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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님의 추모시 - 울음은 아직 시가 아니다

바람의이야기 조회수 : 298
작성일 : 2009-06-24 15:03:04
노혜경님의 추모시입니다.





울음은 아직 시가 아니다


노혜경

*

언젠가는 나도 추모시를 한 편 쓸 것이다.
리듬과 상징이 있는, 천하의 마음이 부르는 노래, 그래서 오래 갈 시를.
그러나 지금은,
나는 운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이 너와 네 자녀를 위해 울듯 나는 울 뿐이다.

노무현 그대,
그립고 미운 그대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 때문에
게으르고 늙은 당나귀 위에 갑자기 물 젖은 솜덩이 얹힌 것처럼
등허리가 부러질 듯 아파서 운다.


내,
이 솜덩이를
솜이거등? 하면서 그대 등에 얹었더라.
나는 몰랐다고 말했더라.
그대, 당나귀,
비틀거린다고 때렸더라. 세치 혀로 만든 채찍으로 때렸더라.
그대, 죽었더라.
뒤돌아보면서, 절뚝거리면서
그대, 떠나가더라.
등뼈 으스러지고 두개골이 깨어진 채로
하고픈 말 해질 무렵 꽃잎 오무리듯 도로 삼키고
그대, 가버렸더라.
온 세상 강물 다 끌어와 핏줄에 받아놓고
울어도 울어도
돌아오지 않더라


*


승리는 언제나 역사를 통한 승리였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서 이겨보자고 내게 말한 그대
그대가 지녔던 표지, 그대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의미가
내 가슴에 불을 질렀다
불가능하다고 애초에 포기했던 꿈을 맨 아래 서랍에서 꺼내
이건 아니야, 불가능해, 못해, 라고 거부하는 마음을
내 스스로 거미줄 걷듯 끝없이 걷어내면서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청동거울 닦듯이 닦으면서
이 무참한 인간이란 괴물 그러나
모든 문학이 꿈꾼 사람,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사람 사는 세상으로
한 걸음만 가자고
우리는 손을 잡았다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 그 빛나는 꿈의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고
우리는 19세기를 건너오고
우리는 사랑하고 서로 안고
우리는 가난과 무지를 무찌르고
우리는 지느러미가 생기고 날개가 돋아나
내일로 내일로 날아가자고
이 기나긴 영혼의 망명길을 청산하자고


그러나 문득 이 손을 놓쳤다.
놓았다.
무거워서, 두려워서, 비겁해서 놓아버렸다.


내다버려진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숲속 어딘가에
지하로 난 하수관의 긴 굽이를 따라 어디론가 떠내려가버린
내 순수 내 비전 내 이념 내 사랑의 이름인 아기
구유에 뉘인 채로 떠내려가버린.


저수지 바닥처럼 고요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속죄도 참회도 아직은 허락되지 않는 깊고 깊은 직면하라는 종소리.

*

울음은 아직 시가 아니다
나는 추모시를 쓰지 않는다
내 울음이 그치고 서쪽 하늘에 오색 무지개 뜰 때
시는 쓰여지리라


저절로 터져나오던 젊음의 노래가 아니라
눈먼 사람들이 더듬어더듬어 나가는 역사의 어두운 골목길에서
오래 견디어 빛이 된 심장의 돌처럼
내 살가죽을 무두질하여 종이를 만들고
내 뼈에 피를 찍어 쓰게 될 시


그 날을 위하여
그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던 것이었을 게다 비록
남루한 몸은 바위틈에 부서졌을지라도






시작 노트

쓸 수가 없는 시를 쓴다. 써야 할 시를 쓰지 못한다. 시와 정치와 역사의 씨줄날줄 틈에 끼여 존재가 바스라지는 경험을 한다. 언젠가는 내일의 인류를 향해 말들이 돋아날 것이다. 내 안의 썩은 나뭇잎들이 거름이 되어 새로운 희망을 길러낼 것이지만.... 그 날까지 더 썩고 아플 나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할 뿐이다.

노무현이라는 상징을 발견했을 때의 그 생생하던 기쁨을 당분간 잊은 죄값이 참 크다.

출처:  http://no174.nosamo.org/center/center_view.asp?SCHVALUE=노혜경&SCHFIELD=B_...
IP : 121.151.xxx.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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