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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모의고사 시부분 출제시라네요.-출제자, 정말 제대로군요.ㅋ

^^ 조회수 : 1,164
작성일 : 2009-06-17 12:23:07
홀린 사람

               - 기형도 -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쥐   /  김광림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 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이노행(貍奴行)

   -정약용

남산골 한 늙은이 고양이를 길렀더니 / 해묵고 꾀 들어 妖惡(요악)하기가 늙은 여우로다.

밤마다 초당에서 고기 뒤져 훔쳐 먹고 / 작은 단지 큰 단지 마구잡이 깨뜨리네.

어둠을 틈타 교활한 짓 제멋대로 다하다가 / 문 열고 크게 소리치면 형체 없이 사라지네.

등불 켜고 비춰보면 더러운 발자국 널려 있고 / 이빨 자국 나 있는 찌꺼기만 낭자하네.

늙은 주인 잠 못 이뤄 근력은 떨어지고 / 이리저리 궁리하나 한숨만 나온다네.

생각할수록 이 고양이란 놈 죄 극악하기 짝이 없네 / 긴 칼 빼어들고 천벌을 내리고 싶구나.

네 놈이 생겨날 때 무엇 하러 생겼더냐. / 너로 하여금 쥐 잡게 해 백성 근심 덜려 했지.

들쥐는 구멍 파서 여린 낟알 숨겨두고 / 집쥐는 집을 파서 모든 집안 살림과 물건 훔치네.

백성들 쥐 피해로 날마다 초췌해져 / 기름 피 다 마르고 피골도 말랐다네.

이에 너로 하여 쥐 잡는 대장 삼았으니 / 쥐들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권력 네게 주었네.

황금처럼 반짝이는 한 쌍의 눈을 주어 / 칠흑 같은 밤중에도 올빼미처럼 벼룩도 잡을 만큼 두 눈 밝혔지.

강철 같은 매의 발톱을 주었고 / 톱날 같은 범의 이빨도 주지 않았더냐.

날뛰고 치고 잡는 용기를 네게 주니 / 쥐들이 너를 보면 엎어져 벌벌 떨고 공손하게 제 몸을 바치지 않았더냐.

하루에 백 마리 쥐 잡은들 누가 네게 뭐라겠나 / 보는 사람 네 기상 뛰어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줄 뿐

너의 공로 보답하는 팔사제(八사祭)*에도 / 누런 갓 쓰고 큰 술잔 바치잖느냐

이제 네 놈 쥐 한 마리 잡지 않고 / 도리어 도둑놈 되어 판장문에 구멍 뚫네.

쥐는 본래 작은 도적 그 피해도 적지만 / 너는 힘 억세고 꾀 또한 풍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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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시한 대성 모의고사 시복합부분 출제 시들입니다^^

문제에는 기형도의 '홀린 사람'을 참고로한 언론 통제에 관한 문제도 있더군요..

어느분이 출제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참, 대단하십니다..ㅋㅋㅋ
IP : 118.32.xxx.24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6.17 12:28 PM (221.140.xxx.174)

    다 과거에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저리도 시의적절한지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 2. ▶◀ 웃음조각
    '09.6.17 12:32 PM (125.252.xxx.14)

    용자십니다^^

  • 3. .
    '09.6.17 12:41 PM (121.146.xxx.99)

    정약용 시를 읽고 배꼽을 잡겄네요.ㅋ

  • 4. 누구는
    '09.6.17 12:59 PM (121.88.xxx.67)

    이제 시도 촛불만큼 싫어하겠어요^^
    하긴 시를 좋아하는 쥐는 없겠지만요

  • 5. 정말
    '09.6.17 1:00 PM (211.176.xxx.169)

    기형도의 시는 언제 읽어도 좋았지만
    지금 읽으니 더 좋습니다.
    출제위원 진정한 용자이십니다.

  • 6. 와우
    '09.6.17 1:06 PM (116.33.xxx.167)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부라보

  • 7. 정약용 시
    '09.6.17 2:00 PM (211.57.xxx.90)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8. ...
    '09.6.17 2:58 PM (211.211.xxx.32)

    와 기형도의 저 시 읽은 기억이 나네요.
    집에 책이 있는데 저녁에 찾아봐야겠어요.
    오래전 그 시가 이렇게 절절하게 와 닿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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