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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본처에게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답니다.
우리 엄마가 내년에 칠순이니까, 아마 그 시대에는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나봅니다.
그런데 그 본처라는 분,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커서야 그 분을 제대로 보았거든요.
외형적으로는 외할머니라고 불렀지만 우리 엄마를 보는 그 냉담한 눈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니, 외할머니가 이해되더군요.
누구 잘못이겠습니까?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엄마를 본처 손에 맞긴 외할아버지 잘못이지요.
세상에 어떤 본처가 남편이 바깥에서 나온 자식을 이뻐라 하겠습니까...
그리고 엄마는 아빠와 결혼을 했습니다.
아빠는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냉대와 구박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매사 무기력하고 짜증을 많이 냅니다.
제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귀찮아, 짜증나, 지겨워.."입니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게으르십니다.
이러다보니 아빠와 많이 부딪쳤죠. 아빠가 화 내고, 소리 지르고 성질 내면 엄마는 조금 뭐 하는 척 하십니다.
그러다 아빠가 잠잠하면 다시 무기력하고 매사 귀찮아하십니다.
아마 이것이 아주 엄마 몸에 밴 듯 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엄마는 아직도 "귀찮아, 짜증나, 지겨워"를 입에 매달고 사시면서 그 어느 것에도 의욕이 없습니다.
뭐 좀 하시라.. 말씀드리면 무조건 고깝게만 듣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는 겁니다.
차라리 자식들한테라도 정이 있으면 뭐 하나라도 해먹이는 재미에 사실텐데..
제가 아무리 아파도 딱 두마디 하십니다. "병원 가 봐라. 잘 먹어라..."
대부분 이럴 때 죽이라도 끓여주시는데... 암튼 자식한테도 이러는데.. 애착을 갖고 하시는 일이 없습니다.
이런 엄마한테 뭘 권유하면 좋을까요?
지금 생각으론 십자수나 뜨개질을 권유하고 싶은데.. 그러다보면 심심하고 무기력한 일상이 좀 나아질지..
어떤 것을 권유해야 할지.. 또 어떻게 권유해야 엄마가 오해 안 하실지... 좋은 의견, 꼭 부탁드립니다.
1. 음
'09.7.2 11:14 AM (218.237.xxx.238)음, 제 생각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같이 놀아드리세요. 뭐 하라고 권유하지 마시고요.
성격 아름다운 사람한테도 권유나 충고 잘못 했다가는 사이 벌어집니다.
어머니가 성장기 문제 때문에 인간 관계 자체를 배우지 못 하신 분 같거든요.
생후 1년 짜리 아기라고 생각하고 놀아드리세요.
같이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괜히 동네 한 바퀴 돌고, 시시한 농담도 하고요.
돌아가시기 전에 이만한 효도 없을 것 같습니다.
2. 그냥 내버려두세요.
3,40대라면 자기 상처 극복할 의지도 있고, 힘도 있지만,
70대 되실 분이면 그런 것 자체가 힘듭니다.
게다가 부모한테 감정적으로 학대받은 사람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없어서 매사 다 피곤해요.
70평생 온몸이 만신창이인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런 소리까지 들으면 싫어할 것 같아요.
그냥 평온히 노년 보내게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2. 에구../
'09.7.2 11:15 AM (114.129.xxx.68)안타깝네요.
십자수, 뜨개질도 좋구요...미싱 하나 사주시고 홈패션도 좋고..
저도 우울증이 심했는데...바느질 시작하고 아주 좋아졌어요.
뭔가 열중하고나면 잡생각도 안 들고 그 순간만큼은 너무 즐겁거든요..
우리 엄마도 갱년기셔서 우울해하시고 그랬는데..제가 바느질 하시는거 보고
따라하고 싶어 하시더라구요..그래서 제 미싱 하나 드릴려구요..
그리고 요즘 자수나 규방공예도 인기가 많아요.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규방공예같은거 추천 드려요.
예쁜 천이랑 재료 사셔서 엄마 드려보세요. 책이랑 같이요..3. 십자수나
'09.7.2 5:49 PM (121.134.xxx.89)뜨개질 비추천이요.
노인들 눈 아프고 나빠져서 못할 일이, 꼼꼼하게 눈 혹사시키며 하는 일들(십자수,퀼트 등)이거든요.
그냥 가끔 좋은데 모시고 나가서 바깥바람 쐬게 하시고, 맛있는 거 사드리세요..
제가 그나이라면,그냥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 보는 재미가 더 좋을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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