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났다.
치열하게 살았던 인생만큼 그의 죽음 또한 치열한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나 역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기에
그를 이렇게 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가슴이 아려온다.
2002년 대선 무렵 남편이 나를 이렇게 칭한 적이 있다.
'노사모 보다 노무현을 더 사랑하는 사람'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대통령 후보의 개인홈페이지였던 '노하우닷컴'에 들락거릴 무렵이었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의 당선을 위해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고,
아이의 돌반지를 보내고, 월급에서 일정액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했었다.
정치인에게 돈을 주다니...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 - 정치인들에게는 하다못해 막걸리나 고무신이라도
받아야 하는 줄 알았던-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행태였지만,
그 사이트에서 우리는 함께 토론하고
감동하며 신명나는 마음으로 노무현대통령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노하우에 쓴 러브레터>라는 책이 도착했다.
노하우닷컴에 올렸던 내 글이 이 책속에 인쇄되어 나온 것이다.
물론 이렇게 '노무현' 이라는 사인과 함께...
난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시청한 것, 그가 쓴 책을 읽어 본 것 그리고 대선때
천안에 유세하러 내려왔던 그를 먼 발치서 바라본 것이 전부이다.
집단적인 것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고 게으르기까지 한 개인적인 성향상,
노사모라는 단체에 가입하는 것도 싫었고
몸으로 뛰며 열성적으로 그를 지지한 적도 없다. 하지만 노무현대통령은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고 존경하게된 정치인이자 사상가였다.
그는 진실한 사람이며,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그 감동은 그의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짓과 행동,
그가 걸어온 인생에서 나온다.
사람이 자신의 뜻을 세우고 평생 그 뜻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만한 나이가 되다보니
더욱 더 그 분이 존경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큰 안타까움에 지금도 가슴밑이 먹먹해 올 때가 있다.
우리가 다시 이렇게
나라와 국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균형과 통합을 위해 애쓰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깊이 있는 철학과 순결한 영혼을 가진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는 행복이
우리에게 또 주어질까?
그가 퇴임할 무렵 우리는 영국에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봉하에 저 책들고 가서 '인세 대신 사진 한방 찍어줍쇼!!' 하자고 했었다.
이제 봉하에 가도 그는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 그는 다시 살아났고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난 이제서 예수의 부활이라는 개념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대 잘 가시라.
'생사일여(生死一如)'라 하셨으니 부디 그 곳에서도 우리 국민들을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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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에 쓴 러브레터
뽀루수 조회수 : 278
작성일 : 2009-06-09 13:06:59
IP : 121.134.xxx.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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