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당한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말이 자유로운 시절이 있었다
“공업용 미싱으로 박음질”해도 되고
권력자가 놀잇감이 돼도 됐다
최고 권력자가 바뀐 뒤
말은 소송당하고 형벌을 받았다
말들이 자유로운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누군가 언급했던 적이 있다. 이때 말들은 숨어 있던 자신들의 ‘비밀아지트’(비트)로부터 나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했다. 이때 나라의 최고 권력자는 ‘공업용 미싱으로 입술을 박음질’당해도 되었으며 바보라는 애칭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말들은 때로 권력자를 뒤흔들었고 그들 권좌로부터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격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말은 밖으로 나와 사방을 휘젓고 다녔고 아파트 가격을 치솟게 했고 부모들은 자식들이 이웃집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질까봐 노심초사했다.
당시 말들은 세계의 주인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시기는 말이 ‘최고 권력자’를 통치하는 시기이다. 최고 권력자는 말들에 시달렸고 그 역시도 수많은 말들을 시민에게 쏟아내었다. 그런데 이미 떠도는 말들에 지친 시민들은 ‘최고 권력자’의 말들이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진실’이 은폐된 단순한 허구라고 생각했다. 이제 말들은 시민으로 하여금 최고 권력자를 놀잇감으로 삼도록 충동질했다.
떠도는 말은 ‘잃어버린 10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최고 권력자’의 임기 종료와 더불어 시골로 내려갔다. 이제 말들은 오리가 뛰어노는 논에서 부엉이바위가 올려다보이는 밭이랑에서 촌부들이 김매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이제 말은 새롭게 선출된 ‘최고 권력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말은 거리로부터 물러나 카페에서 아파트 거실로 쉬쉬하며 입술에 손가락을 모으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야 했다. 말은 ‘최고 권력자’로부터 피해 달아났으며, 이들은 떠도는 말들에게 소송을 했고 각종의 형벌과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제 말들은 달아났으며 도시는 이전보다 조용해졌다. 이제 말은 ‘최고 권력자’의 입술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음질할 수 없었으며 ‘말들의 탄핵’은 완력으로 진압되었다.
어느 날 말을 밀실로부터 거리로 광장으로 이끌어냈고 그 말들이 자신을 공격하더라도 웃음으로 견뎌냈던, 부엉이바위 아랫집으로 은퇴한, 이전의 ‘잃어버린 10년’의 대미를 장식했던 ‘최고 권력자’가 사라졌다. 말들은 이제 함께할 친구를 잃어버렸고 그곳에서 울기 시작했다. 말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전에 그들이 살던 거리로 달려갔으며 즐겨 찾던 세종로와 광화문, 대학로, 텔레비전과 신문의 지면으로 민첩하게 폭풍과도 같고 불꽃과도 같이 돌아왔다. 이제 말들은 그들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품으로 뛰어들어 온 것이다.
말들이 다시 도심의 거리로, 광장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최고 권력자’가 말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말들은 도처에서 그들의 가슴을 두드리며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진실이 떠난 말들에는 언제나 확증되지 않은 의혹이 있었으며 한 명의 권력자는 시민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말의 진실’을 위해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들이 이미 하늘로 가버린 최고 권력자를 향하여 웅웅거리기 시작한다.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도록, 말들은 언제든지 최고 권력자의 입술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음질’할 수 있도록, 또한 바보로 만들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도록, 2009년 오월에 숨어 있던 말들이 하나씩 거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김승만/전남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노 전대통령 국민장 이후 독자 추모글중에서(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readercolumn/3579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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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당한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후아유 조회수 : 339
작성일 : 2009-06-01 16:41:08
IP : 211.208.xxx.6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후아유
'09.6.1 4:41 PM (211.208.xxx.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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