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 안희정이 블로그에 올린 글 " 바보 강금원"

광주 시민 조회수 : 1,370
작성일 : 2009-05-29 22:38:18
강금원 회장을 위한 변명 안희정입니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다 끝나가던 어느 날인가... 강금원 회장은 이렇게 독백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두고 봐라! 퇴임 후 대통령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봐요...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모두가 다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

저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세상이 다시 강금원 회장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시끄러워 질 때였습니다. 강 회장의 친구 분들은 제게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안 최고. 우리도 안 최고 좋아하고 노무현 전대통령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건 아닌기라. 강금원이는 내 친구 아이가. 저 친구가 무슨 죄가 있노..." "솔직히 안소장이나 노 전대통령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제 그만했으면(그만 도와주라는 뜻) 됐다 싶다. 저 친구가 대통령 도운 것 말고 잘못한 게 뭐가 있노."

"아니 자기가 오너인 회사에서 세금 잘 내, 어디 빼돌린 돈 없어... 뭘 잘못했다고 허구헌날 이렇게 당해야 된다는 말인교..."

"솔직히 말해 골프장은 전국 골프장 중에서 납세실적 최고의 골프장이고 창신이니 뭐니 강회장 하는 회사가 강회장 1인 오너 회사인데, 무슨 횡령이고, 무슨 배임이란 말입니꺼." "결국 이게 다 강회장이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 도와주다가 난 사단들이라 이겁니다."

"..."

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산사람이 호남 민주당에 남아서 김대중 깃발 들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 떨어지고 떨어지던 그 노무현 의원에게 마음의 빚을 지었다고 말씀하시던 강 회장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의리 지킴이 그에게 끊임없는 시련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그저 괴로울 따름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 12월 대선자금 수사로 강금원 회장과 저는 감옥에 갔습니다. 첫 공판이 있던 2004년 1월 어느 날... 재판을 받기위한 피고인 대기실에서 저는 몇 달 만에 강금원 회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 그분은 난방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던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되어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던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있던 것과는 대조적인 조처였습니다. 그는 중공군 솜누비옷 같았던 차림으로 포승에 묶인 채, 재판정 대기실에 나타났습니다.

그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저 바라보며 눈물지어야만 했습니다. 미안해서 울었고, 고마워서 울었습니다.

무슨 특혜를 입은 것도 없고 대통령 후원자로서 감옥과 치도곤이만을 당해야 했던 그분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분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회장님, 도대체 회장님은 왜 우리를 도와주시고 계십니까. 무슨 덕을 바라고 그러신 것이라면 이제 임기도 끝나고 덕 볼 것도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의리를 지키십니까."

저의 질문에 그분은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호남사람으로서 부산에 건너와 사업했다. 부산이 나의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호남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려야 했다. 툭하면 사람들은 말했다. 호남 사람 의리 없다, 신용 없다고... 하지만 나는 보여줄 것이다. 호남 놈이 얼마나 신용 있고 의리 있는지... 부산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 나 또한 역시 호남 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다. 권력에 부나방처럼 달려들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도... 내가 대통령 옆에 있음으로서 호남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고쳐주고 싶다."

"..."

대통령 만든 사람이라고 무슨 특혜를 받은 것도 없습니다. 사업이 늘었거나 돈을 더 벌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있던 회사도 줄이고 줄였고 해마다 정기 세무조사는 빼놓지 않고 다 받았습니다. 이미 세상에 대통령과의 관계가 알려진 만큼 더욱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런 특혜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모든 권력을 다 내려놓고 힘도 빽도 없는 전임 대통령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함께 해주시는 분은 결국 강회장이셨습니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 기념관이나 도서관을 짓자고 말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고,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위세에 기가 질려 발길을 끊고 있을 때, 그분만이 봉하마을을 지켰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은 무슨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주주의도 결국에는 사람의 의리와 바른 도리가 그 사회의 상식이 되고 국가의 법과 제도가 되는 세상일 것입니다. 책에 쓰여 있는 의리와 도리 따로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가 따로 있고, 지키는 놈만 손해 보는 법과 제도가 따로 있다면 그 세상은 민주주의 세상이 아닐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지역주의 극복, 원칙과 상식의 세상을 향한 그의 신념이 현실에서는 늘 낙선과 시련이라는 대가로 돌아 왔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돌아오지 않는 그 행위를 반복하면서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우리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저는 같은 논리로 강금원 회장님을 '바보 강금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IP : 114.202.xxx.22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광주 시민
    '09.5.29 10:40 PM (114.202.xxx.220)

    2009년 4월 7일에 올린 글이라네요 ..... 저 이거 읽고 정말 많이 느꼈어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흔히 사람들이 하는 말 " 전라도 사람들은 끝이 안 좋다"
    "그래도 라도는 라도다 .." 이런 말들 정말 얼마나 편견으로 가득 찬 말인지 ......

  • 2. ....
    '09.5.29 10:41 PM (222.106.xxx.168)

    아직 이런분이 계시는게 감사합니다..
    자꾸만 정의가 사라져가고,,자꾸만 의리가 사라져 가는 이사회가 무섭습니다..

  • 3. 정말
    '09.5.29 10:50 PM (221.140.xxx.205)

    몰랐습니다.
    전혀 정치에 대해 몰랐고 언론에서 자주 그분 이름 듣고 뭐 뻔한 중소기업사장인줄 알았는데 그 또한 훌륭한 분이셨군요.

  • 4.
    '09.5.29 10:54 PM (121.134.xxx.175)

    존경하는분.

  • 5. 저도
    '09.5.29 11:12 PM (116.39.xxx.132)

    정말 존경합니다. 친구를 보면 그사람을 안다고 했는에 역시 최고이십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2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5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3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2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8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79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5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0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1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0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8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2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