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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모님의 부부싸움 문제..(글이 길어요..)

답답.. 조회수 : 1,026
작성일 : 2009-08-21 13:34:56
무엇이든 문제가 터지면 저희 집은 꼭 돈이 안 끼는 경우가 없네요.. 휴...

일단 제 고민보따리 부터 풀어볼게요..

시집가서 딸아이 하나 낳고, 남편과 알콩달콩 뱃속의 둘째까지 잘 키우고 있는 아기엄마랍니다.
제게는 아직 할아버지라고 불리기엔 약간은 젊다 싶은 친정엄마와 아빠가 계세요.
그리고 2살 터울의 장가 안간 친정오빠도 있고요.

어쩌다보니 친정오빠나 저나 지방출신인데 서울로 취직을 했고, 전 서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살고 있지요.
친정오빠 역시 서울에 취직했기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작년에 친정오빠가 사고를 쳤어요. 결혼자금 겸 해서 친정부모님께서 그동안 모으셨던 돈 4천만원을 친정오빠 집 전세자금 하라고 줬거든요. 하지만 그 전세자금이 집주인이 떼먹고 날라서 전세집은 경매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며 그 집이 세입자가 많은 건물에 사채까지 끌어서 지은집이라 한푼도 못 받고 길거리에 나 앉게 생겼지요.
적어도 경매가 끝날 때까지는 살 수 있기에 경매가 미뤄진 지금까지 그 집에서 살고는 있답니다. 전세 5천5백짜리 집이었고요, 친정오빠가 서울로 올라가서 2년 동안 쥐꼬리 월급받고 힘들게 일하며 모았던 천오백까지 전세금으로 넣었는데 홀랑 털어먹고 빈털털이로 있는 신세지요.
암튼 친정오빠가 그 꼴이 되기 전 저희 집에는 아무런 걱정,근심이 없던 몇년이 있었답니다.

어릴 때 부터 저희 집이 항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집이었어요. 계주가 20년 전 당시 4천만원이라는 저희집 곗돈을 들고 도망갔고,
그 일이 있은 후에 저희아빠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가 되시고, 면허취소상태에서 운전하시다가 걸려서 벌금 물고, 또 물고, 거기다 교통사고나서 차까지 폐차직전까지 가서 다시 수리하고..

친정엄마는 어린시절 참 유복하게 자라 어찌어찌 중매로 아빠를 만나서 결혼하신건데 아빠는 어린시절 못살아도 너무 못살았고,
태어나자마자 없는 집에서 태어났다고 아랫목에 죽으라고 던져놓기까지 했지만 안 죽어서 할머니가 다시 거둬드린 자식이라고 해요.
자라온 환경도 너무 틀렸지만 성격도 너무 틀린 두분이 만났고, 저희 엄마는 없는 집에 시집왔으니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돈도 모으고 했지만
돈 모아놓으면 아빠가 사고쳐서 한순간에 털어먹고 그러다 지치고 지쳐서 아빠한테 가계부도 맡겨버리셨거든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알아서 관리하고, 생활비만 달라고...
그 결과 참 어렵게 살긴 했지요... 그리고 엄마의 친정집인 외갓집은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하고 거기다 다들 잘 살아요...
근데 아빠의 친정집인 친가는 형제끼리 사기를 쳐먹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못하고, 5형제 중 큰아버지와 넷째인 삼촌만 자수성가해서(형제 등쳐먹고도 성공했지요.) 잘 살고 있어요. 그중에 셋째인 우리아빠는 큰아버지와 삼촌에게 사기를 당하고서도 그저 내 형제니까 이해해야지 허허허 이런 대인배 정신으로 살고 계신 분이구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나간 일은 되묻지 말자가 저희아빠 혼자 지키는 신념일 뿐...
옆에서 보면 그저 한심할 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친정엄마는 외갓집에 가서도 당신엄마인 외할머니께 용돈 한푼 맘놓고 드려보신 적이 없었어요.. 되려 멀리 시골까지 왔다고 외할머니께서 당신 딸에게 차비하라고 돈주시고, 저희가면 외손주 왔다고 용돈 한웅큼 쥐어주시고 그러셨어요..
저희엄마 외할머니 돌아가실 때 까지 이게 평생 가슴에 한으로 맺혔구요. 친정아빠가 외할머니 잘 사시는데 돈 준다고 도끼눈을 뜨고 보시니... 생활비 타서 쓰는 친정엄마는 비자금 만들 그런 생각도 못하신 분... 에휴.. 답답하죠...
반면 저희아빠는 할머니 2주마다 생활비겸 용돈해서 쓰시라고 2,30만원씩 드리고 오세요. 할머니는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못하셔서 자식들과 멀리 떨어진 동네에서 사시는데 용돈이랑 생활비 드리는 자식은 저희아빠랑 삼촌 뿐이고요.. 나머지 자식들과는 연락도 잘 안하시구요. 저희는 할머니한테 용돈은 커녕 백원짜리 동전 하나 받아본 적 없었어요.

친정엄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엄마랑 시어머니랑 너무 차이가 나잖아요..
그걸 30년동안 참고 살았는데 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폭발하는 대 사건이 발생했어요.

아빠께 나이가 18살 정도 차이가 나는 막내동생이 있는데(저에게는 막내삼촌) 어릴 때 공부를 너무 잘해서 지방에서 서울의 K대 법대를 들어갔어요.
S대법대 갈 수 있었지만 당시 수능 볼 때 어른들 말씀으로는 공부 안하고 놀아서 어쩔 수 없이 K대 법대를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여튼 공부하라고 서울로 보내놨더니 얼굴도 잘 생기고, 인기도 좋았던 막내삼촌이 공부는 안하고 놀았던가봐요.
대학 졸업은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어서 대기업 취업은 했어도 초라했던가봐요.
거기다 당시에는 KTX같은 고속열차가 나오기 전이라서 명절 때 지방으로 내려올 때 마다 비행기 타고 다녔고요.
대학 다닐 때 자취방 월세비조차 본인이 아르바이트해서 내본적 없고 다 형들이 대학등록금 대주고, 달달이 용돈 보내줬고 결혼할 때도 형들이 돈 모아서 장가 보내줬어요.
막내삼촌은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세수하고 다 했던 셈이죠. 그렇게 어려운 거 모르고 나이차 많이 나는 형들 도움 받고 자라서 그런지
무능력한 저희 막내삼촌은 지금 이혼남에 백수인데도 일도 안하고, 경기도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 월세를 살고 있습니다.
그저 형들이 보태주겠지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군요.
형님들도 그런 막내삼촌이 징글징글하고 철이라도 들으라고 연락 딱 끊고, 일체 돈도 안 보내주는데...
저희 아빠만 유독 그런 막내삼촌이 불쌍하다고 엄마 몰래 돈을 보내주다가 얼마 전에 들키셨어요.

막내삼촌이 신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건강하며 사지육신 멀쩡하고, 가방끈도 집안의 누구보다 긴 사람이고, 머리도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나이도 인제 40인데 곧 환갑인 형님이 노가다해서 힘들게 벌은 돈을 그런 백수 동생에게 아내 몰래 돈 보내주다 들통이 났으니 대 사건이죠...

제가 마침 여름이라 아이 데리고 친정 내려가 있을 때 들통이 났었어요. 엄마가 아빠한테 그 말씀을 드리니 아빠가 눈이 똥그랗게 커지면서 그렇게 당황하시는 표정은 제가 평생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아빠도 내심 미안해하시고 계셨지만 들킬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셨던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핑계지만 집세도 밀려있고, 하도 불쌍해서 100만원을 붙여줬다고 하셨어요.
저나 엄마나 너무 화가나서 아빠께 말씀드렸죠. 그건 삼촌을 돕는 것도 아니고 아빠는 오히려 사람을 더 쓸모없게 만든느거라고...
엄마는 친정오빠가 사고치고 나서 몸이 안 좋아 쉬었던 일을 다시 다니고 있으신 거였고, 자기 아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 줄 알면서도 철없는 막내삼촌을 도와준다고 몰래 돈 붙여준거에 엄청나게 화가 나 있으시고요.

아빠가 지금 멀리 섬에서 막노동하면서 일당 10만원을 받고 일하고 계세요. 이 무더위에 막노동하는게 쉬운게 아니잖아요. 그것도 객지에서 아내도 못 보고 몇주일을 섬에 갇혀서 힘들게 일한 돈인데...
그 일로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제가 아빠한테 전화통화로도 말씀드리고 했는데 아빠는 당신이 번 돈으로 불쌍한 내 동생 도와준거라고 되려 저희보고 간섭하지 말라며 성화시네요.
근데 그건 진정 동생 도와주는게 아니잖아요... 막내삼촌은 계속해서 아빠한테 손을 벌릴거고... 전 정말이지 막내삼촌도 정떨어지지만 아빠한테도 이번일로 너무너무 실망이크고 화가나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요.

몇일 전 아빠가 약주를 많이 하시고 저에게 전화가 왔더군요.
평소에도 약주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서 또 무슨 주정을 늘어놓으실까 했는데 엄마를 가만 안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시더군요.
무슨일이냐고 여쭈니 아빠가 한 2주를 쉬다가 섬에 일하러 들어가신지 나흘만에 인제는 일을 그만두고 나와서 고용보험이나 타먹고 올해는 쉬겠다고 하셨대요.
아빠가 7월,8월 더위를 넘 많이 타셔서 일은 거의 못하시고 집에 오는 날이 더 많았던 관계로 일한 날이 열흘 밖에 안된다고 차라리 집에와서 출퇴근하면서 일하러 다니겠다고 하셨더라구요.
그때 엄마가 막내삼촌한테 돈이나 몰래주고 사고 쳤으니 그 돈만큼 더 벌 때 까지는 집에 오지 말라고 하셨대요.
그 말을 듣고 아빠가 그건 그때 끝난 얘기인데 왜 얘기를 또 꺼내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느냐고 전화로 한바탕 싸우시고 화가 안 풀리셔서 저한테 전화를 하신거구요.
그리고서는 저한테 몇일 내로 집에 내려갈 것이고, 집에가서 엄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저한테 말씀하시더군요.
엄마도 쌓이고 쌓였던 것들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고 이번일을 빌어서 예전에 있었던 일도 가만 안 있을 거라고 하시구요.. 시댁일이라면 그저 네네 하고 참고만 있었던 엄마도 시금치라면 인제 질색이라고 다신 상종도 안할거라고 하시구요..

어제 4주후애 라는 프로그램을 티비에서 보게 됐는데... 정말 부부문제는 답이 없더군요.
하지만 치료후에 달라진 부부들의 모습을 보니까... 저희부모님이 떠올려지면서 가슴한구석이 답답해오더군요.

저희 부모님 곧 있음 손주가 둘이나 있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시는데... 아직도 시자 들어가는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계시니...


제가 주제넘게 친정부모님 문제에 껴서 고민하고 있는걸까요? 전 막내삼촌 문제는 정말 친정아버지를 어떻게 해서든 아니라고 말씀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너무 답답해요..
그저 당신이 맞는거라면 절대로 굽히지 않는 분이시라서...  부부클리닉 같은 곳을 한번 물어봐야할까요?
정말 아빠가 엄마한테 해라도 가하진 않을까 혹은 아빠가 욱하는 성질에 잘못되지 않으실까 너무 겁부터 나네요..
제가 친정으로 내려갈까요? 휴.. 옆에서 지켜만 보자니 너무 답답하네요...
친정오빠는 이번 일을 모르고 있는 상태고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10.11.xxx.9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09.8.21 1:54 PM (122.34.xxx.48)

    너무 신경쓰이시겠어요...당연하죠 친정이 편해야 나도 편한데...
    아버님 문제 있으세요. 그치만 해결방법이라고 딱히 말씀을 못드리니 참...
    두분이 잠시 떨어져 사시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 2. 동경미
    '09.8.21 2:18 PM (98.248.xxx.81)

    한참 재미나게 아기 키우며 남편과 알콩달콩 사시는 것만 신경쓰기에도 바쁠 예쁜 시간들인데 친정 걱정에 가슴 아파하는 원글님의 마음에 제 마음도 아프네요. 저도 그다지 낯선 얘기가 아니라 더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저희 친정도 두 분이 늘 불화가 많으셨어요. 재혼가정이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다 보면 두 분이 다 힘든 성격이세요. 저도 어려서는 엄마가 늘 희생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도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어 살아보니 엄마도 불쌍하지만 아버지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 아버지와 살라온 엄마만 힘들었던 게 아니고 엄마같은 아내를 만나 살아온 아버지도 절대로 행복하지는 않았겠다 라는 생각이지요. 손바닥이 마주쳐야 싸움이 된다고 우리의 눈에 다 보이지 않은 부부 만의 문제점들이 있을 거에요. 아버지가 다 잘못하시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다 잘하시는 것도 아니고...자식의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요.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원글님, 너무나 냉정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두분은 그런 세월을 오래 보내오셨기 때문에 사실은 원글님이 느끼는 만큼의 고통이나 절박함을 느끼시지 못한답니다. 말로는 원망하시고 화내시고 당장에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둣이 말씀을 하셔도 그것 또한 그분들의 일상의 한 부분이에요. 이렇게 담담한 듯 말을 하는 저도 옆 동네도 아닌 미국에 살면서 엄마의 하소연을 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같이 화내주고...하면서 살아왔지요. 아버지를 늘 미워하면서요. 우리 엄마가 혹시 나쁜 생각이라도 하시면 어쩌나 가슴 졸이며 남편도 모르게 베개 적신 일이 아주 많았어요.

    저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엄마의 눈물 섞인 하소연이나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들으면서 한 귀로 흘릴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조언도 동조도 삼가고 그저 들어드리고 간간히 조심스럽게 아버지 편도 얘기해보고 그러면서 제 마음을 조금씩 친정문제로부터 분리시켜가니까 오히려 두분의 문제들도 사그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어요. 예전처럼 엄마 전화 한 통에 숨 넘어가서 밤새 잠 못 이루고 이 궁리 저궁리 하느라고 내 가정에 소홀해지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 거지요.

    원글님의 가정은 현재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그 자리입니다. 친정 걱정에 마음을 많이 쓰시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내 가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답니다. 이기적인 얘기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 아버지는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른이고 님의 아기들은 지금 한장 손 많이 가고 엄마의 마음을 다 주어도 모자랄 시기에요. 엄마가 무언가 모를 일로 늘 상심하고 마음 한 쪽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아이들 기가 막히게 잘 안답니다. 말로 표현을 못할 따름이지요.

    막내 삼촌과의 일들, 아버지의 막무가내의 행동들, 어머니에 대한 가슴아픈 마음들, 한 구석에 묻어두시고 친정의 문제들로부터 분리하시는 노력을 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세월이 가도 두분이 마음의 변화를 느껴 해결하시지 않는 이상 주변사람 아무도 도움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쓰면서도 손이라도 잡이드리고 싶게 정말 많이 아프네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출가 후에까지도 부모의 일로 눈물 짓게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 3. 원글님
    '09.8.21 2:19 PM (211.57.xxx.90)

    친정아버지 친정오실때 님이 가계시면 안될까요? 아버님 말씀이 너무나 무섭잖아요. 그래야 어머님도 편할테고요. 꼭 그렇게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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