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치라는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역사의 주인공 ‘노무현’.
나는 그를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제16대 대통령선거란 그다지 중요한 일도,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게 중요하지도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던 그에게 국민들은 열광하였고 희망을 걸었다. 직접 거리에 나가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하고 길거리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다른 후보는 불법 정치자금을 차떼기로 받던 그때에 국민들은 자기 지갑을 털어 노무현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내는가 하면 어린아이들마저 희망의 돼지저금통을 꽉꽉 채워 보내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저 사람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을 하고 즐거워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노무현’ 그 자체가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의 해답이었으니 말이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 인간으로서의 노무현의 매력에 완전히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노무현에게 관심조차 없던 나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노무현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노무현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바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많은 보수성향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노무현의 당선을 그리 반기지는 않았다. 고작 고졸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김영삼의 눈에 들어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임기가 끝난 후 15대 선거에서 가까스로 서울 종로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그를, 부산에서 세 번이나 낙선한 경력의 변두리 정치인인 그를 그들은 반기지 않았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일제히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마다 번번이 반기를 들기 일쑤요, 그를 왜곡하고 매도하기 일쑤였다. 족벌신문을 비롯한 수많은 보수세력들이 그를 비난하고 왜곡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그를 향한 지지가 끊이질 않자 결국 그들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며 2004년 3월 12일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돌이킬 수없는 실수였다. 오히려 국민들은 탄핵이 웬 말이냐며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일단락되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노무현을 그렇게 비난하고 왜곡하는 이유는 바로 ‘노무현이 무서워서’라고 말이다. 그렇다, 말도 안 되는 대통령의 이상을 국민들이 따르고 지지하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정말 답답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결국 지레 겁부터 먹은 그들은 노무현이 무서워서 노무현을 비난하고 왜곡하고 폄훼했던 것이다.
실제로 내가 생각해도 노무현은 이상주의자다. 그는 1988년 7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와 농민이 다 함께 잘 살게 되고 임금의 격차가 줄어져서 굳이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리고 높은 자리에 안 올라가도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저런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나조차도 저런 이상적인 사회가 이루어질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사회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들에게는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이겠는가. 더군다나 그가 저런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여러 전략과 전술을 내 놓으니 저들은 정말 미치고 팔짝뛸 노릇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이 5년동안 허구한 날 반대만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버리고 말았다.
2008년 2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을 보며 매우 흡족해하였다. 대통령이 아닌 인간 노무현을 보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은 주말이면 차를 타고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얼굴 한 번 보자고 줄을 서고 기다리며 행복해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대통령 재임시절 비자금을 받았다며 검찰은 그를 옥죄어가기 시작했다. 검찰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시작했고, 2008년 12월 형 노건평씨 구속, 12월 측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속, 2009년 3월 25일 이광재 민주당 의원 구속수감, 3월 28일 서갑원 민주당 의원 검찰 소환, 4월 10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구속, 4월 2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검찰 소환, 4월 21일 정상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구속, 4월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 검찰 소환조사를 한데에 이어 결국, 2009년 4월 노무현 대통령까지 검찰에 소환하기에 이른다. 도덕성을 생명처럼 여겼던 그로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설상가상 보수성향의 신문사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진보성향의 신문사들마저도 검찰에서 흘린 정보만을 토대로 받아쓰기식 보도를 하여 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말았다.
7년이란 긴 세월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본 나로서는, 학교에서 시사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귀에 박힐 정도로 친구, 후배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칭찬했던 나로서는 정말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5월 23일 토요일 아침 자습시간에 나는 친구로부터 정말이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습을 하고 있던 나에게 다른 반에서 자습하던 용국이와 동수가 찾아와 “노무현 대통령께서 아침에 부엉이바위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더라.”하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처음에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당장 대전시민광장 사랑방으로 달려갔다. 사랑방에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를 슬퍼하고 애도하는 시민광장 가족들로 가득했다. 태어나서 여자도 아닌 남자 때문에 울어본 적은 처음이다. 학교를 외출하고 온 터라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봐야 했다.
5시 40분 자습이 끝난 뒤 나는 친구 영훈이와 함께 대전역으로 향했다. 대전역엔 이미 참소리님을 비롯한 대전광장 가족들이 대전역을 지키고 있었고 영훈이와 나도 국화꽃을 들고,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단 채 광장 가족들 옆에 가 섰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대전역에는 침묵이 흘렀다. 지켜보는 시민분들도 애도의 마음을 표했고, 근조 리본을 달았다. 그렇게 내 생애 최고로 길었던 5월 23일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는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그분이 힘들어할 때 우리는 그분의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결국, 그분은 우리를 떠나갔다. 누구의 잘못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청와대 푸른 기와집 아래서 웃고 있던 이명박이 아니라, 무리한 수사임에도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십일이나 수사 발표를 미룬 검찰이 아니라, 기사거리 하나 얻자고 죄 없는 사람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언론이 아니라, 지들은 차떼기로 돈을 받아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수사를 공정한 수사라며 검찰 편들던 한나라당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그릇된 일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재임시절에도 도덕성을 최고로 삼았던 그가 그렇게 언론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비난당하고 힘들어할 때 우리는 그를 도와드리지 못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일을 우리는 아무 소리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현 정부, 여당의 태도이다. 정권 초기부터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던 그들이 이제 와서 ‘지난 일은 잊고 미래를 향해 열심히 뛰어보자’라는 말을 뻔뻔하게 내뱉을 때, 그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제를 차벽으로 막고 분향소를 군홧발로 짓밟을 때, 추모하는 사람들더러 ‘지 애비, 애미가 죽었어도 그렇게는 않할 것’이라는 또라이끼 섞인 말을 했을 때, 또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추모객들을 보고 추모제를 가장한 시위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나는 정말이지 울화가 치밀어올라 참을 수가 없다.
500만이라는 추모객이 몰렸다.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그분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합하면 얼마나 많겠는가. 조문하기 위해 4시간 5시간을 줄을 서며 기다리던 사람을 생각해 보았는가?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며 조문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던 그를 그렇게 옥죄어간 검찰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은 현재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며 2002년 대통령선거 이후, 2004년 탄핵정국 이후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이번에도 국민들이 나섰다. 한 손에는 국화꽃을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시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길거리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며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꽉 찼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사과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노무현’ 그를 만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추억일 것이다. 또한 신의 축복일 것이다. 그를 만나 정의를 알게 되었고, 진실을 알게 되었으며, 정치가 더럽고 불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만나 꿈을 꾸게 되었고, 그를 만나 나는 정말이지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고, 그의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MP3 파일로 들을 수밖에 없는 게 너무나도 슬프다. 비록 그의 육체는 훨훨 타 바람에 휘날리어 갔을지라도 그의 영혼만큼은 우리들 곁에 머물러 줄 것을 믿기에 나는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마 전 발표했던 검찰 수사발표를 나는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노무현을 비난하고 왜곡한다 할지라도 나 한사람 만큼은 노무현 대통령의 편에 서서 그를 지켜줄 것이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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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謹弔 ▦ 고등학생 추모글 - 내가 아는 노무현이란 사람 (vja)
ㅠ.ㅠ 조회수 : 441
작성일 : 2009-06-17 06:12:07
IP : 211.205.xxx.4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지금도
'09.6.17 6:27 AM (115.139.xxx.149)눈물이 납니다.
우리 잊지 말아요..2. ..
'09.6.17 8:24 AM (58.148.xxx.82)세상에...고등학생이 이런 수준의 글을...
제 고등학교 시절이 부끄럽습니다.
글쓴 학생, 그대 같은 사람을 우리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한단다.
너희들 보기 부끄럽고 면목이 없지만
너희가 우리의 희망이다.3. 겨울아이
'09.6.17 9:02 AM (221.217.xxx.65)고1 아들에게 노짱님 이야기를 해주긴 하였지만
글쓴 분 만큼은 성숙하지 못하것 같아요.
이글 프린트해서 읽어보라고 해야겠습니다.4. ▶◀ 웃음조각
'09.6.17 9:04 AM (125.252.xxx.14)어휴.. 현 대학생보다 훨씬 낫네요.(생각있는 대학생들 제외)
정말 어느분 글처럼 너희가 희망이다...5. 노짱님
'09.6.17 10:30 AM (61.106.xxx.78)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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