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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분향소를 닫으며-<펌>

서프라이즈 조회수 : 257
작성일 : 2009-06-01 22:36:31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먼저 든 생각은 영국에서 분향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거리에서 하는 촛불 집회는 젊은이들 힘으로도 할 수 있지만 분향소는 일정한 공간을 빌려야 하니 연고가 없는 젊은이들만으로는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래서 가깝게 지내는 서프앙 몇 분과 뜻을 모아 런던 근교의 뉴몰든이라는 동네에 있는 한인회관을 빌렸습니다. 한인회장님께서 뜻밖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한인회 일은 전혀 모릅니다만, 감투와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인간들 속에서 가방끈이 짧다고 지금 한인회장님께서 괄시를 많이 당했던 모양입니다.

히드로 공항 부근의 Staines라는 곳에서 <고구려>라는 식당을 하는 사장님(열렬 서프앙)께서 영정과 제단과 꽃을 준비하시고 뉴몰든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영국생활이라는 교민지에 컬럼을 쓰면서 외롭게 노무현을 옹호해온 사장님(열렬 서프앙)께서 사진과 글귀를 준비하셔서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분향소를 차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주어서 기뻤습니다. 멀리 맨체스터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다가 기차를 타고 내려온 여고생도 있었고, 본머스라는 남쪽 바닷가에서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온 어학연수생도 있었습니다. 물론 런던 근교에서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대사관에서는 화요일부터 마지못해 분향소를 차렸고 그것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일찍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다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고인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적어주셨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구요.

국제결혼을 한 한국 여성분들도 아기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외국인도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알제리 출신의 한 남자분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친일 세력의 탄압으로 돌아가셨다는 설명에 프랑스의 식민지를 겪은 알제리와 이스라엘에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처지에서 동병상련을 느낀다면서 300파운드(60만원)를 놓고 가셨습니다. 저희는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좋은 일에 쓰라고 고집을 꺾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받았습니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여자분과 결혼한 중국인도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주셨습니다. 남편이 먼저 분향소에 가자고 하셨답니다. 중국분이 방명록에 남긴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捨生取義, 곧 목숨을 던져 의로움을 지킨다는 글귀였습니다.

몇 년 전 탄핵 당시에 알게 된 한 여자분은 딸아이 손을 잡고 와서 통곡을 하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이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을 몰랐던 것이 너무 괴롭고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다, 쓰레기 한걸레 탓이지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한다는 한 남자분도 가족과 함께 오셔서 통곡을 하셨습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인 목요일 저녁에 저희는 간단한 추모제를 열었는데 그때 이분이 맛있는 순두부를 듬뿍 가져오셨습니다. 얼마나 맛이 좋은지 금세 동이 나더군요.

분향을 하러 온 분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얼굴이 맑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점잖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희가 분향소를 차릴 수 있었던 것도, 저희가 지난 몇 년 동안 노무현의 사상을 한결같이 고수해온 서프라이즈를 통해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온 서프앙들이었기 때문이지요. 히드로 공항 부근의 Staines라는 곳에서 <고구려>라는 식당을 하시는 서프앙 부부(추모제 때 100인분에 가까운 음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한인촌인 뉴몰든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하시는 서프앙 부부(1주일 동안 가게문을 닫고 분향소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켜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가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뒤 마음의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과도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괴롭습니다. 런던의 명문대에서 얼마 전 박사학위를 받으셨다는 한 여성분도 노무현 대통령께 아버지 같은 따뜻함과 넉넉함을 느꼈는데 너무나 허전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연합통신에서 취재를 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연락이 왔지만 저희는 거절했습니다. 문화일보 통신원도 조문을 하고 정중하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했지만 역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저희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중동은 물론이거니와 한겨레, 경향을 망라한 쓰레기 한국 언론이 죽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향소를 찾은 분들께도 우리가 노무현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노무현의 정신만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는 언론을 갖지 못하면, 앞으로 노무현 같은 분이 또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환생한 노무현에게 똑같이 침을 뱉고 돌팔매질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 애도 기간이 끝나면 그런 움직임이 본격화하겠지만, 이곳 영국에서도 저희는 소중한 인연을 유지하면서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는 언론을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 돈을 걷는 것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십일조를 걷는 것처럼, 십일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백일조는 만들어서 평생토록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는 언론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식들한테도 백일조를 지키라는 유언을 남겨야겠지요. 지역별로 가령 서울의 양천구면 양천구, 김해면 김해 이런 식으로 이런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역별로 기자 1명씩 먹여 살린다는 정신으로 돈을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독일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제대로 보도했다는 글이 올라왔길래 제가 확인을 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하나는 스위스 출신의 한 언론인이 오마이뉴스 오연호를 인터뷰할 때 오연호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오마이뉴스인 것처럼 떠든 것이 와전된 것이구요(쥐트도이체차이퉁), 또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처럼 보도한 신문에 댓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박한 내용이었습니다(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

지금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척하지만, 제 버릇 남 주지 않습니다. 노무현과의 지도자가 뜨려고 하면 또 좌우에서 물어뜯을 겁니다.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는 언론이 없으면 백전백패입니다. 백일조를 저는 개인적으로 <언론세> 내지는 <노무현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무조건 언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는 언론이 있는 한 노무현은 죽지 않습니다.

뱀발: 어제부터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양이 많아서 그런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올리겠습니다.


ⓒ 개곰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55347
IP : 121.142.xxx.13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6.1 10:48 PM (58.148.xxx.82)

    捨生取義, 곧 목숨을 던져 의로움을 지킨다...
    중국 분도 아시는군요.

    그렇지요, 바른 언론이 가장 우선이라고
    절실하게 느끼게되는 시점입니다.

  • 2. 윤리적소비
    '09.6.2 1:16 PM (210.124.xxx.22)

    정말 우리나라 언론이 가장 문제입니다.
    조중동, 한겨레 를 망라하고 뭐... 자기들이 취재하는게 없어요.
    뭐든지 검찰발표하면 발표내용만 주절주절.......
    언론아니라 단순 소식지인가봐요... 기사쓰기 참 편하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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