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합니다
'진리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준 사람'
큰 고통입니다. 예견된 이별이어서 더 아픈가 봅니다. 몸살이 나려고 합니다. 열 시간째 자판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고 글자 한 자를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참 많은 것을 님으로부터 얻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님은 내게 밤 하늘의 별처럼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사람들의 사나운 눈초리 속에서 남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듯이 님을 가슴 한 구석에 감추었고 산책길을 걸으며 혼자 싱글거렸습니다.
내가 살던 그곳 사람들은 알지못할 언어로 님을 저주했고 나는 홀로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님편에 서서 님을 독점한듯이 즐거워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님을 버렸으므로 나 역시 돌아앉아 그 세상을 버렸습니다.
님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흥사단 4층 강당에서의 강연부터 열번쯤 따라다녔던 연설회. 그 와중에 백골단에 잡혀서 관악서에서 경찰서 유치장 경험.
87년 단일화.. 나는 일관되게 님을 지지했고 지금에와서 님의 결정이 옳았음이 밝혀진 것을 저의 큰 명예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는 길은 결코 독재자 1인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군부세력만 물리치면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되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의 투쟁입니다. 그 투쟁은 순전히 내 안에서 일어납니다. 내 안의 인간성과 야만성의 싸움입니다.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된 용기와 간단하게 약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내안의 비겁과의 싸움. 민주의 본질을 밝혀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의 정통성있는 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삼들은 정통성 있는 민주의 길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참된 그것은 보편적인 인류 양심의 편에 서는 것, 역사의 편에 서는 것, 진리의 편에 서는 것, 신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좌표를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님의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저런 사실을 두고 옳다 그르다 말들 하지만 대략 바보같은 짓입니다. 노무현님 유서 한 줄을 보고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이라는 것을 내뱉을 자격이 없듯이.
님의 연설 한 마디를 듣고도 판단이 안 선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가려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포착하는 눈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잘못을 논하려 하지만 어리석은 일. 민주로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며, 님의 과업은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일 뿐,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 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을 끌어내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식의 말은 필요없습니다. 다만 님 외에 사람이라곤 없었을 뿐입니다. 내가 애타게 사람을 찾을 때 님이 홀로 우뚝했습니다.
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별처럼 빛나는 인류 지성들과 닿아있다는 인식. 내가 보편적인 인류양심의 편,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신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는 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얻은 것을 어떻게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은 한국의 21세기를 설계했고 그 설계는 신의 계획 안에 있는 것이었다고 나는 증언할 것입니다.
http://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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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준 사람' - 김동렬
... 조회수 : 255
작성일 : 2009-08-19 06:02:25
IP : 218.157.xxx.20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존경합니다
'09.8.19 11:44 AM (114.204.xxx.148)예전 서프라이즈에서 김동렬님의 글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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