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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간의 슬픔에서 일어나, 다시 깨어 있기 위하여...

정의 아내 조회수 : 416
작성일 : 2009-07-11 14:34:14
벌써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5월 23일 바로 이 무렵에
짧은 글 올리고 뛰어나갔더랬습니다.

멀리 있어서, 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집에서 애 태우셔야 하는 분들 대신
대한문 앞에 나가 다른 님들과 끌어안고 한 판 울어보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정신 없는 49일을 보내면서
컴터를 열 때마다 자게에 들어와는 보았지만
글을 올릴 엄두를 못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벅차고 버거웠나 봅니다.

어제 대한문 일정이 모두 끝난 후
몇몇 분과의 뒷풀이 자리에서 제가 건배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할 겨를이 없이 제 입에서
'이제 벌떡 일어나 다시 투쟁!'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 입에서 멀지 않은 제 귀조차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투쟁!'에 좀 놀란 모양이었고,
제 일행들도 잠시 흠칫! 하는 기척이었지만
곧 모두 아무 말 없이 '투쟁!' 따라 하고 조용히 잔을 올렸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49일 간의 애도에도
아직 저는 눈물을 다 덜어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아직 시작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 못했던 말, 하지 못했던 생각,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 속에 그득 차서
감히 슬픔인지 눈물인지 세상에 내 놓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오늘 다시 컴터를 켜고
어제 있었던 일들을 여기저기 올라온 글들을 통해,
그리고 제가 보고 겪고 생각한 일들을 기억에서 되돌려 곱씹어 보았습니다.

이젠 어떤 일들이 생길까...
우린 다 어떻게 살게 될까....
나는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고 안개 속처럼 뿌옇지만,
길거리에서 붙잡혀 가는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깜깜하기까지 하지만,
그저 이전에 가던 길을 묵묵히 갈 수 밖에 없다는 것만 분명합니다.

49일 전에 비해 제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 기사들에선 어제 한명숙 총리가 하신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슬퍼만 하지 말고,
잠자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하고,
숨어 있지 말고 나타나야 하고,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남겨진 몫이다"

깨어, 나타나, 침묵을 깨고,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4시, 서울역에서 열리는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 추모의 날'에
머리 수 채우러 나가 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IP : 211.212.xxx.8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09.7.11 2:42 PM (220.70.xxx.98)

    부끄럽습니다..ㅜㅜ
    숨지 않겠습니다.
    나타나야 할 때 꼭 나타나겠습니다.

  • 2. 유채꽃
    '09.7.11 2:45 PM (173.52.xxx.28)

    마음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을 님께 바칩니다.
    오랫만이군요. 정의아내님.
    그렇잖아도 님의 안부가 궁금해지던 참이었습니다.

    비록 그 현장에 함께하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할 거라는 거, 약속합니다.
    함께할 수 없다는 현실이 절 힘들게 하지만, 님같으신 분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그리고 죄송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님들은 그런 말보단
    그래요, "투쟁"이라는 말이 더 힘을 북돋는 게 될 거 같군요.
    투쟁!!!!!

    - 님들과 함께 할 날만을 고대하는 머나먼 곳에 있는 일인으로부터

  • 3. 정의 아내
    '09.7.11 2:53 PM (211.212.xxx.87)

    유채꽃님,

    글을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마치 제가 49일간 뭐나 대단히 하고 난 것처럼 써버렸네요.
    저는 항상 머리 수만 하나 더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름과 얼굴, 신분 전체를 다 내어 놓고
    매일 매일, 밤과 낮을 모두 분향소를 꾸리고 지키는 데 쓰신 분들은
    다 따로 계십니다.
    저는 그저 변방에서 제 시간이 허락하는 때만 잠시잠시
    사소한 일들을 했을 뿐이지요.

    그나마도 제게 대한문에서의 7일,,
    그리고 그 이후의 이런저런 간헐적인 일들은
    다 제게는 치유의 과정이었고
    때로는 축제처럼도 느껴졌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겨울에, 그리고 좀처럼 오지 않던 봄에
    많이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대한문 앞에 긴 줄을 만들어 주시는 것을 보면서
    저 같은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이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해 주고 계셨구나...
    위로 받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 분향소에서,
    82 자게에서,
    여기저기 온라인 공동체 게시판에서
    여러분이 보여주신 같은 마음에 힘 입어
    다시 운동화 끈을 매겠습니다.

  • 4. 유채꽃
    '09.7.11 3:15 PM (173.52.xxx.28)

    사실, 재밌습니다.
    도발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옳다고 하는 일에 내 모든 글 순연히 바쳤을 때 오는 감정,
    정말 재밌습니다.
    잠을 놓쳐도, 숙소가 허름해도, 먹는 게 부실하더라도......
    사람들, 사랑해 마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습니다.
    가끔씩 부딪히고, 토닥거리는 것 그것까지도 재밌습니다.
    사람들이니 약간의 생각 차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재밌습니다.

    재미나게 투쟁하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 5. 아고
    '09.7.11 3:38 PM (59.86.xxx.201)

    정말 존경합니다. 행동하는 양심이신 당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 6. 스카이하이
    '09.7.11 6:20 PM (222.110.xxx.231)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전 분노만 하고 있고 행동에는 소극적인데...
    우리 같이 재미나게 투쟁해봐요 ^^

  • 7. phua
    '09.7.11 8:34 PM (114.201.xxx.130)

    어제 봉하에서 49재를 참석하고 대한문으로 왔었습니다.
    봉하에서 준 노짱님 얼굴이 그려진 손부채를 드리려고 찾았는데
    안 보이셔서 그냥 왔어요...
    다음에 꼭 드릴께요^^

  • 8. 나도 머리수 하나
    '09.7.13 10:29 AM (124.54.xxx.17)

    저도 그래요.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지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친구들과 함께 머리수 채우는 일.
    소소한 성금 내는 일(기부는 반드시 민주세력에게)
    삼성 안사는 일.
    다행히 집에 tv 없이 살아서 kbs 시청료 거부하는 일,
    (예전엔 공영방송이라 tv없어도 시청료 냈는데
    이제는 언론이라고도 할 수 없어 돈 못내겠다고 일부러 떠들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효과)
    조중동은 원래 안사니까 거부할 순 없지만
    거기에 광고 싣는 회사는 알아뒀다 열심히 동참하는 일,----
    저는 주로 가족, 친구들과 나가는데 담에는 82님들 만나면 인사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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