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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도 나는 네가 그립다

아줌마 조회수 : 865
작성일 : 2009-09-02 10:05:06
오늘 아침에도 쪽지가 왔습니다.
업무상 메일을 열어야 하는데 이젠 메일 계정도 바꿔야 하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그곳도 춥다고 한국도 춥다는데 나갈때 가디건 하나라도 걸치고 나가라고 한 줄입니다.
2년만에 지난 여름에 그를 집에서 만났습니다.
급한 출장길에 그래도 제 얼굴 한번 보고 싶다고 하는걸 집으로 오라고 해서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 내 아이 이래 하고 보여줬습니다.
잠깐 집에 머문 30분동안 서로 눈도 못 마주치고 허둥대다 보냈습니다.

그를 알고 지낸건 30년입니다.
서로 좋아한지도 30년입니다.
왠지 그와 연애라는걸 한다는건 정말 낯간지러운 일이었고 당연히 제 옆에 있는 친구인줄 알았습니다.
그도 여자친구가 있었고 저도 남자친구가 있었구요.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한두번 보고 밤늦게 전화로 수다떨고 그렇게 남매처럼 지냈습니다.

그러다 전 정말 하루밤의 실수로 아이가 생겨서 지금 남편과 결혼을 했고
제겐 실수였지만 남편에겐 의도적이었다는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는 유학을 갔습니다. 공부를 잘했거든요.
그리고도 우린 한두번씩 안부전화를 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남편도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바람벽이 있더군요.
여자가 집으로 전화를 하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둘째 아이 임신중이라 넘어가고 다신 안 그러마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3년후에 남편이 계속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남편에겐 그건 골프나 쇼핑 같은거라고 합니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난 너와 가족을 사랑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하루도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지만
다 마음먹기더군요.
제가 아버지가 없이 자라서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꼭 있었으면 했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마음으로나 좋은 아버지입니다.

그렇게 남편과 정말 가족처럼 살기 시작했고
그에게 이런 사실을 얘기했습니다.

처음으로 그가 제게 얘기했습니다.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널 기다리고 있다구요.
저와 결혼 하려다가 엄마의 반대와 저의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유학을 간거라구요.
그렇게 3년을 또 우린 서로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몇년만에 친구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서 잠깐 보고
이번에 다시 봤습니다.

절 기다리지 말라고
저 잘 살고 있다고
이젠 그렇게 아파하지 않는다고 나름 행복하다고 눈으로 얘기했습니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여자 만나서 어머님 소원대로 손주 하나 낳아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처음으로 이 얘길 합니다.
저도 많이 힘들거든요.
좋은것을 봐도 무언가 하고 싶어도 그가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전 제 아이들을 많이 사랑합니다.
세상엔 내 욕심보다 지켜야할게 많다는것도 압니다.

그가 좀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평생에 딱 하루만 자기에게 준다면
남은 평생 그 추억으로 행복할거 같다는데 그걸 못 들어주겠는 제가 참 이기적입니다.
그 하루때문에 제가 평생 너무 힘들거 같아서요.

**아 정말 사랑해 행복하길 진심으로 빈다.
IP : 211.200.xxx.16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잊어야겠지요...
    '09.9.2 10:09 AM (118.216.xxx.112)

    아프고 힘들어도 잊으셔야 겠지요...
    님을 위해서 또 다른 그 사람을 위해서...
    바람핀 남편을 미워하면서
    님도 또한 맘에 다른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면
    이중적인게 되겠지요...

    제게도 그렇게 지나놓고 나서 깨달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달려간후에
    아주 너무 늦게 서로 과거의 사랑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맘으로 서로 뒤돌아 각자의 길을 계속가고 있습니다...

    저나 그 사람이나
    그때 서로 사랑했었다는 행복만 간직하고 있구요...

  • 2. ...
    '09.9.2 10:12 AM (203.171.xxx.11)

    그땐 그랬지... 추억으로 남기세요.
    윗분 말씀따나 님이 계속 사랑이라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면
    남편분과 그리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분도 맞는 짝이 있을테니까요....

  • 3. 저같음...
    '09.9.2 10:57 AM (222.106.xxx.33)

    딱 하루...그에게 주겠습니다...
    진심으로 주겠습니다...

    세월을 많이 살아본 아짐입니다...

  • 4. Celia
    '09.9.2 11:03 AM (94.22.xxx.101)

    마침 Cat power의 Time is the great healer를 듣고 있었는데...

    글 속에서 님의 아픔이 느껴지네요..

    ...어깨 빌려 드려요..비록 온라인상이지만.. ^_^;

  • 5. 30년동안
    '09.9.2 11:59 AM (125.186.xxx.170)

    좋아했는데 왜 연애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지금에와서는..안타깝네요..

  • 6. 아줌마
    '09.9.2 12:16 PM (211.200.xxx.166)

    너무 어려서부터 같이 지내서 사랑인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사랑인줄 알았을때 그의 엄마가 무서웠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절 딱 친구까지라고 너무나 우아하게 암시하셨거든요.
    제 스스로의 자격지심도 강했구요.

    정말 보내야 한다는거
    제 맘에서 정말로 보내야 한다는거 압니다.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연락을 끊으면 더 자극할거 같아 평소처럼 장난처럼
    아무렇치 않게 대하려 하지만 돌아서서 3,4일은 앓습니다.
    지난 여름 그가 집에 다녀간 후 저 정말 꼼짝도 못하고 앓았습니다.
    이틀을 그렇게 죽게 앓고 아이들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단 하루 정말 주고 싶습니다.
    30년동안 그 흔한 입맞춤도 못해본 우리기에 그 하루에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을거라는건,
    그가 원하는 하루가 그런 날들이 아니라는걸 저도 알고 그도 압니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을 못하겠어요.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 7. 원글님처럼
    '09.9.2 1:04 PM (124.54.xxx.16)

    제가 원글님이라면,, 내 일이라면 저도 더이상 못하겠다고 하겠지만 ...
    남이니까 말하렵니다.

    거짓말하기 싫으시면..

    본인에게도 거짓말 하지마세요.
    앓는다 하셨잖아요.
    묻어버리고 거짓말 안하고 살면
    그게 참이라고 생각하세요?

    거짓말은.. 나 살자고 하는 게 거짓말의 진짜 용도에요.

    근데 님은 다른 사람 위해 거짓말 못한다 하시면서 힘들잖아요. 죽겠잖아요.
    참말하면 안 힘들까요?

  • 8. 음....
    '09.9.2 2:29 PM (220.124.xxx.131)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하루를 같이 보내면
    더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그 하루가
    님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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