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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궁합?음식유감!-2

담비부인 조회수 : 551
작성일 : 2009-06-23 13:39:21
주말 이후 들리는 뉴스라고는 다 한숨만 나오는 것 뿐인데...
기말 시험 앞둔 딸내미는 요즘 부쩍 입맛이 없는지 안하던 음식타박까지 합니다.
출근하는 엄마보고 아침은 꼭 밥을 먹겠노라고 하지를 않나, 6시에 전화해서 저녁 언제 먹을거냐고 하질 않나
(얘, 엄마 퇴근이 6시거덩?)
좀 부아가 나려고 하던 차에 글 쓰며 옛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식구 얼마 있지도 않은 집에 뭔 김장 한번 하면 마당에 배추를 그리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으며,
당최 그 많은 걸 엄마 혼자 어찌 하셨을까요?
딸기를 사도, 번데기를 사도 어쩜 누가 다 먹는다고 다라이부터 들고 나갔을까요?
겨울이면 마당 한켠 독에서 퍼오던 수정과속 곶감은 어떻게 겨울 내내 풀어지지도 않고 그렇게 맛났을까요?

음식을 두루두루 편견없이 많이 경험해 봐야 맛 있는 거 먹을 줄도 알게 되고, 만들 줄도 알게 되고
좋은 음식이 인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내가 가진 기억만 더듬어 올라가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내가 게을러서 안그래도 한끼를 급식으로 때우는 딸내미 행복에 금이 가게 하는구나 싶어 반성 했습니다.

그럼 하던 수다 계속 이어서

[음식궁합?음식유감!-2]

그러니까 심심한 친정 이북 음식을 먹고 자란 제가 콤콤한 남도 음식을 좋아하게 된데는 두번의 계기가 있었으니...

그 중 첫번째,

제가 첫 직장(요게 중요합니다. 첫 직장이라는거,어리버리한 직장 새내기는 상사가 하느님과 동급인 줄 알죠.)입사 후
배정받은 팀에 가보니 제 위로 직속 상사와 그 위에 차장,그 위에 팀장, 이렇게 남자 셋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별로 나이차이도 안나 대충 친구 먹고 지내던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1) 음주로 면허정지 상태임
2)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사는 싱글족 (굳이 집에 들어갈 이유가 없음)
3) 잘 놀아야 일도 잘 할 수 있다고 여김
4) 맛있는 음식에 관심 너어무 많음  

다른 점을 굳이 찾자면
한명은 전라도 식당 집 아들, 한명은 아주 취향이 까다로운 재일동포, 한명은 아무리 봐도 게이삘 난다는...

데리고 다니기 귀찮게 여직원 받았다고 입이 댓자쯤 나왔다가 운전면허가 있다는 소리에 얼른 화색이 돌던
이 세 남자들과 함께한 그 이후 제 직장생활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다 제때 시집도 못가고 피곤해서 죽던지, 술독 올라 죽던지, 아니면 엄마한테 맞아 죽던지 TT

보통의 저를 제외한 세남자의 일과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출근 - 전날 너무 달리신 후유증으로 늦게 나오심
오전 근무 - 커피 마실 시간 정도 밖에 안 남음
점심 - 닥치고 해장
오후 근무 - 막내 일 가르치기
일 좀 해볼라치면 어라 저녁시간이네 - 오늘의 메뉴를 찾아 출정
저녁 먹다 어리버리 술자리로 연장
동창이 밝을 때까지 딩가딩가
귀가 - 내집, 남의 집,사우나 중 택일

그럼 저의 일과는?

출근 - 오전 나홀로 업무 - 점심 운전 - 오후 세남자에게 들들 볶이며 업무 - 저녁 운전 - 나홀로 야근
심야 대리운전 - 귀가 - 엄마한테 혼나기

네, 정말이지 신입사원이 온 사무실 책상 닦고 모닝커피 대령하던, 호랑이 담배피던 아득한 옛날 이야기입니다.
요즘 제가 그랬다간 전화 받겠죠. 직원 엄마한테 ^^

입맛 까다롭고 아는 거 많고 먹어 본 거 많고 가본 집 많고, 시간은 더 많은 세 남자분을
식당까지 모셔가고 모셔오는 운전은 제 업무 중 비중이 높은 일이었고
입사 때 장롱면허 수준이던 제 운전솜씨는 단 6개월만에 고속도로에서 매너 없이 추월하는 차를 다시 추월해
'라이트 켜서 브레이크 안 밟고도 등에 불 한번 켜 겁주기'같은 더티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제 남편은 어디서 마누라가 이 따위로 운전을 배웠을까 종종 의아해하곤 합니다.^^)

이제 운전 기사 생겨서 기동력도 보강 된데다, 애인도 없이 늘 셋이 몰려다니느라 이제 슬슬 서로 싫증도 나고  
또 사귀는 여자 없으니 어디가서 잘난 척 할 기회도 없던 철딱서니 없는 세 한량은
뭐든지 처음인 저에게 새로운 음식을 가르쳐 주고, 먹어보게 하고, 또 제 반응을 보는 게 꽤 재미있었나 봅니다.

"OO군,자네 저번에 보니 회를 좋아하던데.좋아, 오늘은 내가 사바를 먹게 해주지.이 고등어회는 말이지 불라불라불라~~"

이 대목에서 제가 "에엣? 고등어를 회로도 먹을 수 있슴까?  정말 놀라운걸요" 라고 깜짝 놀래는 센스라도 발휘하면
상대방 의욕이 200% 치솟는 건 기본, 나머지 두 사람에게 좀 더 획기적인 카드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동기부여 효과까지
거둘 수 있습니다. 즉

"아니, 사바도 좋지만 지금은 과메기철이니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자네 과메기는 먹어봤나?"  (도리도리)
"이크, 그럼 과메기가 뭔지는 아나?"  (절레절레)
"처음 들어본다구? 저런저런, 과메기는 말이지 블라블라블라~~~"      

덕분에 저는 이유기 빼고 20년 넘게 살며 먹어 본 음식보다 가짓수로 족히 스무배는 능가할 음식을 몇 달새 섭렵하게 됩니다.
선지가 없는 대신 다른 집보다 훨씬 수북히 썰어 넣은 파맛이 아주 개운한 홍제동 유진상가 뒤편 해장국.
아주 얇은 삽겹살에 양념을 발라 구워먹는 여의도의 고깃집, 뻑뻑주라는 막걸리와 진짜 묵은지가 나오는 빈대떡집부터
멀리 바다 건너 나고야의 30초내에 절반 이상 먹어치우지 않으며 금방 그릇에 국수가 넘쳐 흐르는 세모밀(머리카락처럼 가는)
심지어 참치회인 줄 알고 입에 넣었다가 말고기라는 말에 씹지도 못하고 삼킨 마사시미까지...

멀쩡히 다니던 대학원 휴학하고 시집갈 생각은 안하고 덜렁 취직하더니,
다 큰 처녀가 동네 우세스럽게 허구헌날 새벽에 들어와.
주말이라고 지 방청소는 고사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만 자. 안 그래도 요즘 하는 짓마다 맘에 안드는 딸년이라는 게
어쩌다 밥상머리에 같이 앉아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우리집 김치는 젓갈을 안써서 그런지 개운하긴 해도 영 깊은 맛은 없다는 둥
담부터 보쌈고기 삶으면 상추에 덜렁 쌈장만 놓지 말고 깻잎이랑 부추랑 양념장에 무쳐 놓으면 좋은데
이왕이면 와사비도 좀 섞으면 좋을 거라는 둥,
여지껏 우리집 냉면이 이북식 냉면인줄 알고 먹었는데 진짜 평양냉면을 먹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혹 엄마는 제대로 된 평양 냉면을 먹어 보긴 한거냐는 둥...

평생 남편한테도 들어본 적 없는 음식 품평까지 늘어 놓고 앉았으니 얼마나 이뻤겠습니까.(제 딸이 알까 겁이 다 납니다)
기가 차고 열 제대로 받은 저희 엄마 '당장 그 몹쓸 직장 때려치라'고 펄펄 뛰셨지만...

한번 바깥 바람 쏘인 강아지처럼 그 이후 직장을 옮길 때까지 그분들 쫒아 댕기며 주머니 축 많이 내드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좋아하는 음식들 대부분은 그때 처음 먹어 본 것들입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차장님, 큰 차장님, 부장님 고맙슴다.꾸벅

두번째 계기는...


  
        
      
      
IP : 61.254.xxx.9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좌부동깔고
    '09.6.23 1:58 PM (61.109.xxx.59)

    음식궁합?음식유감!
    두번째 기다리고 있어요.^^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 2. 1탄찾으러
    '09.6.23 1:59 PM (211.202.xxx.74)

    갑니다.

    휘릭~

  • 3. ..
    '09.6.23 2:02 PM (211.189.xxx.250)

    넘 잼있는데 그 다음은 언제..ㅠㅠ?

  • 4. 일루
    '09.6.23 2:05 PM (222.235.xxx.120)

    두번째 계기는요?? 아악 궁금해요 ㅠㅠ

  • 5. 미주
    '09.6.23 2:38 PM (121.154.xxx.38)

    그좋은 직장을 옮기셨다는 거에요??ㅎㅎㅎㅎ
    두번째 계기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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