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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미애 의원 "두명의 달변가 사랑…결혼과 정치에 빠졌다"

위드 조회수 : 737
작성일 : 2009-09-10 14:20:01
[인터뷰] 추미애 의원 "두명의 달변가 사랑…결혼과 정치에 빠졌다"


[스포츠서울닷컴ㅣ이명구 박형남기자]

아직 달력이 네장이나 남아있지만 2009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정치인을 꼽는다면 누구일까.


맨몸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온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지난 5월 정치권 핫이슈로 부각된 비정규직법 시행 문제는 추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적한 정치 현안이었다. 비정규직법 상정을 둘러싸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가시돋친 공방을 벌이던 추 위원장의 의지는 결연했다.


여권과 일부 언론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대해 ‘추미애 실업대란’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총공세를 폈다. 악플과 근거 불명의 비난은 물론이고 야당 내에서 조차 냉소적 시각이 존재했다. 추 위원장은 외롭게 거대하고 견고한 장벽과 마주했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심지어 숨죽여 울음을 삼켰고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자신의 확신이, 나아가 진리가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비정규직법은 정부와 여당, 일부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추미애 실업 대란'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기자와 마주한 추 위원장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주고, 그 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진실로 도와주고 싶었다"며 마음 속 상흔을 내비쳤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처럼 추 위원장에게는 '강성 이미지'가 짙게 배여있다. 그러나 막상 한걸음 다가가 보니 '알부녀'(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였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추미애표' 유머감각은 그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채시라와 닮았다'(?)고 강조하는 추 위원장을 지난 8일 헌정기념관에서 2시간 30분 동안 만났다.



세탁소에 양복 도둑...생활 어려워 외할머니와 유년기 보내


추 위원장은 'DJ' '노짱'과 같이 우리나라 정치인 중 확실한 별칭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추미애란 이름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추다르크'란 별칭에 얽힌 사연부터 물었다.


"누가 그 별명을 붙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가 고향 대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선거운동을 할 때 항상 '혈혈단신' 신세였어요. 무척 외롭고 어려웠는데, 어느 날 기자가 이런 제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추다르크' 속에는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앞서 세상을 예지하며 이겨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추다르크'의 근원은 사실 추 위원장의 '가풍'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구 달성에서 태어난 추 위원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세탁소집 둘째 딸이다. 때늦은 ‘만학도’였던 아버지는 결혼 후 군에 입대해야 했지만 처자식들을 둔 기혼자였던 탓에 군에 입대 할 수 없었다. 군사독재시절 군 문제가 '멍에'였던 아버지는 직장을 잡지 못하고 결국 모아둔 돈을 싹싹 털어 세탁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세탁소의 '보물 1호'인 고객들의 양복이 전부 털린 것이다.


“지금은 양복을 훔쳐가는 경우가 없지만 당시에는 양복이 드물고 비쌀 때라 도둑이 많을 때였죠. 주변사람들이 ‘망했네’다고 수군거렸고‘야반도주하라'고 권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부모님은 잃어버린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해서 빚까지 내어 보상하셨죠. 결국 어머니가 땅콩 껍질 까는 부업을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안 좋았어요. 이 사건 때문에 3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외할머니 댁에서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빈병 엿바꿔 친구들에 인심..."휴가 나온 외삼촌 군화도 바꿔 먹어"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지만 '어린이 추미애'는 씩씩했다. 집에 있는 빈병을 모아 엿으로 바꿔 친구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일찍이 '꼬마 리더십'을 발휘했다. 오죽했으면 휴가 나온 외삼촌의 군화도 팔아버렸을까.


“집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군화 하나가 눈에 띄어 엿장수에게 팔았죠. 유난히 엿을 많이 주더라고요. 친구들과 잘 나눠먹고 집에 들어갔는데 외할머니가 ‘휴가 나온 외삼촌 군화가 없다’고 안절부절 못하시는 거예요. ‘걸리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철길 옆 동굴에 숨어버렸어요. 하지만 동굴 안이 무서워 밖으로 나왔죠. 할머니에게 갔더니 ‘ 아이를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혼을 내진 않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외삼촌이 어떻게 귀대했는지는 아직도 몰라요.(웃음)”


'개구쟁이'를 넘어서 사고도 칠 줄 아는 유년을 외가에서 보낸 추 위원장은 부모님과 5년 만에 다시 한지붕 아래서 생활하게 됐다. 그는 아버지의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어느 누군가가 틀린 얘기를 하면 그 사람을 불러 놓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싸움이 났을 때도 ‘심판자’ 역할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란 것이다. 추 위원장이 잘못된 일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열혈여아(熱血女兒)가 된 이유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 책상 청소를 하다 교탁 속의 교과서가 떨어졌어요. 펼쳐진 교과서에는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죠. 육감적으로 시험문제라는 것을 알았어요. 알고 보니 당시 담임선생님이 과외지도를 한 친구들에게 미리 시험문제를 알려주고 있었어요. 믿었던 선생님에게 큰 상처를 받았죠.”



선생님 '교재비리' 교장에게 직소…"어른들 세계 '커넥션' 알았다"


학창시절 가장 큰 마음의 상처는 수학시간 때 생겼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추 위원장은 어머니가 부업으로 마련한 돈으로 주산학원에 다녔고, 최연소로 3급 시험을 봤다. 웬만한 암산은 순식간에 해내는 '실력파’였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추 위원장에게 수학선생님이 9급 교재를 사라고 강요한 것이다. 순순히 응하지 않은 탓인지 수업시간에 매번 꿀밤을 맞았다. 결국 추 위원장은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상황을 호소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한 달간 어떻게 해야 할 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문제의 선생님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일반 학생과는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이 사건 이후 추 위원장은 주산을 쳐다 보지도 않는다. 막연하지만, 어른들 세계의 커넥션을 알았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결심,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도 이때 가다듬었다.


학창시절 미모믿고 영화배우 꿈…"다양한 인생 즐기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도 학창시절 다소 엉뚱한 꿈이 있었다. 내심 미모에 자신 있었던 탓일까. 추 위원장은 중학교 시절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영화관을 오가며 배우야말로 다양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에 대해 알아 가면서 꿈을 접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영화배우→판사→기자 순으로 장래 희망을 적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판사→기자로 순서가 바뀌었죠. 미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술시간에 작품만 내면 점수를 잘 받았거든요.”



돈없어 미술학원 못다녀...무료 수강법 찾기위해 고민 거듭


미술은 가정형편이 문제였다.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안됐던 추 위원장은 미술학원 계단 앞을 지키며 '무료로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한 적도 있단다. 그러나 동화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미술학원 선생님이 저를 발견해 스카우트해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계단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었죠. 그런데 선생님들은 아무도 나오지않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습니다.”


이후 추 위원장은 판사에 대한 열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돈을 벌면 나 혼자 문제만 해결되지만 판사와 같이 정의로운 직업을 가지면 사회 전반의 '불의'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양대 법대 4년 전액 장학생…"출제 문제 예감하는 능력 있었다"


대학 진학은 당연히 법대였다. 집안 형편을 고려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한양대 법대 활성화 프로젝트’ 특차생으로 뽑혀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경북여고 동창생과 경북고 출신 등 대구 출신들이 유독 많았다. 이들은 모두 2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는 대사건을 일으켰다. 그러나 '약'은 아니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이고 나올만한 문제는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찍을 수 있었죠. 그런데 2차 시험은 다르더라고요. 서술형이었거든요. 결국 답안지에 제목만 나열하고 나왔죠. 그런데 유명한 헌법학자가 특강 와서는 ‘사법시험 2차를 보는 정도면 법대를 다니는 학생일 텐데 한심하다. 번호만 쓰고 간 사람이 있더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얼마나 찔렸는지 몰라요. 그게 저였으니까요.(웃음) 그리고 이렇게 얄팍하게 공부해도 되나하는 허무감이 생기더군요.”


추 위원장은 법학도의 길을 가야한다는 서약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24시간 기숙사 생활에 무료함을 느꼈다. 오히려 남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촉매제’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추 위원장의 러브 스토리도 이 즈음에서 시작된다.



'언변실력'은 연애의 기본 조건…"말 잘하는 남편과 7년 연애"


“저는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 아녜요. 말 잘하는 사람을 서서히 좋아하죠. 어눌해도 콘텐츠가 좋으면 점수를 후하게 주죠. 사실 저를 따라다니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말을 잘 못하더군요. ‘취미가 뭐예요?’식으로 틀에 박힌 멘트만 던지더라고요. 어떻게 퇴짜를 놓나 고민도 많이 했죠. 고민 끝에 내린 행동이 찻집에서 제 커피 값만 계산하고 매몰차게 나가는 거였어요. ‘나 너 싫어’라고 말하면 원수가 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선택했죠.”


싫은 남자에게 매몰찼던 추 위원장은 대학시절 평생의 인연이 된 남편 서성환 변호사를 만났다. “1학년 때 만났지만 존재를 의식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모의 형사 재판을 하는데, 남편이 시나리오를 다 쓰고, 배역까지 배분하는 등 남을 배려하는 리더십이 눈에 들어왔어요. 갈등이 있을 때마다 조정도 잘하고 언변도 좋았어요. 여기에 감탄하고 말았죠. 결국 뜨거운 연애가 시작됐고 무려 7년 열애 끝에 결혼했습니다.(웃음).”


결혼 승낙 가시밭길…'경상도 딸, 전라도 며느리' 힘들게 '쟁취'


하지만 영남집안에 호남사위를 맞이한다는 것에 대해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더욱이 추 위원장의 남편은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이 불편했다.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손해 본다는 생각이 강했던 데다, 영호남의 문화적 마찰로 인해 갈등이 있었다. '경상도 딸, 전라도의 며느리'는 그리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서로 이해를 못해서 벽이 하나 생겼던 것 같아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견뎌냈죠. 나중에 제가 호남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공개되니 부모님이 먼저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결혼 할 당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하고 했던 말을 요즘에는 아이들이 저에게 써먹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어려움은 사실 판사시절의 고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추 위원장은 남을 판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잘못된 판결이 그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추 위원장은 아버지가 늘 얘기하셨던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이른바 역지사지의 교훈을 잊지 않고 판사 생활을 했다고 회상한다.



판사시절, 불온서적 압수수색 영장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각


“판사는 제 성격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게 하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안 받았던 건 아니에요. 판사시절 밤샘은 예사였고 판결문을 다 쓰고 자다가도 뭔가 생각이 나면 벌떡벌떡 일어난 적도 여러 차례예요. 한번은 너무 심하게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뒷목을 다쳐 정형외과로 바로 달려간 적도 있죠. 목 보호대를 한채 운전대를 잡고 옆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출근을 했어요.(웃음)”


당시 시국사건 재판은 상부에서 일일이 체크할 뿐 아니라 협박 비슷한 항의전화도 여러 차례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 숱한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지만 그중에 불온서적 압수수색 영장기각 사건은 기억이 많이 남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불온서적 리스트에 포함될 정도였죠. 일제히 검찰에서 불온서적 100권을 지정해 압수수색을 펼치는데,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저만 영장을 기각했었지요. 그때 사회적 구조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됐죠. 결국 정치 발전이 없이는 사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정치권에까지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중식당서 처음 만난 DJ…"언변에 넘어가 그자리에서 입당원서"


그렇게 추 위원장이 정권과 마찰을 빚으며 힘겨운 시절을 보낼 때 정치권의 한 인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불필요한 뒷말이 싫어 과감히 법원에 사표를 낸 추 위원장은 이후 중식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의 인연이 ‘DJ의 정치적 딸’이라는 수식어로까지 이어졌다. 추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과의 첫만남을 이렇게 추억했다.


“맞선 보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김 전 대통령이 너무 어려워 얼굴도 쳐다보지 못했는걸요. 저는 속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해야 될 지 말아야 될 지 고민하고 있었죠. 이처럼 제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채시라 닮았다’라고 인사를 건네셨어요. 그땐 너무 심각하게 고민을 많이 해서 볼살이 많이 빠졌었거든요(웃음).


그 분의 정치 역정을 육성으로 듣는데 그 순간만큼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박진감이 넘쳤죠. 언변이 얼마나 좋으셨는지 거기에 넘어가게 됐죠. 저 하나를 위해 3시간씩 진지하게 설득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결심이 섰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라고 말했더니 ‘입당원서 쓰세요!’라고 얘기하더군요. 저는 김 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밖에 나가 입당원서를 썼죠.”


추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구 출마로 방향을 잡았다. 법조 출신 여성의 경우 배려차원에서 비례대표로 시작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추 위원장 생각은 달랐다. 원래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었고, 정치 지망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생각에 수도권 지역구에 도전했다. 유권자를 직접 만나 설득하고 표를 얻어 당선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어 3선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온몸 사수…"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


인터뷰를 하던 중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법 논쟁이 가열되던 지난 7월, 기자회견 도중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그래서일까.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추 위원장의 생각은 단호했다.


“꿈을 만들어주고, 꿈을 간직해주고, 현실이 되게 도와주고 하는 게 정치의 역할입니다. 저는 우리 젊은 층들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간직한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정상적으로 근로조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를 내버려두면 젊은 층들은 빠른 시일 내에 사회에 실망을 하게 되죠.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의 취지를 지키려했던 것도 '젊은 사람들의 꿈이 헛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죠. 설령 부모의 능력이 안된다 해도 사회가 그 꿈을 장려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제가 어릴 적 꿈을 현실화했던 것처럼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비정규직 보호법을 놓고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격돌하는 등 자신이 지닌 강성이미지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안 원내대표처럼 법안 상정을 강요할 때 어쩔 수 없이 눈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야 하지 않겠어요. 정치적 역할 때문에 강해 보이는 거죠. 사실 정치 외적인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장을 보러 갈 때는 편한 운동복에 샌들을 신는‘시장 패션’으로 다니고, 아이들하고 농담도 잘해요”


요리가 재밌는 '워킹 맘'…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은 100% 셀프


추 위원장 역시 집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이기도 하다. 일을 할 땐 누구보다 매섭고 완벽을 추구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요리책을 보면서 새로운 음식 개발에 더 재미를 느끼는 전형적인 ‘워킹맘’이다. 이젠 정치인에게도 패션감각이 필요한 시대지만 '추미애 스타일'은 아직 100% 셀프로 만들어지고 있다.


의상은 옷장을 확 열어 손에 감각적으로 잡히는 것을 골라 입는다. 추 위원장은 오랫동안 애용해왔다는 자신만의 고난도 의상선택법임을 은근히 자랑했다. 인터뷰때 입은 노란색 자켓도 연예, 스포츠 매체임을 배려한 것이란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도 추 위원장 손끝에서 연출된 것이다. 헤어 롤을 머리에 돌돌 감아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연출하기도 하고 때론 바쁠 땐 헤어 아이롱을 쓰기도 한다. 추 위원장의 화장법은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내추럴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미적 측면에서 추 위원장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직접 저를 만나면 사진 보다 실물이 낫다고 하더군요. 사진이나 화면은 볼살이 너무 강조되서…. 농담 삼아 보톡스를 맞던지 해야 겠다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개그콘서트 즐기며 개인기도 연마…"'참 쉽죠잉~, 기본이죠?"


인터뷰 말미에 추 위원장은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개그콘서트'를 꼽았다. 개그맨 박지선씨의 ‘참 쉽죠잉~’ 등 성대모사와 같은 비장의 '개인기'도 연마했다.


드라마도 많이 챙겨 본다. 유학시절에는 고(故) 최진실의 '장밋빛인생'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와 식음을 전폐하고 3일 밤낮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도 있다.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추 위원장은 이후 최진실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홈페이지에 추모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추 위원장의 애정과 눈높이는 딸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깊고 넓어진다. 전직 판사였던만큼 연예계 최대 이슈인 2PM에 관한 의견도 물어봤다. 추 위원장은 2PM이란 이름을 꺼내기가 무섭게 재범의 이름을 입에 올려 젊은 감각을 과시했다. 이른바 '짐승 아이돌'은 국회의원에게도 어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감한 사안이라 뭐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깝지요. 어렸을 때 일이고 또 반성하고 있는데 팀 탈퇴는 너무 극단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기에서부터 정치와 대중문화를 넘나든 추 위원장과의 대화는 명쾌한 달변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추 위원장은 '두 얼굴의 정치인'이다. 그는 평범한 이웃과 다르지 않은 3남매 둔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다. 하지만, 정치라는 링에 오르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서는 끝장을 보고 마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소신파' 추다르크의 시선이 또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사진=김용덕 기자>


[스포츠서울닷컴 정치팀 ptoday@media.sportsseoul.com ]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





IP : 123.215.xxx.15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위드
    '09.9.10 2:20 PM (123.215.xxx.159)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32&articleid=2009...

  • 2.
    '09.9.10 2:52 PM (211.206.xxx.142)

    곧으신 분 이라고 보는데
    다시 왕성한 활동 기대해봅니다.

  • 3. ...
    '09.9.10 3:06 PM (129.78.xxx.102)

    “꿈을 만들어주고, 꿈을 간직해주고, 현실이 되게 도와주고 하는 게 정치의 역할입니다"

  • 4. phua
    '09.9.10 3:12 PM (114.201.xxx.155)

    노통탄핵 때 "" 쓰레기 조선""을 일고 있는 당신의 충격적인
    모습을 난... 왜 잊어 버리지 못하는지...

  • 5. ....
    '09.9.10 3:18 PM (211.206.xxx.142)

    phua 님 모든판단의 기준이 노무현 대통령에대한 충성도가
    기준이 되는건가요?

    추미애의원 조중동에 가장 극하게 싸운걸로 아는데
    옛날 조선인지 동이 기자들과
    추미애의원 심하게 충돌하고 추미애의원이 가장 혐오하는게
    조중둥과 조중동 기자들이라고 해서 한번 시끄러워던적
    있지 않았나요?

    노통과 추미애 의원과의 대립은 노통에게도 어느정도
    원인이 있었던거 아니었나요?

    노통 대선당시 가장 열심히 노통 당선위해 뛰었던 사람이
    추미애의원 이었는데...

  • 6. 저도
    '09.9.10 3:31 PM (116.120.xxx.86)

    언제나 추미애의원을 얘기할때 노통탄핵을 문제 삼는 사람들 정말 이해할수 없어요?
    왜,, 노통탄핵만 가지고 그러시나요?
    노통후보시절 같이 끝까지 연설하고,, 노통이 추미애도 있다라고 한것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통에 탄핵에 찬성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정치생활에 대한 모든 기준을
    바꾸는것 정말 황당하고...
    조선일보 읽으면 안되는지요?
    정치인이라면,, 조중동과 다른 모든 신문도 읽으면서 조중동에 세뇌당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 더 좋은것 아닌가요?

    노통탄핵한 사람들은 모두 제대로된 평가도 못받아야 되는지..
    정말 이해할수 없슴...
    노통의 노선에 반대할수도 있고,, 같이 찬성할것은 찬성할수도 있는것이지..
    뭐든지,, 우선순위가 노통에 yes인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것인지...

    노통도,,DJ도 우리의 모든 맘에 100% 맞는것은 아닐수도 있는것이지...
    하지만,, 100%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가장 열심히 뛰시고
    국민을 사랑한것이 더 느껴져서 존경받는것 아닌지...

    참,, 노통탄핵때 찬성한 사람들만 정치해야 하고..
    옳은 사람이라 느끼는지,, 정말 이해불가....

  • 7. 어쨋든
    '09.9.10 3:33 PM (116.120.xxx.86)

    추위원님,,,
    더욱더 비정규직와,,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애써주세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더욱더 자기 꿈을 성취할수 있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 8. ^^
    '09.9.10 6:17 PM (121.130.xxx.144)

    워드님 덕분에 좋은 글 읽었네요.
    똑똑하고 좋은 머리리 좋은데 쓰는 추의원이 너무 멋있네요.

  • 9. ㄹㄹ
    '09.9.10 6:26 PM (61.101.xxx.30)

    기대하고 있습니다.

  • 10. ;;;
    '09.9.11 10:44 AM (122.43.xxx.9)

    그 탄핵참여 사건만으로 평가절하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
    딴지 총수는 추미애씨를 드물게 컨텐츠가 있는 정치인이라고 했던거 같아요.

    추의원이 국민학교때
    반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무시당하던 친구가 선생님에게 억울하게 혼나는 상황을 보고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당찼던거 같아요.

    근데 채시라는 쪼끔 오바...^^
    (김전대통령이 칭찬을 과하게 해주는 타입인거 같아요^^)
    지금 활동안하는 아주 옛날 텔런트 누구랑 좀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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