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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를 위한 변명1
문학기행 코스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어요. 제정 러시아의 수도로 도시 자체가 유서 깊은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문호와 작품들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으니까요.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것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였고 음산한 고골리 작품의 주 무대가 되었던 곳도 상트페테르부르크였습니다. 도시 한복판에는 푸슈킨의 시에 나오는 청동기마상이 세워져 있기도 하구요.
그때, 한국 작가들이 그런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할 당시 가이드를 맡았던 사람이 러시아 남자 대학생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학생이었죠. 하지만 까다로운 단어나 표현을 구사하는 것에는 아직 서툴러서 그런 걸 사용해야 할 때는 작가들에게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럼 작가들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 만큼 그 뜻과 용례를 자세히 알려줬고 학생은 주의 깊게 듣고 나서 수첩에 뭔가를 적거나 골똘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곤 했다는군요. (마치 그 단어나 표현들을 되새기듯이...)
작가들은 벽안의 러시아 대학생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감개무량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소련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당연히 묘한 감상에 빠져들었겠지요. 그러다 학생의 전공이 한국사, 그 중에서도 가야사라고 하자 좀 숙연해져서는 멀뚱멀뚱 차창 밖만 바라봤다고 하더군요.^^ 고려사도, 조선사도 아닌 (한국에서도 큰 관심이 없는) 가야사라니.... 작가들이 그 이방의 청년에게 한 대 지대로 얻어맞았던 거였죠.
이게 최인훈의 소설 <화두> 하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화두>에 잠깐 등장했던 그 학생은 이후 한국으로 유학을 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여성과 결혼도 하고 아예 국적도 한국 국적으로 바꿔버립니다. 귀화하면서 당근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죠. 청년의 원래 이름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였어요. 근데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를 보통 ‘발로자’라는 애칭으로 부른답니다. 하여 학생은 자신의 애칭을 음차(音差)하여 한국식 이름을 지었습니다. 바로 박노자라고요...
최근 게시판에서 김지하에 대한 글을 심심찮게 접하게 됩니다. 오늘 잠도 안 오고ㅠㅠ, 6월과 7월에는 82에 자주 접속하지 못할 성싶어 섭섭하기도 해서 그것과 관련된 제 생각을 좀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먼저 밝혀둘 점은 제가 김지하 시인을, 시인으로서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끄적임은 애초부터 객관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래도 한번 말달려볼 생각이고 전에 어디선가 언뜻 <레디앙>에 올라왔던 김지하, 황석영 관련 기사를 본 것 같아 찾아보다가 역시 <레디앙>에서 박노자 교수의 글도 접하게 됐습니다.
저는 박노자 교수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답니다. 함 읽어봐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그의 단행본은 한 권도 읽지 못했고-_-;; 가끔 인터넷에 올라온(그것도 거의 누가 링크를 해줘서...--;) 칼럼 등으로만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감탄했죠. 일단은 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 놀라워서.^^ 그리고 정말 시각이 날카롭고 한국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서. 또 하나는 저보다 어려서. (그러고 보니 박노자가 지네딘 지단과 동갑인데 지단도 저보다 어리네요. 흑흑. 외모로는 제 삼촌뻘 같다고, 같다고 ‘우기고’ 싶지만.... 그것도 거울을 보니..ㅠㅠ)
그런 박노자의 글 중에서도 이번에 <레디앙>에 올라온 글은 정말 좋았습니다. ㅎㅎ 좀 귀엽기도 하고요. 전에 박노자 교수가 <한겨레21> 칼럼에서 한국인들이 톨스토이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죠. 육당 최남선으로 대표되는 개화기 지식인들에 의해 국가주의와 군대를 부정했던, 지금 지식인보다 더 근대적인 지식인으로서의 면모 대신 ‘영적인 것을 추구한 성자’로서의 면모만 흡수, 전파됐다고요. 그건 또한 서구가 톨스토이를 그렇게 수용했기 때문에 막 서구를 정전으로 삼기 시작한 조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신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정치적으로는 슬라브 민족의 단결을 주창한 국수주의자였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밥 먹을 때 국물 종류가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을 ‘애국자’, 그 국물 종류가 끼니마다 반드시 새롭게 끓인 것이라야 하는 사람을 ‘국수주의자’로 부르기도 합니다^^) 유럽 본토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고 우리 슬라브 민족도 단결해서 그런 ‘훌륭한’ 국가를 만들어보자...는 주장을 은연중에 작품들 속에서도 했었습니다.
<백치>에서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아시다시피 나는 신문에서 영국 의회에 관한 기사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논하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나는 정치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며 정치가로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당의 의석에 앉아 계시는 고결한 자작’이니 ‘본인과 의견을 같이 하시는 숭고한 백작’이니 ‘그 제안으로 전 유럽을 경악케 한 우리의 존경하는 논적’이니 하는 표현을 말입니다. 그처럼 자유로운 표현이나 국민의 의회제도는 우리에게 있어 소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그러한 신문기사에 거의 매혹될 지경입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박노자는 패기 넘치는 젊은 어조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레디앙>에 실린 황석영 비판 글에서도 그는 또다시 톨스토이를 언급하더군요.^^ 특히 국가주의를 거의 본능처럼 싫어하는 박노자에게 톨스토이는 모든 예술가를 통틀어 제일 바람직한 전범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링크 걸 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황석영으로 와서-_-, 제가 이해하기에 황석영은 자기애가 매우 강한 사람입니다. 그것이 너무 강하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넘칩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자기가 끼어 들어야만 뭔가 판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게 된 듯해요.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대접도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구요. 방북사건이나 예전에 MBC <성공시대>에 출연해서 자신의 성공담(!)을 풀어놓은 것도 저는 그런 성향의 발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석영의 내면에는 또 하나의 자아인 ‘우울하고 상처받기 쉬운 황석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몰개월의 새>, <삼포 가는 길>, <열애>와 같은 초기작들에 바로 그 황석영이 잘 드러나 있죠. 헌데 문제는 그 황석영이 자기확신이 강한, 또 다른 황석영을 이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덤 더.
거기다 이른바 ‘재야’의 특수성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재야를 풀이하면, 오랫동안 지속된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탄생한 ‘한국적 투쟁 연대’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독재에 반대하는 자라면 ‘아묻따’,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쳤던 것이죠. 그래서 그 껍질을 벗겨보면 실로 다양한 사상과 노선, 성향의 사람들이 한데 얽혀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낭만적인 민족주의자에서부터 급진적인 사회주의자까지.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독재와 싸워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명백히 변절한 사람들도 생겨났지만, 변절은 아닌데 우리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나타났죠.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싸움’을 해온 탓인지 보통 싸움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싸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통해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저는 그것의 대표적인 예로 김지하를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런 식으로, 김지하가 후천개벽이니 율려니 하는 것에 경도되어 갔다면 황석영은 알타이대연합론으로 기울어 갔습니다. 저는 저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저 말을 듣는 순간부터 알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결국 그렇게 흘러갔구나 정도? 사실 출옥 후 발표한 황석영의 작품들을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래된 정원>을 찾아 헤맸던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서 이 땅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곰곰이 따져보기 시작합니다. 황석영은 <손님>을 봤습니다.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라는 두 외래의 손님이 근대의 이 땅을 점령했고 어떤 지평을 넓히기도 했으며 갈등과 분열을 야기했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바다 여기저기를 헤맨 끝에 용궁에 안착한 <심청>처럼 우선 ‘이땅’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자, ‘이땅’을 이룬 원류를 찾아 그 기운들을 묶자, 그러면 <손님>으로 야기된 문제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렇게 하여 알타이대연합론인지 뭔지를 구상하기에 이른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
거기에 앞서 말한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 어우러져 또 한번 스스로에게 묻죠. 내가 가리, 하와이? 그러자 우울하고 상처받기 쉬운 황석영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자기확신이 강한 (하여 으스대기도 좋아하는) 황석영이 대답합니다. 당근. 니가 가라, 하와이. 저는 황석영이 MB와 결탁한 배경을 그렇게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황석영에 대한 전적인 비판을 유보하고 싶습니다. 그가 박노자의 저런 충고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를 바라고 그리하여 이제라도 MB와의 결탁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황석영에게 그것에 필요한 시간을 조금 주고 싶습니다. 비판은 그 이후로 미루구요..
하, 또 글이 길어져서 김지하에 대한 건 다음에 할게요. 82에 접속할 수 있을 때까지 마구 달리렵니다. 그래도 양해해 주시길.^^
1. 프리댄서
'09.6.2 3:51 AM (218.235.xxx.134)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3837
(박노자, '작가 귀하게 만드는 건 노벨상 아니다')2. ...
'09.6.2 4:03 AM (173.3.xxx.35)역시 프리댄서님.^^;;
일찌감치 속으로 혼자 님의 팬임을 자처한 자신을 칭찬하고 있습니다(으하하^^;)
김지하에 대한 글, 얼른 써주세요.3. caffreys
'09.6.2 4:14 AM (204.38.xxx.80)"변절은 아닌데 우리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화(?)"
4. ^^
'09.6.2 4:36 AM (78.48.xxx.104)저 프리댄서님 숨은 팬.^^
혹시라도 갑자기 82에서 사라지기 없기.!! 아셨죠??^^5. 댄서님 팬
'09.6.2 5:09 AM (122.36.xxx.37)박노자가 도스토예프스키를 꺼리는 이유를 알겠군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짐작해보니 능히 그럴듯 합니다. 의사인 아버지는 농장의 하인들에게 살해당했죠. 마찬가지로 자식들에게도 엄격했고요. 아버지의 부재보다 제대로 된 아버지상에 매달렸으니 국가관도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거 같다 싶네요. 러시안룰렛을 즐겼던 트라우마 강한 그 양반을 싫어할 만 합니다.
저 역시 황석영에 대한 비판은 멈춤을 넘어 섣부르다는 생각 합니다. 진중권의 날선 비판은 납득안되구요. 전 손님을 통해 정신분열의 단초를 제공받았거등요. 그 이후 고맙고 그가 손학규를 지지하든 MB랑 야유회를 가든 그의 여정을 존중합니다. 적어도 같이 가면서 양아치 교육이라도 시키겠지 싶어서...
ㅋ..운명처럼 살짝 들어보면 댄서님 글이 보여서 좋습니다. ^^6. phua
'09.6.2 6:55 AM (218.52.xxx.103)댄서님 팬님 말씀대로 그 양아치들이 황석영씨가 주는
교육을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최소한 역량이라도 있었음 합니다.
매번 공짜로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고 오는 것 같아서 미안한 이 맘은...
" 세상에 공짜는 없다. " 와 " 유유상종 "이 제 신조거 든요.
우선 "주옥같은 글... 감사합니다. " 부터 드립니다.7. 하~
'09.6.2 7:29 AM (82.23.xxx.15)변두리 언어인 베트남어 따위로는 자기 작품!을 번역하고 싶지 않다고 한 그 황석영 얘기하시는 거죠 지금? 다른 황석영이 또 있나요?
쥐박이가 psi 참여를 유보한 걸 보고 어쩌고 저쩌고 했었는데,
psi전면 참여 선언한 다음에 황석영이 뭐라고 하는 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어떤 논의도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여태 암말도 않고 있는 걸로 봐서는
똥!입니다. 황석영은.8. 하늘을 날자
'09.6.2 8:50 AM (121.65.xxx.253)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달려주세용~~~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합니다. 특히, 그 '김지하'에 관한 글이라니. 저는 김지하 시인의 시를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 (김수영 전집은 집에 있으나, 별로 읽은 것이 없으니 말 다했지요. 아... 이 천박한 나의 문학적 소양이여... ㅠ.ㅠ) 그래도 그를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양창수 교수님께서 <민법연구> 9권의 논문 중 하나에서 그렇게 밝히셨지요. '대학 시절 나의 영웅은 언제나 김지하였다.'고. 제 영웅은 (당근) 언제나 조영래 변호사였습니다만, 김지하 시인도 늘 좋아했었어요. 그의 91년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조차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튼 프리댄서님 항상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드디어 저 법정드라마 대본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워낙 글재주가 부족해서 뭐 별 게 안나오지만.;;; 근데, 특별히 시나리오 작법에 관해서 배운 바도 없이 그저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책 한 권에만 의지해서 이렇게 시나리오를 써도 되는건지...;;; 음냐. 따로 어디서 배울 시간도 없고... 에공...9. 둬줄읽고댓글먼저답니
'09.6.2 8:54 AM (203.247.xxx.172)댄서님 글을 볼때마다
이런 글은 돈 내고 봐야하는데...합니다ㅎㅎ
(읽으러 올라감~휘리릭~)10. 이런 글
'09.6.2 9:14 AM (118.217.xxx.164)기다려왔습니다.
고맙습니다.11. 항상
'09.6.2 9:15 AM (122.43.xxx.9)부러운 댄서님입니다.
^^;;;;
지금 정신없는 상황이라 글 전체를 읽지도 못하고 답글부터 다네요.
급한 일처리를 한 후 꼼꼼히 읽겠습니다. ^^12. 심란하다가..
'09.6.2 9:21 AM (118.93.xxx.75)이러저러... 말많고 탈도 많은 어수선한 분위기 글 읽다
프리댄서님 확인하고 들어왔어요
긴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잔잔한 분위기......
글 자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13. 가원
'09.6.2 9:46 AM (125.128.xxx.1)김지하씨의 독재에 항거한 모습을 정말 존경하는데, 후천개벽 어쩌구 부터는 넘사벽(;)을 느낍니다; 이분들 왜 이래...ㅠㅠ 게다가 황석영씨 mb랑 쿵짜짝 어쩌구에서는 이거 뭥미...(ㅡㅡ;) 랄까요...
이상을 추구하되, 더러운 시궁창인 현실에 발을 푸욱 담가야 하는 거구나... 그러면서 하늘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게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거구... 연꽃을 피우는 건 나불나불되는 입으로 되는 건 아니구나....
김지하씨 황석영씨, 지금 현실에선 솔직히 실망입니다.
뭐 커다란 깨우침 얻고 다시 돌아오신다면 두 손 벌려 환영이지만; 글쎄요;;;
과연 돌아오실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제가 진보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노짱의 서거 이후 노짱보다 반발짝 앞으로 가고픈 완전진보도 아닌 어쩡쩡한 보수주의자였구나 느낍니다. 노짱......... 노란색만 봐도 왈칵왈칵 눈물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건,
감동을 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황석영씨가, 김지하씨가 제발 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기도합니다....
저도 사랑하고 싶어요.. 막막막...ㅠㅠ
프리댄서님 자주자주 글 올려 주세요...
님 팬이랍니다!!! 헛소리 주절주절 해서 죄송해요;ㅅ;14. 저도
'09.6.2 9:48 AM (218.237.xxx.181)좋은 글 감사드려요~
아침부터 게시판이 심란했는데,
프리댄서님 글 읽으면서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얼른 달리셔서 김지하 편도 올려주세요^^15. ..
'09.6.2 10:51 AM (220.117.xxx.39)글 잘 읽었습니다
긴 글 올려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런데요
아주 오래전부터 김지하씨에 대해 궁금한게 하나있었어요
항간에
김지하가 옥바라지 힘들게한 부인을 두고
출옥후에 바람을 펴서 이혼을 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
저는 사실이 아니고 "카더라 통신"이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김지하씨에 대해서 잘 아시면
제가 잘못알고 있는거라고 해주셔요~~^^16. 고맙습니다
'09.6.2 11:39 AM (121.134.xxx.1)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 잘 읽었어요.
저도 김지하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 없이,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신뢰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는 우리나라 마지막 "지사형 작가" 거든요.
하지만, 황석영에 대해서는
전부터 그냥 예술가(잡놈 작가-이거 비하 아니예요)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실망도 기대도 없고....
바람 부는 대로 이리도 가고 저리로도 가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장똘뱅이 이야깃꾼, 같은 컨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에 선비적인 지조와 절개를 바라는 건(그게 반드시 없다는 게 아니라)
컨셉에 맞지 않는 일이지요. ^^17. 프리댄서
'09.6.2 11:42 AM (218.235.xxx.134)앗, 호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저 칭찬에 무지 약하답니다. 오늘밤 다시 말달려보겠습니다.^^
그리고 위의 점 두 개님.
김지하 이혼 안 했어요.^^;;
부인이 박경리 선생 외동 따님이어서, 박경리 선생 돌아가셨을 때도 사위로서 상주 노릇하셨는 걸요.^^18. 고맙습니다
'09.6.2 11:44 AM (121.134.xxx.1)그런데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좀 아쉬움도 있어요.
기왕 "영성"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하셨으면, 제대로 천착해주시면 좋겠어요.
영성은 "외부 세계"를 뜯어고치는 일이 아니라
"내부 세계"를 갈아엎고 깨부수고 개혁하는 일인데...
여전히 그 시선은 바깥을 향한 채로,
타인을 향해 우주를 향해 영성을 말씀하시네요.
운동의 논리로 영성을 설교하시니...
영성 관점으로 보기에도 좀, 그렇습니다.
(우주를 짊어져야 한다는 아틀라스 컴플렉스도 아니고...ㅜ.ㅜ)
영성은 자기 내부를 향해 '개안'을 하는 것이지요.19. 프리댄서
'09.6.2 11:47 AM (218.235.xxx.134)댓글 다는 사이에 '고맙습니다'님께서 다른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제 생각도 바로 님의 생각과 비슷하답니다!
그래서 정말 반갑네요.^^
그리고 하늘을 날자님. 오오, 대본 쓰기 시작하신 거 마구 축하(?) 드립니다.
전에 신문에서 현직 외과의사가 의사 그만 두고 드라마 작가로 나섰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외과의사 봉달희> 대본 작업에도 참여했다던가.. 암튼 그랬는데.
법조인 출신 드라마 작가 출현, 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면 '오옷, 하늘을 날자님이군!' 생각하고
엄청 응원해드리겠습니다. 정말 화이팅이에요.^^20. 프리댄서
'09.6.2 11:48 AM (218.235.xxx.134)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남기는, 여기 댓글들을 통해서도 정말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님, 제 말이요....^^21. \
'09.6.2 12:37 PM (58.124.xxx.104)권력이 나름 지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정신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군요. 허긴 제대로된 지성이 칼앞에서 엎어지긴 않겠지만 그래도 존엄성을 지켜줄수는 있었을텐데, 그 신비주의의 커텐마저 스스로 갈갈이 찢게 만드네요. 원하던 원하지않던 말이죠.
참...가슴이 아픕니다.22. 나도 뭔 소린지..
'09.6.2 12:46 PM (222.236.xxx.100)...넘 오래 싸워온 탓일까요?
전 황석영의 손님이 좋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 문턱에서 기사회생하자마자
속살은 신비주의자가 되어 버렸죠
김지하나 황석영이나 도스토예프스키나
시차는 있지만 생사의 갈림길의 강도에 따라
죄다 신비주의적(정신우월주의???)으로 되버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게 뭐 그리 나쁜가요?
다른 경험과 경륜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굳건하면 되지 않을까요?23. 고맙습니다
'09.6.2 1:22 PM (121.134.xxx.1)프리댄서님, 저도 반갑고 놀랍습니다!!
왜냐면, 김지하의 후천개벽, 율려 등 영성을 향한 진화를
진지하게 보아주는 시선을 만나는 걸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김규항 씨는 대놓고 '치매'라고 하더라군요. 이현주 목사까지 맥락을 지워가며...)
다들 이런 일은(그리고 나머지 일들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해석들 하잖아요.
전 입장이 마이 다르고, 그래서 뭐... 이래저래 할 말이 없지요. ^^;;
김지하 시인의 행보가 제게 준 가르침은
나이가 들어서 인생을 바꾸기란 어렵다는 것이랍니다.
그 분도 영성의 깊은 체험을 했고,
그래서 초심을 가지고 인생을 새 출발하고 싶으셨을텐데...
사회학적으로 길들여진 사고와 운동가적인 개혁논리...
그리고 사회사상가라는 기왕의 컨셉에서 영영 벗어나시지를 못하시네요.
그걸 보니, 늙기 전에 '안'을 들여다 보는 공부를 해야지,
에효... 나이는 자꾸 먹고 큰일이다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 안을 본다고 말하면서도, 밖을 지적하고 있으니까요...
당장 저부터도 말이지요. ㅜ.ㅜ
인사말 건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반가워서
이 글 역시나 '바깥을 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몇 자 더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핵심이, 반갑다는 얘기예요. ^^;;24. 현랑켄챠
'09.6.2 2:43 PM (123.243.xxx.5)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린 치기 어린 사랑을 해선 안되는 거죠. 지금은.....
황석영은 자신의 꿈을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절대 MB 자체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에 동조하고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이죠. 그 꿈 자체일 수도 있구요.
결과론적으로 MB가 황석영을 이용하든, 황석영이 MB를 이용하든
둘 중 하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황석영 스스로가 아무런 지원없이 혼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그 꿈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가지는 쳐 내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진중권 교수가 비난과 비판을 동시에 날리는 것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꿈은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 시각은 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겁니다.
MB가 그의 정신적 지지자는 아닌 것 같고, 동조자도 아닌 것 같고
다만 일정 부분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정도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갈 때 가더라도 자신이 쌓아놓은
굵은 가지들을 부정하고 줄기에 상채기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진중권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는
정반합이라는 단순한 논리적 시퀀스를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 언론들이 그의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요.)
황석영씨가 그 '합'을 이루어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치기어린 사랑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줄기에 상처를 내면 안됩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설사 부정한다고 해도 그걸 입밖으로 내어서는 안됩니다.
그 부정으로 인해 무너질 가슴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합'을 이루어 내었을 때 이미 새겨진 '주홍글씨'가 당신을 더
괴롭게 할 것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더 일진보 하시란 말씀이죠.
제 의견입니다만,
꿈을 위해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오실 때는 반드시
그 부정을 '합'의 긍정으로 승화시켜서 오시길 바랍니다.25. ^^
'09.6.2 5:06 PM (96.49.xxx.112)프리댄서님 참 부드러운 분이신 것 같아요.
가끔 저는 욱해서 탈인데..
이번에 황석영 사건을 보고 남편이랑 황석영 책을 버리느냐 마느냐 그러고 있었거든요.
한국서 무겁게 이 먼 곳까지 들고왔는데 말이예요.
82가 이래서 참 좋아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26. 프리댄서
'09.6.2 8:36 PM (218.235.xxx.134)현랑켄챠님.
글쎄, 황석영이 품은 꿈이 깊은 성찰과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이면 좋을 텐데,
아직까지는 좀 수상쩍어 보입니다.--;
저번 일은 실수였다, 통렬히 반성한다고 하고서 걍 계속 글이나 썼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그리고 윗님.^^
황석영에 대한 비판을 유보하겠다는 건 일단 내가 좋게 읽었던 그의 작품들이 아까우니까요.ㅠㅠ
작가는 글로 발언하는 사람들인데, 그의 작품들 (특히 초기작부터 장길산까지)을 보면
그가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기에 우짜등등 좀 기다려보고 싶네요.
암튼 이'꼰대들'은 사고를 쳐도 크게 칩니다, 하여튼.^^27. 프리댄서님~
'09.6.3 8:48 AM (125.149.xxx.202)저두 님의 숨겨진 팬이에요. 자게에 가끔씩 오는데, 올 때 마다 님 글 검색해서 읽구가요.
(어떨 땐 프리댄서님 글이 궁금해서 오기도 한다는...ㅎㅎ)
안무도 짜고 그런다는 걸 보면 진짜 댄서님인 듯 한데, 어찌 그리 박식하시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많으세요~ 님의 글을 읽으면 항상 좋은 자극이 된답니다. 전에 알고 있었으나 잊고 있던 것들도 생각이 나구요 (전에 들뢰즈의 죽음도 잊고 있었는데, 생각이 났구요. 저번에 소개해주신 미쉘 우엘벡의 소립자도 일단 사놓긴 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네요).
좀 더 젊었을 땐,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책도 많이 읽고 호기심을 가졌었는데, 애 낳고 워킹맘으로 3년 살다 보니 내 안의 지성이라는 것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근데 댄서님 글 읽을 때마다 작은 위안(?)을 받는 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부탁 드려요.
(블로거 분들의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러 얘기가 어우러진 게시판에서 가끔씩 만나는 댄서님의 글을 읽는 것도 참 매력적이에요 ㅎㅎ)
첨으로 댓글 달면서 넘 빠순이(자극적 용어 사용 죄송^^;;)가 된 거 같네요.
저두 시인 김지하는 참 좋아해서, 아직은 그 분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싫은데요.
황석영씨는 참...
솔직히 전 이분 작품을 하나도 안 읽어봐서 (대학때 대하소설 즐겨 읽었었는데, 왠지 이 분 작품엔 손이 안가더라는... 방북하고 수감도 되고 어쩌구 해도 관심이 안 가더라구요) 섣불리 평가를 할 수 없는데요,
작년인가 무릎팍도사에 나온 걸 우연히 봤는데요, 전 실망했어요. 그 정도 나이에, 그 정도 경험을 하신 분치고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너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 보이구...
이번 사건을 보면서도 '뭐 원래 저런 사람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분 작품을 읽었던 분들에겐 많은 충격이었나봐요.
누가 쓴 글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황석영이나 변희재 같은 사람들은 본인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지 않으면 안달이 나는 사람들이라고 평을 해놨는데 (만약 7-80년대에 우리나라가 진보 민주주의 세력이 주류였다면 황석영은 극우 보수의 선봉이 되었을 사람이라고...), 무릎팍에서 제가 본 이미지도 좀 그랬거든요.
책도 안읽어 본 분에 대해 넘 주절주절 썼네요^^;;
임방울 명창 얘기랑 이 글이랑 함께 읽고 넘 고마와서 댓글 주절주절 남깁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릴께요~28. ^^;;;
'09.6.3 9:50 AM (122.43.xxx.9)ㅎㅎ 윗님 안무도 짜고 어쩌고 하는 건
프리댄서님의 귀여운 유머일것입니다. ^^ (님도 귀여우시네요.^^)
그리고 (만약 7-80년대에 우리나라가 진보 민주주의 세력이 주류였다면 황석영은 극우 보수의 선봉이 되었을 사람이라고...)
요부분은 글쎄요?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
황석영의 분방한 기질과 에너지가, 작가가 가진 감수성이
70~80년대를 참아내기는 힘들었을거 같아요.
군사정권과는 확실하게 코드가 맞지 않았을거 같은데요.
무식한 군사 정권에서의 그의 글이나 행동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
지금 떠는 주접이 보기 싫어도 말이지요....29. 프리댄서
'09.6.3 2:25 PM (218.235.xxx.134)저도 무릎팍을 봤는데, 잘난 척 디게 하더군요. ㅎㅎ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맞는 것 같아요. 많이 알고 호기심도 많고 글도 잘 쓰고 대중들이 그 글에 대해 열렬히 호응도 보내주니까. 그래서 한국문단에서는 내가 최고다, 요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그것과 관련된, 황석영 개인적 품성에 대한 뒷말들은 이전에도 출판사나 문단 관계자들을 통해 종종 흘러나오곤 했었던 것으로 알아요.
근데 그 '잘난 맛' 이면이 텅텅 비었다면 그는 밥맛이 틀림없는데 글을 읽어보면 그건 아닌 듯싶다 이거죠. 그래서 윗님 말씀처럼 '무식한 군사 정권에서의 그의 글이나 행동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 그리고, 저는 황석영이 출옥 후 발표한 소설 중에서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까지만 읽었는데 그 소설들에서도 황석영이 맛이 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서사를 일구어내는 능력이 여전하고, 그 서사에 젊은 작가들이 (역량이나 경험의 부족 등의 이유로) 담아내지 못하는 시대의 행로를 그리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어쨌든 다 떠나서 그가 제발 '주접'을 그만 부려야 할 텐데.^^
그리고 팬이시라는 분들... 부끄부끄.;;; 정말 민망합니다만 (그런 말 들을 정도가 못 되는데...), 하지만.... 라면집 차리면 기본 단골을 몇 몇 확보한 셈이 되는 건가요?-_-;;; 어젯밤에는 졸려서 그냥 잤는데, 이어서 써봐야겠어요. 시간 있을 때 82 부지런히 들락거리고, 달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