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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한 한 초등교사의 글 (이 글 읽고 울었네요 길어도 읽어주세요)

ㅠㅠ 조회수 : 933
작성일 : 2009-07-04 10:03:20

저는 원래 시사, 이슈 이런 거 조금 눈감고 살고 글쓰는 것도 굉장히 자신없어 합니다만 글 남깁니다. 긴 이야기지만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경기도 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초등학교 무상급식의 예산안이 삭감되었습니다. 다소 진보적인 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가 경기도 초등학교의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국 삭감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뭐 파워게임이다, 정말 예산이 부족하다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좀 생뚱맞는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걸로 차별하는 시어머니 이야기 아마 겪어보셨거나 들어보셨을 줄 압니다. 그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까놓고 이야기 해서 정말 기분 더럽지 않던가요? 먹는 걸로 눈치주고 차별할 때의 그 치사함과 서러움은 아마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 속 깊이 반감을 가지게 하는 이유는 아마 먹는 것이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저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광역시 단위에 근무하지만 실제 근무하는 학교는 가장 시 외곽지이고 소규모 농촌 학교입니다. 몇년 째 폐교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실제로 폐교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아마 저와 이 학생들이 이 학교의 마지막 교사와 학생이 될 것 입니다. 이 학생들의 30% 가량이 기초수급자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의 형편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기초수급자인 학생들과 형편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형제가 3이상인 다자녀 가구가 많습니다. 그 말은 급식비를 낼 때 한꺼번에 목돈이 나간다는 말이지요.

작은 규모의 농촌학교의 특성 상 부모가 농사에 종사하거나 영세한 공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가정 경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농사에 종사하는 가정의 경우 벼나, 보리의 수매가 이루어질 때 목돈이 들어오고(그네들 기준으로 목돈입니다.) 그걸로 일년 내지 반년 이상을 이 돈으로 살아야 합니다. 요즘 경제 형편 아시겠지만 영세한 공장일수록 임금 체불은 상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임금 수준도 도시에 비하면 낮지요. 몇 푼 안되는 급식비라 생각하시겠지만 막상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조금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에 이 학교에 와서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써봐라 하고 애들한테 이야기 했을 때 한 친구가 편지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급식비는 지로 용지를 주고 직접 행정실에 납부합니다. 그 친구는 기초수급자였는데 자기가 급식비는 내지 않지만 지로 용지는 한장 받기를 원했습니다. 지로 용지를 안 받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급식비를 안 내는 것을 알고 있고 가끔씩 놀리는데 그게 너무 상처가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매달 그 아이 급식 지로만 한장 더 복사해서 주었습니다. 일년 후 그 학생이 6학년이 되었고 말하기 힘든 사고로 죽었습니다. 그 때 알게 된 사실이 그 학생 집이 매달 5만원 월셋방이였다는 겁니다. 언젠가 담임일 때 그 학생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집이 그야말로 반 폐가 한옥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집에서 사람이 사는구나 싶었는데 그 집 조차 월세였던 것입니다.

이 좁디 좁은 대한민국이지만 저런 아이들이 저 친구 하나만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그 친구는 기초수급자로 이미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도 말했다시피 이 학교 학생들은 다가구 자녀도 많고 가정 형편도 크게 차이나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기초 수급자가 되기에는 뭔가 조건이 부족할 따름이지요.

물론 초등학교 급식을 완전 무상화 하는 것이 예산적으로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여건이 어렵다면 특정 열악한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저는 급식만큼은 무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교육정책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지방으로 일반화 되는 것을 생각할 때 저는 처음부터 이 예산안이 삭감된 것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다른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원은 충분하다. 자꾸 뭔가를 지원하는 것은 빈대 근성만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원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원이 충분했다면 저런 식으로 가난에 상처받는 친구들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지로 용지 사건으로 받은 상처는 그 친구가 가난과 가정형편으로 인해 받은 상처 중 아주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다름 아닌 먹는 걸로 생기는 상처임을 또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꾸 뭔가를 지원하는 것이 빈대 근성을 늘린다는 것도 틀린 말입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대상이 특정 누군가가 아닌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것은 빈대 근성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복지 정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IP : 116.122.xxx.47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09.7.4 10:09 AM (116.122.xxx.47)

    제가 사는곳은 지방이고 그러니 집값이 비싸진 않지만 부모들 교육수준이 높고 돈들 잘버는지 교육열도 높고 해서...전세에 한달월급으로 살기 빠듯한 제가 이동네에선 가장 하층민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지 또 다른지역에선 더 힘든아이들이 많을거란걸 잊고 살았네요ㅠㅠ
    잊을만 하면 나오는 급식비 10만원 좀 안되는 돈인데 고지서 받아들면 이게 은근히 부담이더라구요....

  • 2. 그러게요
    '09.7.4 10:17 AM (119.194.xxx.70)

    아무도 보고싶어 하지 않는 4대강 홍보하는 대한뉴스는 잘도 만들면서 아이들 밥값을 가지고 말이 많다니... 국민을 빈대로 보는거죠. 못사는 것들은 다들 빈대다... 노통님의 '부자정치'라는 것이 정말 하루하루 마음에 안 와닿는 날이 없네요.

  • 3. ..
    '09.7.4 10:19 AM (220.122.xxx.155)

    저희도 나중에 두 아이 초등급식비 한꺼번에 내는 돈이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운 돈이 될것 같아요. 저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ㅠ.ㅠ

  • 4. 20년 주부
    '09.7.4 10:25 AM (125.240.xxx.2)

    저도 이상한 글 자주쓰시는 분(123.247.~)이 무상급식 비난한 글에 못참고 댓글 남겼는데요
    경기도 교육위원분들도 굶는 아이는 없다 고 하셨지요~

    급식비 예상외로 부담되고요 어려운 아이들은 또 밀리게 되니까 2~3달 밀리면 10만원은 훌쩍 넘고 20만원 가까이 됩니다. 또 부모님들도 어려워도 급식비 먼저 내시고 하니 굶는 아이가 없어 보이지요

    서울이고 중간정도 되는 지역이지만 생각보다 급식비 내기 힘들다는 말씀 많이들 하십니다.
    급식비 못내면서 급식 먹는 아이 심정 이해해 보셨나요?
    다른 지원과 비교해 샐 틈이 없는 가장 기본이 되는 복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5. +_+
    '09.7.4 10:35 AM (124.49.xxx.143)

    잘되었으면...

  • 6. ▦후유키
    '09.7.4 10:56 AM (125.184.xxx.192)

    극도로 가난한 사람이 급식비 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 놓지 않으면서
    지원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놈들.

  • 7. ...
    '09.7.4 11:19 AM (59.5.xxx.203)

    정말 속상해요..무상급식이 왜 저런 논리에 빠졌는지....무상교육 무상급식은 훌륭한 복지정책입니다.

  • 8. ...
    '09.7.4 11:19 AM (59.5.xxx.203)

    [위에 글쓴 사람] 저런 논리라는건..빈대근성..어쩌고 저쩌고..알바들의 논리를 말합니다.

  • 9. 굶는아이들
    '09.7.4 11:34 AM (125.177.xxx.10)

    아직도 많습니다..
    전 경기도거주하고 있고 대단지 아파트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이가 다니지만..
    한반에 몇명씩은 급식비 내기 힘든 아이들이 있어요..
    저희 아파트에서도 불우이웃돕기 행사해서 학교에 급식비지원하고 가고 그랬구요..
    가서 교장선생님과 면담하니까..학교 주변 병원이나 기업에서도 급식굶는 아이들에게 급식비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지원받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자존심상하는 일이 생길까봐..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조심해야해서..여러모로 힘든 상황이구요..

    내가 안굶고 내 주변이 넉넉하다고..남들도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는..그런 무식한 인간들이 어떻게 교육위원인지..참 세상 답답할 뿐이예요..

  • 10. 소망이
    '09.7.4 11:46 AM (58.231.xxx.123)

    내는 아이와 내지 않는 아이 마음의 상처는 한평생 가겠지요.
    학교생활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영향이 있겠네요.
    현직교사이시라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이야기 해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 11. 희망
    '09.7.4 11:46 AM (125.242.xxx.138)

    여긴 우유값만 받고있어요. 50명 이하 소규모학교라서.. 그 우유값도 제때못내는아이들이많은데요.. 급식비 부담이 많이클줄 압니다.. 무상급식은 줄일게 아니라 확대지원해야할 사업같습니다..

  • 12. ㅠㅠ;;
    '09.7.4 12:05 PM (203.229.xxx.234)

    그러게요.
    이번에 예산 삭감 하는데 한 표 던진 교육위원은 자기 지역구의 주민 80%가 기초수급자라고 합니다.
    참 기가 막힌 일이지요. 개나라당 맞습니다.

  • 13. 까만봄
    '09.7.4 1:14 PM (220.72.xxx.236)

    우리남편도 출신고교에
    급식비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많이는 못하고는 5명...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지원을 않하면 굶더라구요.
    지새끼들 등 따습고,배불리는데는 국민세금쓰고,
    남의 자식 배곪는건 안보이니,없다하고...

    에효~눈을 뜨고 있으나,봐야될걸 못보는 상ㅂ신들이 위정자라니...ㅠㅠ

  • 14. 제비꽃
    '09.7.4 1:48 PM (125.177.xxx.131)

    초등 미취학아들이 올해 더 늘었다고 했어요. 학교보내는데 급식비지원 된다면 기초적인 생활수급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일은 없겠지요.
    연초에 학급엄마들 모임이 있었는데 가뜩이나 지원이 더 필요한 하다고 했는데 급식비 지원이 줄었다고 씩씩거리는 제게 애아빠는 학부형들의 의견을 모아 해결하면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데요. 숭례문 무너져도 국민성금으로 하면 된다는 발상과 뭐가 틀리냐고 무쟈게 흥분한 저로선 반대표를 던진 인간들을 용서할 수가 없네요

  • 15. 감성은해결책안됨
    '09.7.4 4:39 PM (123.247.xxx.153)

    대학무상교육, 무상의료까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
    감성과 감상적 기분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상에는 초등학교교육조차 받지못하고, 아예 의료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도 있다. 우리도 박정희 대통령전에는 그런 나라였다.

    전체 무상급식 좋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꺼내는 사람들은 자기돈 가지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도 약 상위 20%가 90% 내고 있다는 세금을 상위계층에 더 물리면 된다는 논리이다.
    그 아래 80%는 10%의 세금만 내고, 실제로는 90%이상의 혜택을 보고 있다. 80%를 사회와 국가와 다른 이웃에게
    빚을 지고 사는 것이다. 상위 20%는 무상급식을 받지도 않고, 국민세금의 지원을 받는 전철이나 버스나 택시를 주로 사용
    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이긴사람에게는 적당한 금전적인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진리이다.
    경쟁에서 진사람에게 비슷한 혜택이 돌아간다면, 나라가 망하게 되고, 사회가 도태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증명이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수준에서 그리고 예산안에서 22만명이 받고 있다는 무상급식이 딱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적정해 보인다.
    무료로 급식을 받는다는 22만명의 학생숫자는 상당히 큰 숫자로 생각된다.

    소위 진보앵벌이들이 이제 그런 뻔뻔하고 파렴치한 생각으로 거리에서 어기지를 그만두고, 최소한 젊어서는 일터에서 일을 하고, 길거리 시위는 정식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에 하면 어떨까 싶다. 그런 월급주는 돈으로, 그렇게 절약되는 예산을 소위 진보좌파시민단체들이 기독교처럼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돈의 상당부분을 무료급식소도 운영하고 하는 그런곳에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든다.

  • 16. 하루
    '09.7.4 10:59 PM (111.171.xxx.9)

    1 윗분 아이들이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굶어도 된다라는 파렴치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마치 신자유주의 옹호자가 약육강식을 근거로 드는 것처럼요. 아이들은 평등한 기회를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이어야지 밥 굶으면서 경쟁하라는 건 뭔 헛소리인가요? 세금 많이 내기 싫다면 그렇게 말씀하세요 차라리. 근데 지 밥그릇 챙기고자하는 상위 20%도 아니면서 이따위 소리 대변하시면 정말 우습다고밖에 말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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