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연예인(펌)

[pp.]

정치인과 연예인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그들의 생명력이 대중의 지지와 환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 때문에 끊임없이 대중들과 접점을 찾고 소통에 매진하는 것은 그들의 삶이며 일상이 된다.

성공한 정치인이나 성공한 연예인들이 명예와 부와 권력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이 둘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명예를 통해 부와 권력을 얻게 되는 일련의 과정도 흡사하다.

때때로 부를 통해 명예, 즉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되려는 시도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명한 대중들은 대부분 이러한 족속들은 외면하고, 결국 이들의 대부분 돈만 날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 땅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가치나 이상을 품고 매진하는 것보다는 시류와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혹은 변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객관적 진실이다. 비극이지만 사실이다.

오로지 연기나 음악성만으로 승부하겠다는 배우가 버티기 힘든 것처럼,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목적으로 헌신하겠다는 정치인도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결국 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연예인으로 성공하겠다면, 성공해서 오랫동안 부와 권력을 유지하겠다면, 예컨대 명예 정도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약간의 세월이 지나거나 상황에 따라, 포기한 명예를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포장해 낼 수 있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미련하게 한 길만 가겠다는 것은 아집이고 세상을 잘 모르는 것이고 결국엔 존재의 기반인 대중들도 지쳐 떠나가기 마련이다. 바보다.

똑똑한 정치인, 똑똑한 연예인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제야 대중들은 그런 바보를 그리워한다. 그리워 목이 메이고 있다.


글쓴이 탁현민은 (주)P당 대표이사이자 캠페인 PR 전문가다. 한양대 문화콘텐츠과 겸임교수(현), 성공회대 외래교수(현).

입력시간 : 2009/06/04 06:38:58 수정시간 : 2009/06/04 12:30:24/한국일보

[pp.]

http://sports.hankooki.com/lpage/entv/200906/sp20090604063853960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