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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칼럼]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은 왜 이니셜로 불리지 않나?|

!!!!! 조회수 : 1,327
작성일 : 2009-06-23 09:34:09
[김정란 칼럼]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은 왜 이니셜로 불리지 않나? 칼럼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은

왜 이니셜로 불리지 않나?


정치인의 이니셜 뒤에 숨은 기호학적 의미 읽기    



왜 사람들은 정치인의 이름을 이니셜로, 그것도 영어 이니셜로 부르는 것일까? 정치인들을 이니셜로 부르는 관행은 3김 시대부터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DJ, YS, JP. 그리고 이어서 GT, DY, HC, 그리고 최근에는 MB까지. 이 관행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다.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도 스스럼없이 정치인들을 그렇게 부른다.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정치인을 빼고는 결코 이니셜로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가만히 보면, 모든 정치인을 이니셜로 부르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노무현 대통령을 MH라고, 이해찬 전총리를 HC(물론 이회창씨의 이니셜과 혼동되기도 하겠지만), 유시민 전장관을 SM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부르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이 이니셜로 불리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손학규 전 지사나, 박근혜 전 대표도 이니셜로 불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이니셜로 불리지 않는 것과,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이 이니셜로 불리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해서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어떤 정치인을 이니셜로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니셜로 불리는 정치인들과 그렇지 않은 정치인들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간이 하는 어떤 행동들은 처음에는 우연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드러난다. 그 의미가 생성되는 패턴은 대체로 규정적이다. 손오공이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던 것처럼. 민속학자나 신화학자들은 “원형”이라는 개념을 빌어서 그 패턴의 규정성을 설명한다. 인간이 하는 어떤 행동도 완전한 우연, 즉 아무 의미도 생성시키지 못하는 무의미의 계기는 아니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인간의 많은 행동의 밑바탕에는 그것을 설명하는 원형 심상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환원의 원인은 “의미 생성”이다. 인간은 결코 지워진 판대기가 아니다. 인간은 무의미 안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탈근대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연-무의미는 인간 활동 안에서 전시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의미의 공백 속에서는 잘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은 여전히 의미 생성에 매달린다. 그것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해도.

정치인의 이니셜이라는 단순한 현상을 가지고 너무 멀리까지 나아간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나 현상 밑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 내 상징 해독 버릇은 이 현상에서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틀림없이 매우 한국적 상황일 이 현상은 왜 생겨났을까? 그리고 왜 어떤 정치인들은 이니셜로 불리지 않을까? 그리고 이니셜로 불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까? 이 분리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처음에 이니셜이 등장한 것은, 군부독재 시대에 야당 정치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도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를 이니셜로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이 가설은 타당성이 있다. 박정희를 JH로, 전두환을 DH로, 노태우를 TW로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관행은 아마 처음에는 마치 어떤 비밀표지처럼 사용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JP는 두 김씨와 함께 한 시대성 때문에 같이 이니셜로 불려졌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은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지금 지점에서 우리가 DJ, YS를 부르는 맥락과 전혀 다르다. 그 사이에 이미 그들은 일종의 세력권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DJ, YS, JP, HC, MB 등을 묶는 공통의 느낌이 있다. 그 이니셜은 어떤 <세력권>을 통솔하는 수장의 신비한 기호처럼 여겨진다. 아무나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들은 신비의 포장 아래 감추어진다. 이니셜로 불려야만 비로소 인정받은 한국의 諸 정치 계파의 대표적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GT와 DY는 이 막강 구조의 파생 구조의 대표자들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것이든, 상징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GT와 DY는 상징적으로 DJ, YS, JP, HC, MB 등과 같은 맥락에서 상징화되는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출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MH라고 불린 적이 없다. 기자들도 국민도 아무도 노무현을 이니셜로 부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이해찬도 유시민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이 정치인들이 이니셜로 불리는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존재로 정치 상황 안에 기호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들에게는 신비가 없다. 그들은 조직의 수장도 아니며, 기호적 신비의 덕을 누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투명하게 다 펼쳐 보이고 정치를 한다. 이 정치인들에게 툭 하면 달라붙는 <가볍다>라는 세간의 평가는 이들이 기호적 신비 뒤에 숨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이름과 일치시킨다. 그들은 가문의 영광이라는, 실존을 상징적 아우라로 뒤덮는, 전통적인 유사 존재 증명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이해찬은 이해찬이고, 유시민은 유시민이다. 그들은 기호적 부풀리기를 하지 않는다. 이들을 묶는 정치적 행동은 이니셜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행동과 분명한 차이가 난다. 우리 나라의 상징 생산 기제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언론사 기자들은 이들을 결코 이니셜로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이들을 절대로 이니셜로 불리는 정치인들과 동급으로 대접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니셜로 부르는 순간, 그들을 상징적 기득권자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은 결코 HC나 MB와 동급의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 손학규나 박근혜는? 이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손학규는 만일 그가 한나라당에서 완주를 해서 후보의 위치에 갔더라면 틀림없이 HK라고 불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도중에 말을 갈아탔고, 따라서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상당히 애매한 정치인이다.


  

▲ 김정란 상지대 교수    

박근혜의 경우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니셜로 불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박근혜라는 기호는 그 기호 내용과 상관없이 아직 한국사회 안에 형성되어 있지 않은 맥락 위에 실려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박근혜라는 기호가 존재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개별적인 독립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의 존재 내용을 상당 부분 차용하고 있는 유사 존재로서 정치적으로 기호화 되어 있다. 그녀는 정치적으로는 일종의 비존재이다. 그녀 자신도 언론도 국민도 별로 그것을 문제삼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는 어떤 길을 따라갈까?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모호한 것처럼 보인다. 한 민족의 역량이 결국 최종적으로 집결되는 것은 정치이다. 그것은 모든 문화적 상황을 정리하는 최종적인 문화적 마침표 같은 것이다. 2007년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우리 사회는 다시 중진국 대열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2007년 대선은 그래서 두렵고, 동시에 기대에 찬 것이기도 하다.


ⓒ김정란
[출처] [김정란 칼럼]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은 왜 이니셜로 불리지 않나?|작성자 비바라기

IP : 119.196.xxx.23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09.6.23 9:44 AM (116.126.xxx.87)

    노무현 유시민 이해찬 그들은 투명하고 다 펼쳐 보이게 정치를 한다.기호적 부풀리기를 하지않는다. 크게 공감 가는 해석입니다.

  • 2. 세우실
    '09.6.23 9:49 AM (125.131.xxx.175)

    이니셜로는 잘 불리지 않지만 "애칭"으로는 많이 불리죠. ^^ 말 그대로 愛가 담긴 호칭 ㅋ

  • 3. 공감만땅
    '09.6.23 10:04 AM (119.196.xxx.49)

    "그녀는 정치적으로는 일종의 비존재이다. "
    맞아요, 맞아요. 비,존,재. 혹은 존재감 없음...
    하지만 그녀 자신은 나름 자신도 애칭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네공주' ㅋㅋ

  • 4. 아!
    '09.6.23 10:08 AM (116.126.xxx.87)

    그렇군요. 주변 사람들이 그분들을 호칭할때 애칭으로 많이 부르시더라구요.^^

  • 5. 초이
    '09.6.23 10:17 AM (125.184.xxx.189)

    그네공주보다 수첩공주가 더 친숙하네요. ㅎㅎ

  • 6. ▦고맙습니다.
    '09.6.23 10:28 AM (121.176.xxx.136)

    3~4년전 자기도 mb로 불러 달라고 기자들에게 애원 했죠.
    그래야 그 레벨로 오른다나 어쩐다나...
    그때 비웃으며 이야기 했는데
    써글...

  • 7. ...
    '09.6.23 11:01 AM (203.206.xxx.181)

    DJ와 YS의 경우는 이니셜로 불릴만한 위치에 있긴 했죠.
    MB는 이명박이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알고 쭉~ 민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윗분 말도 그렇고..
    이 정부가 자칭 MB정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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