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존경하지 않느냐?

[깜장이 집사]

예전에 인도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2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며 여러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때 어느 인도인이 저에게 묻더군요. 어디서 왔니? 남한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잡지의 표지를 보여주더군요.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너의 나라 대통령 맞지?
응. 맞어.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인도인들은 모두 간디를 존경해. 그리고 그 인도인들 중에 한 사람은 확실히 간디만큼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해.
그 한 사람은 바로 나야. 난 니가 참 부럽다.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잖니.
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왜 모르겠냐며 그는 저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설명을 듣다가 그에게 물었죠.
넌 나에게 설명을 하려는 거니 아니면 설득을 하려고 하는 거니?
저의 짜증에 그는 당황하고 의아해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요.
그가 얼마나 존경할만한 존재인지를요.
국내 사정을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던 그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저보다 나았습니다.
지역감정에 매몰되어 긍정적인 평가조차도 두려워하는 반쪽짜리 나라의 소시민들.
그는 매섭게 몰아쳤습니다.



그가 그러더군요.
넌 언젠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거야. 어쩌면 내가 그를 존경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를 존경하게 될거야.
그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그 인도인은 어떤 심정일까요? 저만큼 마음이 아플까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의 강렬한 말투가 떠오릅니다.



머리가 멍합니다.
한 해에 훌륭한 지도자 둘을 떠나보내는군요.



엉엉 울었습니다.
권양숙 여사님이 이희호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 기사에 딸린 사진을 보다가 또 울었습니다.
80넘은 어르신이 엉엉 우는 모습에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조기 달러 갑니다.

[...]

그렇죠. 평생 비폭력 투쟁을 외쳤던 그분. 간디와 겹쳐 보이네요. 참 유머가 넘치던 분이어서 좋아했는데.. 가시는 길도 편치 않으신것 같아 더 슬퍼요.

[▶◀웃음조각]

대한민국엔 간디가 2분 계셨죠. 두분이나 계셔야 했을 만큼.. 척박한 나라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