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다시 좌충우돌의 망국적 이념투쟁에 몰입되었다. 정돈된 이념 논쟁도 아니고 해방정국에 진행됐던 친탁반탁과 같은 그 모습 그대로다. 정치적 반대자는 무조건 좌 아니면 우다. 그러므로 좌익이기 때문에 죽어야 하고 우익이기 때문에 비인간적이라 한다. 사실 이런 투쟁에는 답이 없다. 결론은 투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선이 되고 지면 악이 된다. 우리사회의 논쟁수준은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극우를 공격하면 자연스럽게 좌익이 되므로. 반대로 좌익을 비판하면 곧바로 우익의 친구가 되어 버리는 현실에서 누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겠는가? 좀 더 세밀히 보면 지금 중도를 말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우에 가깝다. 민주당은 내가 보기에 중도 보수 정당이다. 경향적으로 좌라고 하면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정도랄까? 이들도 유럽 사회민주주의 틀 내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파들의 공격루트는 친북노선이다. 친북은 좌익 곧 만 악의 근원이다. 결론은 자신들의 반대자는 모두 친북이다. 그렇게 이분법으로 몰아가야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거나 치우칠 줄도 모르는 대중을 적극적으로 반대자로부터 분리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 그러나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당분간 공포정치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좌충우돌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긴장은 이 좌우충돌의 훌륭한 밑거름이다. 이런 때에는 합리적인 논리일수록 우스워지고 배척받고 전달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서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 무서운 세상도 내년 선거, 다음 대선, 총선을 거치기 때문에 어떻게 변화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역시 대중은 바보일까?
어찌 되었든 국민들은 자신들의 미래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좌충우돌의 이념 투쟁 시대가 좋은지 아니면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시대가 좋은지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다. 어린 시절 본의 아니게 반공소년으로 좌와 충하고 청년시절 주사파로 우와 돌했던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닐 수 있다.
로마와 바리새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예수의 말 중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 무엇일 지 춘추전국의 혼란속에서 공맹의 중용이 왜 절실한 처신의 목표가 되었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좌충우돌의 시기에는 갈수록 폭력의 강도가 세게 되고 감정의 반감도 격화되고 이는 다시 어느 쪽이든 희생을 요구받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시대적 불행이라 일컫는다. 극우파나 우익들은 자랑스럽게 자신들을 우파라 자칭한다. 그러나 좌파는 실체가 없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물론 북한은 실체가 분명하고 좌파임 확실하다. 그러나 남한 내 반정부 세력은 스스로 좌파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이다. 이에 대하여 우파는 좌파에게 자신을 위장한다고 한다. 결국 좌파는 우파를 반대함으로써만 그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결론은 우파는 그들이 악으로 규정한 좌파가 그들의 반대자 모두를 지칭하는 것으로 된다. 사실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다. 아무도 이 사슬을 풀 사람이 없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한 이 숨 막히는 사슬을 끊어낼 자가 없다. 기독교도 사실은 이런 이데올로기 내에 존재한다. 예수가 얼마나 달리 해석되는지 몇 몇 교회를 다녀보라. 어떤 종교도 철학도 이념도 한국의 분단프레임에 갇히면 꼼짝을 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젊은 시절 마르크스를 스스로 극복하고 주체사상도 일찍이 그 결정적 허점들을 발견하고 비판하고 버렸는데도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극우들에겐 나는 영원히 좌경세력이다. 모태신앙으로 세례 받고 50년을 한결같이 주일성수하고 중고등부 부장으로, 안수집사로 있어도 사실 장로가 고발하고 장로가 재판하고 장로가 변호하고 장로들에 의해 좌파로 널리 일컬어지게 되는게 현실이다.
이런 대목에서 나는 왜 예수가 예수였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우리 사회는 모든 차이를 좌우로 단순하게 수렴하려는 극우들의 노력과 일대 충돌중이니 국민들은 아주 큰 학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극우들이 정권을 잡으면 늘 좌우충돌의 세상이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분명히 덧붙여 주겠다. 극좌들이 와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나는 오늘 아침 이런 좌충우돌의 시대에 좌고우면하는 기회주의를 내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옳은 말은 모두 좌파가 될 테니까.
혹자는 반정부대열의 앞장에 서지 않는다고 비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극우들에게 말려드는 것이기에 지혜롭지 못하다. 국민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것도 그들이고 지금까지도 매일 매일 매단 것도 그들이다. 그래도 세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중국, 남한, 북한 그리고 남한 내에 좌와 우, 생각만 해도 이 분단 구조가 겹겹의 사슬로 죄여오는 느낌이다.
가난 때문에 노르웨이로 입양 갔던 6촌 여동생 가족이 40여년 만에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져 한국엘 왔다. 하루 종일 서툰 영어로 우리 지역의 구석구석을 안내 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한국은 겉으로는 모던한데 빈부격차가 크고 복잡하고 정신없이 바쁘고........ 그래도 그들에게 난 한국을 참 다이내믹하고 좋은 나라라고 말해 주었다.
2009. 6. 29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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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망국론
유리성 조회수 : 168
작성일 : 2009-06-29 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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