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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책 거부하기 글을 읽고
먼저 고백하자면, 저희 집에는 시공주니어 책이 많습니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나온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를 너무나 재밌게 봤고, 그 책이 칼데콧상이라는 상을 받은 책인 것을 알고는 칼데콧상 수상작들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공주니어 책들이 참 많더군요. 발행인에 항상 전*국이라는 이름이 찍여나오는 것을 똑똑히 보면서도 시공주니어 책을 꽤 많이 샀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고, 제 딸도 무척 좋아하는 동화책인 <프레드릭> (<개미와 베짱이>를 뒤집어 놓은 듯한 그림책입니다. '시인'으로서의 베짱이의 모습을 주인공 쥐인 프레드릭을 통해서 말해주려고 한 그림책입니다.)도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입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라는 책도 무척 좋아하는 책인데, 역시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입니다. 아... 칼데콧상 수상작들이 대체로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들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발행인의 이름이 항상 제 가슴 한 켠을 때립니다. 그런데, 그 책들을 볼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정말 안타깝게도 이 책들이 이렇게 재미있단 말이냐...
이미 산 책들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고, 더이상 구입하지 않을 자신도 사실 없습니다. 급기야는 그냥 영어판을 구입해서 우리 말로 읽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혼자서 잠깐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보기엔 한글판이 보다 적합하겠다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한스 바이스의 <나쁜 기업>이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아직 읽진 못했습니다. 다만, 추천해준 동료의 말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위선적 행태-앞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끔찍한 아동노동착취, 빈곤의 고착화, 아프리카 독재정권들과의 유착을 저지르는-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책이라고 하더군요. 그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제가 바로 해당 기업들의 제품들을 불매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심각하게 다시 한 번 무엇을 살 것인가 또는 무엇은 사면 안되는가에 관해서 고민하게 되긴 하겠지만요.
그런데, 시공주니어는 <나쁜 기업>에서 접하게 되는 거대 다국적기업들, 가령 나이키 같은 기업들,보다도 더 답답합니다. 아프리카의 독재정권들도 물론 나쁩니다만 그 정권들의 행태는 제게 생생하게 다가오진 않는데-아... 이런 위선적 행태들마저 너무나 마음아파 못견딜 정도가 되면, 그래서 세상 모든 이들의 아픔이 곧 제 아픔인 정도가 되면, 그건 거의 성인의 경지이자 어쩌면 지옥이겠지요. 무간지옥의 '인무간(人無間)'이란 것이 어쩌면 그런 뜻은 아닐지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아파하는, 그 생생한 5월 광주를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
아...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버려야 되나... 이젠 더이상 사면, 안되려나... 아... ㅠ.ㅠ
1. 다른
'09.6.12 9:08 AM (61.254.xxx.34)훌륭한 출판사 많잖아요. 그런 출판사 일으켜주자구요.
2. ..
'09.6.12 9:10 AM (58.148.xxx.82)저 리브로 회원도 탈퇴했습니다.
탈퇴 사유에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어서
책 살 여유가 없다고....옹졸하지만 그렇게 썼어요;;;3. ㅜㅜ
'09.6.12 9:11 AM (125.184.xxx.8)도서관에서 대출이라도.....
4. 땡땡
'09.6.12 9:13 AM (211.215.xxx.195)점두개님,,,ㅎㅎㅎ
넘 웃겨요..
저도 저렇게 써놓고 탈퇴해야겠네요..ㅎㅎ5. 구름에 달가듯
'09.6.12 9:24 AM (114.204.xxx.62)시공사. 책은 좋은데 오너가 싫어서 .......
사자니 누구의 뱃떼지를 불려 주는것 같아서 기분이 껄쩍지근 합니다
빌려서 보거나 아님 서점서 보고 오거나.........
그래도 집에 몇권은 있어요.6. 요즘
'09.6.12 9:35 AM (203.142.xxx.241)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칼테콧상 안 읽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게 아니라서
저도 불매하고 있습니다.7. ...
'09.6.12 10:03 AM (61.73.xxx.57)불매해서 망하면 판권이 다른 곳으로 가겠죠?
그때를 기다리며 꾹 참고 있습니다.
이미 들어와있는 도서관에서 빌려봅니다.
일부러 곱게 봅니다.
재구입할 일 생기지 말라고요.8. 비가 오려나
'09.6.12 10:09 AM (218.237.xxx.181)원글님 말씀하신 책들, 저나 아이가 다 좋아하는 책들이네요.
저도 한때 칼데콧상 시리즈에 꽂혀서 많이 사기도 했어요.
근데 작년쯤 시공사 계열에 대한 사실을 알고는(그전에는 몰랐어요)
도저히 못 사겠더군요.
그후로는 굳이 칼데콧 시리즈가 보고 싶으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어요.
29만원으로도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는데 피같은 내 돈 십원이라도 더 보태주고 싶지 않아요.9. 참아 봅시다
'09.6.12 10:23 AM (119.197.xxx.222)우리들의 이런 안이한 생각들이 오늘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 줄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이를 악물고 참아 봅시다.
그러면서 대안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 보자구요.
엄마들의 이런 모습들이 어쩌면 그책 한권 읽힌 것 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될 수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10. 힘들지만
'09.6.12 10:38 AM (123.214.xxx.141)참고 여기서 바꾸면 좋은책 다른 출판사에서 많이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그것도 다 슬픈현실이네요.. 그럴 수록 더더욱 힘을 내야죠.. 어렵네요..
코스트코 끊고 삼성카드 해지 하는 것 하나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먹는 거 좋아하는 우리 부부의 유일한 낙이거든요.. ㅠ.ㅠ)11. 조중동타도
'09.6.12 10:45 AM (124.138.xxx.3)저 리브로 탈퇴하면서,.. 살인마 전두환 죽어라!!!!!!!!!!!!!!!!! 사유 쓰고 나왔어요.
이미 산 책은 뭐 어쩌겠어요...
윗님.. 저도 코스코 끊으려니.. 4월에 다시 가입했는데 끄억..12. 하늘을 날자
'09.6.12 11:26 AM (210.205.xxx.82)좋은 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들을 읽으면서 정말 감탄합니다. 진짜 대단하세요, 다른 분들. 와... @..@
정말 부끄럽군요. ..님 댓글은 너무나 큰 웃음을 제게 주었고, ...님 댓글은 정말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네요. 참아봅시다님의 말씀처럼 '이를 악물고' 참아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