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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공감, 386과 625

유리성 조회수 : 151
작성일 : 2009-06-17 15:16:23
386세대는 현대 정치사에서 아주 강한 세대적 공감을 가진 최초의 의미 있는 세력이다

이 세대와 비견되는 세대는 625세대 밖에 없다. 386세대와 625세대는 우리사회 정치세력의 두 축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존하는 6.25를 경험한 세대의 자식들이 386이다.
  
386의 부모들은 6.25를 가장 예민한 청소년기에 겪고 전후 복구와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세대들이다. 그들의 이념은 완고한 반북이다. 스스로 공산화를 막고 반쪽이나마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산업화에 성공하여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박정희를 존경하고 차마 전두환을 존경한다는 말은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용납할 수도 있는 세대들이다. 이 세대는 친일극우들과는 다르지만 가끔 그들과 혼동되기도 한다.

그들의 성장과정은 권위주의에 익숙해 있다. 북한이라는 절대 악과 비타협적인 지도자를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대적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386에 버금가는 아니 386보다 더 지지층이 완고한 정치세력이다. 노령화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작금의 북 핵과 맞물려 한층 고조되고 있다.

625세대는 386세대들을 비 호감을 넘어 위험한 세력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게다가 극우들의 386죽이기에 동조하는 심정적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아들의 진보를 적대시하는 아비의 아이러니 이것이 우리시대의 세대 공감이다.

  그럼에도 386세대는 625세대를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비이기 때문에. 아비 세대의 고통과 좌절과 놀라운 헌신성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느끼고 있다. 그 긍정성이야 말로 386세대가 이어가야 할 귀중한 인간적 가치요 자산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보수적이게 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정당한 것이기도 하다. 역으로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진보적이고 변혁적이다. 그것은 젊음의 특권이고 사회발전의 밑거름이다. 왜냐하면 625세대도 그 아비의 고루함을 힐난 한 적이 있을테니까.

  625세대가 친일 극우세력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386세대가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면 두 세대는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내면화 하는 성숙한 세대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실 6.10 범국민대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3.40대였고 보수집회의 대부분은 6.70대인 것을 보면 이러한 세대 공감은 더욱 필요하다.

  극우세력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386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뒷 세대의 주류로 만들고자 무진 애를 써왔다. 이는 386의 미숙함과 결부되어 일정정도 성공(?)을 했다.

  사실 세대 공감이라는 것이 무작정 동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다. 6.25와 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더라도 전쟁에 준하는 엄청난 사건을 함께 겪으면 적과 아를 구분하는 공감이 형성된다. 또 80년대처럼 함께 손잡고 의식적으로 시대를 돌파하려는 의지가 서로 교통하든가 그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

X세대니 N세대니 하면서 386이후에 포스트 386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확인 했다. 6.25 이후 80년 이전까지는 625세대를 넘을 수 없었다. 386이후 지금가지 386의 경험을 능가는 세대가 출현하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자다..

어느 세대든 세대 공감이 강할수록 강한 정치력이 나오게 되어 있다.

  우리민족의 많은 고통의 근원은 분단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사실은 정파라고 부르는 구분이다.

본래 이념이란 미움의 도구다. 이념이 있고 미움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미움을 강화하고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이념은 만들어 진다.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격변이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가 전까지는 당분간 625세대와 386세대와 같은 강렬한 세대 공감은 없을 듯하다. 그러므로 386세대의 그 정치사회적 책임은 매우 크다. 625세대는 그들의 자식으로 386 세대를 키웠다. 전혀 달라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움직일 수 없는 세력이 되었다. 그러면 386의 아이들은 어떤 세대가 될까?

  625세대들은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고도 그 전쟁의 적을 미워하기 보다는 포용해야 한다는 386을 낳고 기른 세대다. 386은 자신들을 극복할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있는가?

시대의 흐름은 한 개인이나 세대의 욕심을 허하지 않는다.

  절대 악으로 존재하는 북한도 머지않은 날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6.25를 경험한 세대들이 남이든 북이든 그 증오의 강렬한 기억을 지울 수 없었듯이 새로운 증오 즉 전쟁이라는 재 점화가 없는 한 남 북 세대 간의 증오는 쇠미해져 갈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을 더욱 또렷이 하고 다음세대에도 더 큰 증오를 유산으로 물려주려는 어리석음이 우리 속에 있다. 서울광장에서 나는 그 어떤 외침 보다 이런 고민을 했다. 내 아이는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그들을 적대시 하지 않을 수 있는가?

  40대 검둥이 오바마를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인정해 주는 70세 백발의 앵글로 색슨이 나도 되고 싶다. 우리도 얼마를 더 기다리고 노력해야 할까?

지금의 북한체제와 사상도 아니고 친일 극우의 욕심도 아닌 제3의 생각들이 참 좋은 생각들이 많은데도 질식되어 버린 오늘 다시 한 번 386세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625세대의 근면과 헌신과 인내심을 물려받아 오늘을 되 살려야겠다.

6.25가 6.15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는가?

그 6.15가 다시 6.25가 되려는 데도 우리들은 왜 이리 무력할까?

  
2009년 6월 15일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 철우(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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