거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거지요.
    시어머니께서 이러이런말씀 하셨던것 사과하시면 좋을텐데....
    그게 또 말끄내기가 쉽지 않겠지요. 아마 원글님은 그 얘기가 풀어지지 않으면
    용서 못하실꺼 같아요. 아니면 시간이 좀 지나면 누그러지기도 하던데요.
    그냥 덮어지던지.. 꺼내서 사과를 받으시던지 그래야 이 감정이 정리가 될듯.

  • 2. 웃음조각*^^*
    '09.9.15 1:13 PM (125.252.xxx.164)

    원글님은 감정적으로 원글님만의 영역을 따로 갖고 계신 듯 합니다.

    그 테두리를 지켜주는 한 누구든지 지켜봐(?)주는 것이고요.

    그 테두리를 침범하지 않는 한.. 타인이 보기에는 부당하게 당하는게 아니냐, 반대로 너무하는게 아니냐 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 것이죠.

    지금까지 불편한 시어머니와도 그나마 잘 유지될 수 있었던게 시어머니께서 심정적으로 원글님의 울타리를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금전적으로 어떻던간에(원글님은 금전적 울타리는 상관없이 생각하며 허물어버린 상황)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슬슬 그 울타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하네요.
    원글님은 그게 싫어지는 것이고요.

    저도 글로는 표현이 어려운데.. 대강 알것같기는 해요. 100%는 아니지만..^^;

  • 3. 상처
    '09.9.15 1:21 PM (122.32.xxx.57)

    상처가 워낙에 깊었군요.
    홀어머니에 외아들이란 조건임에도 기꺼이 간 것에는
    잘하겠다는 각오도 있고 기본 성품이 있었는데
    시어머니게서 한 순간에 접을 만큼 큰 상처를 준 겁니다.
    남들 하는 이야기론 사람 사는 거 다 그렇지 잊고 살아라 쉽게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시어머니 역시 해 놓고 후회는 했지만 이제 주워 담을 수도 없어 담담히 지내는데 시간이 지나면 며느리가 잊을 줄 알았는데 태도가 나아질 기미는 없고 아차 싶어 화해의 제스처를 쓰는 게지요.
    이 상태서 잊으세요~어떡 하우~하고 말을 건네고 쉽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마음을 풀고 방심 했을 때 전 보다 더한 강도로 님의 뒤통수를 때리는 게 사람입니다.
    저도 님과 같은 성품인데 시어머니께 몇 번 당하니 스스로 마음을 닫게 되더군요.
    더 미치는 건 시어머니가 없었던 일로 하자 하고 너하고 나하고만 알자 라든지 어느 땐 남편에게 미리 자수하여 사람 환장하게 하는 겁니다.
    용서 못하고 마음 닫는 제가 더 옹졸하게 말입니다.
    전 눈이 내리는 날 아이들을 데리고 세를 줬던 인근의 제 집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 집에 가지 않고 당신 돌아가신 뒤 갔습니다.
    그 마음의 상처는 누구도 모릅니다.
    남 앞에선 하하 웃으며 둘만 있을 때 뒤통수 치는 마음.
    그리곤 미안하다며 용돈 쥐어 줄때의 치욕감.
    혼자 사시라며 그 집(남편 소유)에서 애들 데리고 나왔을 때의 그 후련함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그래서 님 마음을 압니다.
    절대 경계 늦추지 마세요.
    사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이 지옥일 겁니다.
    하지만 며느리에게 것도 사돈 어른까지 싸잡아 가며 자존심이고 뭐고 짓밟는 성품이라면 제 버릇 개 못줍니다.
    잊을 만하면 지옥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그 시어머닌 건널 수 없는 강을 벌써 건넌겁니다.

  • 4. 답글쓰러 로긴
    '09.9.15 1:21 PM (59.29.xxx.176)

    글 잘 쓰시네요...
    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요, 이치가 맞는 사고방식이세요.
    시어머님을 위해 님의 자존심을 좀 누구러뜨리라는 말씀 저는 못드리겠네요.
    님 마음가는 대로 하세요
    시어머님에게 더이상 주시지 마세요.
    그냥 한 인간으로서 품을수 있는 측은지심, 동정심외에는요.

  • 5. .
    '09.9.15 1:25 PM (59.13.xxx.149)

    전 님이 어떤 심정이신건지 대략 이해가 갑니다.

    원글님의 그 자존심 이해가 되고 남아요.
    전 외려 지금 원글님이 그렇게 시어머니에게 좀 어려운 상대로 남아계시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보통 말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에서 완전한 강자에 서는것도 그렇다고 절대 약자입장에 놓이는것도 아닌 지금처럼의 관계가 딱 좋으실듯하네요.

    아마도 시어머니에게 들으셨다는 말씀은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무디어지기는 할껍니다.
    하지만, 그렇게 맘이 한번 떠나고 나면 되돌려서 다시 예전의 감정으로 돌아갈순 없어요.

    시어머니도 님의 그런상태를 조금은 감지하니까 그러는걸껍니다.
    그냥 지금처럼 님의 본심을 내놓지도 마시고 싫을땐 싫다고 또 그럭저럭 받아들일만할때는 받아들이세요.
    시어머니가 아무리 변화무쌍하게 대하신들 원글님 맘이 그때마다 오락가락 하는게 아닌게 힘드시겠지요.

    분명 나는 널 딸처럼~~ 이런 스토리를 뱉어놓을텐데 그건 불편하다 그런 표현일뿐인거죠.
    아마, 원글님이 다시 예전처럼의 맘으로 대하시면 원래모습대로 님에게 대할꺼예요.
    그러니 그냥 고민하지마시고 지금처럼 대하시면서 시간이 흘러서 좀 감정적으로 무디어지길 기다려보시는게 정답같아요.

    원글님은 아니라고 하셔도 품성자체가 시어머니가 넘볼수 없기에 아마도 결국엔 원글님을 어려워하면서 대하실꺼예요.
    하지만, 경험상으로 볼때 원글님이 시어머니입장에선 내아래 두고 부리고 싶은 사람인겁니다.
    그게 안될꺼란게 앞으로 불편하고 힘드니까 화해모드를 가장해서 원래로 돌리고 싶겠지요.
    지금의 시도가 바로 그런 표현일꺼구요.

    그냥 그정도로 이해하시면 될듯하구요.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원글님이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지금도 원글님 스스로를 자책하고 힘들어하시는게 글에서 느껴지거든요.
    물론 아니라고 계속 본인스스로가 적으시지만 그뒤에 원글님의 마음의 상처가 느껴져요.

    그냥 힘들땐 여기서 털어버리면서 잊을려고 하시고 흘려버리세요.
    본인을 생각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힘내시길 바래요.

  • 6. ㅠㅠ
    '09.9.15 1:36 PM (125.241.xxx.1)

    그래도 심성이 고운 분이세요.
    크나큰 상처를 받았는데도
    그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으니까
    이런 긴 글을 쓰셨겠죠.

    그런데 조금 마음을 주면 또 다른 상처를 입으실 수도 있겠네요.
    처음부터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사이잖아요.
    그 상처가 반복되다보면
    심지어 시어머니가 몹시 아픈 상황에서도
    하나도 연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정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마음의 결을 주지 않도록 하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먼저 이런 상황을 만들도록 한 것은 시어머니잖아요...

  • 7. 저도
    '09.9.15 1:47 PM (220.88.xxx.254)

    결혼할땐 노력하다보면 미운정이라도 쌓이겠지...
    10몇년을 나름 힘에 부치게 한결같이 노력을 했는데
    좋은 마음으로 잘하겠다고 한 일조차
    욕을 바가지로 들으니 한순간 맘이 정리 되더라구요.
    무른사람이라 아무일 없는듯 지내지만 맘은 안열리는데요,
    요즘은 살갑게 다가오려 하셔도
    불량십대처럼 쏘아부치던 모습 떠올리며 정신차립니다.
    앞에선 웃는낯으로 딱 할만큼만 하고 거기까지만 입니다.

  • 8. 제생각
    '09.9.15 2:22 PM (123.204.xxx.5)

    예전글은 기억안나고요...이글만 갖고 생각하면요.

    이해가 갈 듯도 하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계속 미운짓을 해야
    내가 그를 미워하는데 정당성이 계속 유지 되는데...
    그게 안될때 좀 혼란스럽죠.
    예전에 미웠던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그게 정리가 안됐는데...
    상대방은 언제그랬냐는 듯이 싹싹한 태도로 나오면
    미워하는 나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거 갖고,
    그렇다고 풀자니 전에 했던 생각에 도저히 풀어지지도 않고...
    그런 상태신거 같아요.

    루키즈란 일본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인데요.
    야구부 후배들의 폭행사건때문에 선배들의 앞길이 완전 막혔죠.
    후배들은 계속 망나니처럼 지내다 열혈선생님을 만나 다시 야구를 하고
    선배들을 찾아가 사죄합니다.
    그 후배들을 패면서 선배가 오열을 하지요.
    '왜????왜??? 그냥 망나니 같이 살지...이렇게 변했냐?'
    미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복잡한 감정이겠죠.
    그런거 비슷한게 아닌가 싶어요.

    제생각은 원글님의 감정도 소중하니까...
    원글님의 반응은 당연한거니까....
    원글님 마음이 풀릴때까지 하시던 대로 하셔도 도덕적으로 문제 될 거 없으니
    힘들어 하지 마시라 하고 싶어요.

  • 9. ..
    '09.9.15 2:25 PM (222.111.xxx.94)

    님 마음가는대로 하시는게 답이네요..굳이 화해 받아들이지도 마시고요..지금처럼 적당한 선을 긋고 생활하세요...절대 자책 하지 마시고요..친부모라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용서가 되는게 아니거든요..

  • 10.
    '09.9.15 2:34 PM (211.58.xxx.222)

    상처> 라고 댓글 쓰신분 말씀이 맞습니다.
    더 보태드릴말도 뺄 말도 없이...
    상대방이 보낸 화해의 제스춰를 받아들이다가 더 심한 뒤통수를 맞은적이 있어서..
    이젠 서로 안보고 살게 돼 버렸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절대

  • 11. .
    '09.9.15 2:48 PM (219.251.xxx.18)

    님 마음 가는 대로 평상시처럼 하시면 될거예요.
    윗님들 말씀처럼 누가 됐든지 적당한 선,(영역)은 긋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라도 각자의 영역은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여기거든요.
    특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더욱...

  • 12. 객관적
    '09.9.15 3:06 PM (220.87.xxx.142)

    그분의 인격을 보십시요.
    다른 모든 섭섭한 점, 서운한 점 모두 잊어버리시고
    정말 객관적으로 남 보듯이 그분의 인격을 평가해 보시고
    실수나 이기적인 부분은 있지만 최소한의 품위를 갖춘 인간이라면
    용서하시고 받아들이시고
    객관적으로 봐서 남의 등뒤에 비수를 꽂을 인격을 자진 사람인것 같으면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 13. 음.
    '09.9.15 3:11 PM (218.145.xxx.156)

    근데...친정엄마들과도 싸울때 있어요.
    친정엄마에게 들은 말은 그냥 넘겨가는데..
    시쪽은 대못처럼 박히는 것도 한몫을 합니다.

    해외출장건에서는 좀 생각하셔서 말씀하셨어야 할듯해요.
    님 마음 가시는대로 하셔야죠.~~네 저도 객관적으로 보시라
    하고 싶어요..~~

  • 14. 그냥
    '09.9.15 4:13 PM (222.107.xxx.148)

    마음가는대로 두세요
    원글님이 혼란스러워 하신다면
    아직은 때가 아닌거죠
    원글님 참 대단한 분이세요
    멋있어요

  • 15. ...
    '09.9.15 5:07 PM (119.64.xxx.174)

    이 글에서 느껴지는 원글님의 이미지..맑고 차가운 유리벽이 떠오릅니다.
    원글님의 그 엄격함과 냉정함이 원글님이 이끌어오신 삶(보통 사람들은 피하는)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외롭지는 않으신가요? 아이들이 위로해 주나요?

    지병으로 조금은 일찍 돌아가신 저희 친정 어머니 성품이 원글님과 비슷하셨습니다. 원글님과는 달리 그 책임감이 외가 식구들을 향했다는 것이 다르네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으셨는데..주변인에게 상처도 많이 받으셨지요.

    그리고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통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습니다.
    아들이 손 안에 들어 있으면 손주가 눈에 들어오겠죠. 당연한 것 아닐까요?

    저는 원글님이 기꺼이 감당하실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생존 조건만 충족된다면 그 나머지 행복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더 무섭죠? ^^;
    하여간..건강 꼭 챙기세요.

  • 16. 쟈크라깡
    '09.9.15 7:39 PM (119.192.xxx.153)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은 생각치않고
    며느리의 몸과 마음을 다 갖고싶어하죠.
    몸이 바스러지도록 일하면서도 방긋웃으며 상냥하게 대해주는거 말예요.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닌데도 말이죠.

    누구를 미워하는것도 참 힘든 일이지만
    지금 원글님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그런 입장에 있었거든요.
    피해자면서도 용서하지 않으면 나쁜ㄴ이 되는 거 말예요.

    손잡이가 없는 칼을 들고 있어서 자신의 손에서도 피가 흐르지만
    놓을 수 없는 그런 슬픈 상황인거죠.

    시어머니도 미안해서 그런 재스춰를 하시는 거라면 (싸이코가 아니라면)
    짐짓 모른척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셔요.
    다시 한 번 또 그런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스스로에게 하시고 그렇게 하세요.
    그래야 님이 덜 아프니까요.
    용서하란 말이 아니라 님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으면해요.

  • 17. selak.s
    '09.9.15 8:34 PM (194.95.xxx.132)

    글을 잘 써내려가셔서, 읽다보니 제가 직접 겪은 일처럼 감정이입이 되네요.
    알아서 잘 하시겠습니다만. 그냥 제 성격에 따른 제 생각에는 어려운 상황가운데 계시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화해의 제스츄어를 나름대로 단편적으로 했다 하더라도, 결국 나도 할만큼 다 했다라고만 기억될것 같아요. 그간 철저하게 선 긋고 본인의 영역 이상으로 동분서주하시면서 집안일 하신것에 대한 생각은 없이. 용서하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는 아니더라도, 원글님도 적당한 선의 화해의 제스츄어에 응하는 수준 정도의 모습은 보여주시면 더 편해지실것 같아요. 단것 안좋아해도. 꿀물 갖다 주시면.. 어머. 감사합니다. 정도라도.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요.

  • 18. 잠 못드는 밤
    '09.9.16 3:57 AM (59.10.xxx.100)

    답글 고맙습니다.
    글을 쓰고, 답글을 읽으니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습니다.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은 못 잡았습니다.

    위선보다는 위악이 편합니다.
    용서할 수 없는데, 감정이 그렇지 않은데 겉으로 웃는 건 못하겠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이들은 너무 소중한데, 자식에게 집착하는 건 원치 않아요.
    이렇게 어린 동안에 마음껏 사랑해주고,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이는, 예쁘거나 공부 잘하지 않아도 되니 감정에 솔직하고 행복한 아이이길 늘 바래요.

    예전에도 지금도, 사람이 가장 어렵습니다.
    감정 소모가 너무 크고, 생각할 게 너무도 많아지네요.

  • 19. 저도
    '09.9.16 10:07 AM (115.23.xxx.206)

    그 자리에서 그냥 서 계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도 시어머니가 애도 키워주시고, 살림도 살아주시는.. 그야말로 친정 엄마 만치 하십니다
    시어머니랑 스스럼 없이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제가 "시어머니는 평생 시어머니야" 하는 말을 우리 시어머니는 정말 섭섭해 하시고, 맘에
    담고 계십니다.. 그치만 전 그말이 정답이고, 직장 상사 같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발짝 더 다가설때, 정말 내 친엄마다 하고 정을 줄때(친정 어머니 돌아가심), 뒤통수
    맞진 않을지.. 하는거 싫습니다..(미약하게나마 몇번 당했음..-제 입장, 어머니는 그리
    생각하지 않으실것임.. 그게 문제점임!!!)

  • 20. ...
    '09.9.16 4:36 PM (211.40.xxx.58)

    이 글을 쓰는 원글님 심정 이해 합니다.
    저의 30대의 어느날과 비슷한 상황이예요

    원글님 억지러 어떻게 할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지금의 혼란은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만 생각하시고 그 문제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일까지
    생각하지 마세요---머리만 아프고 영양가 없습니다.

    그런 저런 세월이 흘러 40대 후반이 되었는데요
    지금은 그래요

    결국 내 마음의 고요함이 제일 중요하기에
    딱 오늘의 일이 아니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길......

    중요한건데요
    남편에게 이해를 구하지 마세요

    남편이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반드시 일심동체일 필요는 없어요
    남편이란 인격(생각)과 나의 인격(생각 )이 만나서 한가정을 이루는거지
    남편과 내가 한 인격과 생각으로 살 필요는 없어요.

  • 21. 정답은
    '09.9.22 2:11 AM (211.54.xxx.40)

    없다고 봐요.

    집집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어떤 기준으로 이게 정답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그저 원글님 마음가는 대로 하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현명하게 처신하시고 계시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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