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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겉과안 조회수 : 419
작성일 : 2009-09-14 21:05:36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절 보고 느낀  인상은
이런 것이었어요.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었다.
철두철미할 것 같은 인상.  
무척 쌀쌀할 것 같고 왠지 도도해 보이는 인상.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선생님 설명하시는 거
뚫어져라 쳐다보고 공부도 무지 열심히 하는 것 같은 모습.


사실은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아주 잘 한 것도 아니었지요.
다만 그냥 열심히 했어요.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었던건 책을 참 많이 좋아했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놀기 바쁘고
졸기 바쁘고 그럴때
저는 항상 책을 읽었데요.  저도 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나니까.
고등학교 입학해서  1학년 때의 모습이라
서로 만난 친구들이 아직 많이 어색할때고 친한 친구들
만들기 전,  서로 탐색할 즈음에 제 모습이 그런식으로 인상에
많이 남았다고 해요.


그리고 정말 많이 친해지고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사는
친구들은  늘 똑같이 말합니다.
제가 학교다닐때 무엇이든 열심히 했고 잘했데요.
물론 그 친구들의 시선으로 봤을때니까  그 친구들 기준에서
그렇겠지요.
뭘 하나 해도 똑부러지게 했다고.
특히 제가 자취를 했었고  대부분 친구들이 자취를 했었어요.
학교를 타지로 와서 집하고 떨어져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대충 아침도 건너뛰고 겨우 겨우 먹고 다니거나
매점에서 사먹는 걸로 때우거나  등등인데
저는 아침도 꼭 해먹었고 도시락이며 반찬이며 꼭 싸들고
다녔거든요.
저는 밥을 안먹으면 죽을 거 같았어요.ㅋㅋㅋ  제가 어렸을때부터
마른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삐쩍 마른 건 아니었어요.)  먹성이 너무
좋아서 밥도 두공기씩은 먹고 그랬거든요.   그때는 다들 그럴때지만.

점심 먹고 나서도 조금 지나면 어찌나 배가 고픈지  매접가서 컵라면
사먹고 왔을 정도니까요.
쉬는 시간에도 너무 배가 고파서  " 아~ 배고파 배고파~"  엎드려서
중얼거리고 있음  교생 선생님이 오셔서  그렇게 배고파?  하실 정도였어요.ㅋㅋㅋ


그런 저이니  아침을 굶는다던가 도시락을 안싸오거나 하는 경우는 말도 안돼었지요.
친구들 틈에선 다른 친구는 몰라도  제가 자취하는 곳에 오면 밥은 먹는다.라고
인식이 되어 있었지요.
하다못해  다른 친구들에게 반찬 만들고 찌개 끓이는 법을 알려줬던...


그렇게  밥을 해먹고 다니고   쉬는 시간도 책을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 입장에선 제가 하는 것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나봐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제 성격상  대충 하는 거 못하고 무지 완벽하고
제가 뭐든 하면 끝장을 보고  잘 할거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대요.


어찌보면 맞는 부분도 있어요.  
뭔가를 해야 할 상황이면 대충 하지는 않아요.  좀 완벽하게 하려 하고
시작한 일에 대해서 흐지부지 하는 걸 별로 안좋아 하고요.


그러면서 또 친구들이 절 보면 느끼는 것이  무척 강인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대요.
말 그대로 뭔가를 해도 완벽하게 하는 편이고  그때 여고생인 나이에 잘 하지
않는 것들을 잘 하는 편이고 좀 과감한 편이기도 하고..
자취하다 보니 시장에서 뭘 하나 사도 꼼꼼히 따지고
포도 하나를 사도 주인께 여쭤보고 한 알  맛보고서  맛이 좋으면 사는
제 모습을 본 한 친구는 저를 동경했다나요. ㅋㅋㅋ 재미있죠?


친구들은 제가 사회생활을 해도 성공할 거라.
결혼을 해도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도 정말 잘 할 거라 ,
잘 한다는 것은 또한 그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단언했다 해요.
왜냐면 그때 제 모습으로 보면 못할 게 없을 거 같고 항상 열심이었고
완벽했고 그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이는 모습을 거의 보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요.


오죽하면  자기들끼리 저를 놓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게 철저한 친구라는
이미지까지 만들었다고...


그런데 친구들은 모를꺼에요.  그게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또 그런 모습들이 얼마나 내면으로 외로움이 많아서  겉으로 만들어 낸 내 스스로의
모습인지 말이죠.
저는 어렸을때 부터 참 많이 외로웠고  같이 어울릴 형제가 없었어요.
형제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형제가 없었어요.
제가 막내였지만  위로 오빠들만 있었고  나이터울도 꽤 많이 나서 스스럼 없이
어울릴 사이도 아니었지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외롭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 놀았어요.


그런 것들이 계기가 되었을까.    저는 크면서 더욱 더 제 스스로 저를 의지하고
또 저를 지키며 살아야 할 것 같은 .  다른 한편으로 독립심이 엄청 강했어요.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  형제에게 부담주는 것 등을 정말 싫어했지요.
친구들은  제가 장녀인 줄 알았을 만큼요.
지금도 막내같지 않데요. 제가.   말하는 거 행동하는 거.


뭐랄까    친구들은  부모님에게 투정부리고 어리광부리고  용돈 척척 받아서
간식 사먹고 그럴때  저는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께 투정 부리는 건 부모님을
너무 마음아프게 하는 일인 것 같아 그럴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김치류나 일부러 만들어오신 반찬 외에는 따로
이거 해다달라  저거 해다달라  이런 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찌개 끓이고  반찬해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고 그랬지요.


근데  너무 어렸을때 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저는
그래서 인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말 강해 보이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이
철저해 보이지만
오히려 정 반대에요.
무척 여려요.    마음이 많이 약하지요.
다만  겉으로는 절대 그런 모습을 안보여요.   이게  어렸을때 부터 그래서인지
습관이 되었지요.    때때로  여전히 쓸쓸하고 외로워요.    마음이요.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항상 문예부였고   문예쪽으로
상도 많이 받았어요.   감수성도 많았고  그래서 무언가를 항상 글자로 풀어냈지요.
그런데 겉으론 강한척  살아냈어요.


친구들은  그런 제 모습에서 나오는 것들을 부러워 했지만
아마 몰랐을 거에요.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사회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도  여전히 모습들은 비슷하죠.
친구들은  부모님에게 어떤 걸 부탁하거나  요구하거나 의지하는 걸
자연스럽게 잘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질 못해요.
사회 생활 할때도  부모님께 걱정 끼쳐 드리는거 싫고  부담드리는 거 싫어서
정말 작은 월급 가지고도 알뜰히 모았어요.
학교때부터 용돈기입장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20대에도  가계부 쓰는게
자연스러웠고   그래서인지  제가 버는 월급에서 열심히 아껴 살고 또 아끼고
모았어요.    형제들에게 부담주는 것도 정말 싫었지요.


친구들은 오빠한테 용돈 달라고 한다는 둥.   ~~ 해달라고 한다는 둥.
자연스러운 그런 일들이  저는 무척 낯설었어요.  또 어색했고요.  


결혼을 할때도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았고 제가 모은 돈으로  준비하고
시작했지요.   물론 부모님은 뭐라도 해주시고 싶어 하셨지만  제가 만류했어요.
여튼  그런식이에요.
너무 어릴때부터  왠지 누구에겐가 부담을 주면 안돼고  금전적인 문제로도
부모님께든 형제에게든 부담주어서는 안됀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서인지
좀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며 살지 않았어요.


하지만 강해서가 아니라  약한 마음이 무너질까봐  더 강하게 살았던 거 같아요.
근데 그렇다보니 참 힘들때가 많아요.
이젠 바꾸려해도 바꿔지지 않는 기본적인 생각이나 행동들
그러니까 남에게 실수해서도 안돼고 부담주어서도 안돼고 등등..
속 마음은 한없이 약하고 외로우면서도   겉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됀다고 살아온 시간 때문인지  여전하거든요.


며칠전  친구랑 전화통화 하다가 그 친구도 역시 저에게 하는 말이.
학교 다닐때  그리고 사회생활 할때도 제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는.
정말 부러웠다는 친구 말을 듣고는
속으로 말했어요.
그건 정말 부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마음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고요.


오늘 괜시리 생각나서 글 쓴다는게
너무 길어졌네요.


아....맞아요.
가끔 그런말들 하잖아요.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게 생겼다.   강하게 생겼다..라고.
하지만  모를 일이에요.
그 사람 마음은 얼마나  여린지...
IP : 116.123.xxx.7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9.9.14 9:48 PM (124.49.xxx.249)

    게다가 그런 이미지가 굳어지면
    거기에 부응하느라고
    더더욱 내 실상 이상으로 무리하게 되지요.

    그런데,, 실상 속까지 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렇게 겉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남보다는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에요.

    물론 어느면에서는 남들 보다더 많이 여리고 약한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고,,
    그 자체가 강한 사람이에요.

    약한 부분은 잘 보듬어가면서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살아가실 수 있는
    힘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되네요~~

  • 2. 원글
    '09.9.14 10:18 PM (116.123.xxx.72)

    ㅎㅎ 님.
    전 가끔 정말 마음이 힘들때
    그래서 막 풀어놓고 싶을때 그럴수가 없다는게
    참 힘들어요.
    왜냐면. 위에도 썼지만 강해지려고 혹은 강한 모습을
    만들려고 그리 시간을 지나와서 인지
    나약한 모습, 마음 여린 모습을 누구에겐가 보이는게
    너무 어색하거든요.
    그렇게 풀어지고 싶은데도 그럴수가 없는게
    때때로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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