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82008&table=seoprise_12
나는 인동초다
(서프라이즈 / 열받은넘 / 2009-08-23)
그날
동경 거리의 구석진 호텔방에서
욕조에 담아 염산으로 녹여 흘려 보내자는 말을 들었을 때도
두렵지 않았다.
현해탄을 가로지르는
목이 꺾일듯한 바닷바람이 부는 선상에서
굶주린 상어떼의 표독스런 이빨 사이로 내 머리통이 드리워졌을 때도
나는 두렵지 않았다.
칠흑의 감방에서 끌려나와
사악한 미소를 머금은 야수 앞에 무릎 꿇려
사형선고를 받을 때도
나는 결코 두렵워하지 않았다.
내가 두려운 건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건
비록 적들의 칼날에 베이고 찢겨 넝마가 된다해도 내 육신의 말살이 아니다.
내가 두려운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말살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쇳조각도 씹어 삼킨다는 젊은 시절에도 그것만은 두려웠고,
꿈조차 꾸지 못하는 여든 다섯의 노구에도 그것 때문에 신새벽 잠을
수없는 가위눌림으로 지새곤 했었다.
나는 지금 죽은 내 육신을 본다.
사랑하는 아내의 눈물을 본다.
나보다 먼저 떠날까봐 걱정했던 내 아들이
야윈 손길로 나의 영정을 쓰다듬는 모습을 본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다.
머리 위에서 천사들의 해맑은 웃음 소리가 들리고,
멀리 서녘 하늘엔 관능미 넘치는 관음보살이 살풋이 눈웃음을 치고 있다.
나는 떠난다.
비록 억압의 시련과 굴종의 좌절을 겪은 곳일망정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한 없는 영광을 안겨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님들 곁을 이제 떠나간다.
그러나
천사들과 에덴 동산에서 즐겁게 노닐더라도
관음보살과 룸비니 동산을 설레이며 거닐지라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북풍한설에 말살될 지경이라면,
나는 지체없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는 인동초다.
(cL) 열받은넘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82008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는 인동초다
dbrdlclfrhd 조회수 : 465
작성일 : 2009-08-24 14:19:57
IP : 219.251.xxx.14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dbrdlclfrhd
'09.8.24 2:20 PM (219.251.xxx.142)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82008
2. ..
'09.8.24 2:29 PM (110.11.xxx.162)아마도 고인의 마음 속 절절한 심정일듯 합니다.
3. .....
'09.8.24 3:40 PM (124.51.xxx.174)당신의 피와 뼈로 안겨주신 민주주의
.
.
.
지키지 못했어요. 너무 편하게 살아서 당연한 건줄 알고
죄송하고 죄송합니다.4. 눈물
'09.8.24 6:25 PM (211.211.xxx.195)구구절절 눈물나는 글입니다
옮겨갈께요 너무 슬프네요...
부디 하늘나라에서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불쌍한 우리국민들을 굽어 살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