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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광풍과 노풍

광야의 외침 조회수 : 226
작성일 : 2009-05-29 22:08:48
월드컵이 열리면 4천만 전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거리로 나서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내기도 한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코리안 리그를 관람하러 나온 관중은 겨우 수십명에 불과하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열리면 전 국민들이 모두 야구팬으로 돌변하고

이러한 전 국민적 열광 때문인지 일본과 미국을 가볍게 꺽기도 하고

일약 준우승을 거두기도 한다.



집단 광란에 가까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도 어떤 게 하나 좋다고 소문이 나면

순식간에 백만명, 천만명을 돌파한다.

그 영화의 작품성이나 질은 중요치 않다.  

소문이 - 주로 언론과 홍보에 의한 것이지만, 어떻게 나느냐,

관객이 어떤 영화로 몰리고 있느냐 그것이 중요하며

일단 '쏠림'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워낭소리'같은 인디 영화도 순식간에 수백만명을 넘어선다.



한국 특유의 이러한 쏠림은 정치 현장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특정 정치인이 한번 국민의 맘에 들어 지지를 받기 시작하면

그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쏠림은 순식간에 밀려드는 쓰나미 처럼

정치 지형 자체를 뒤엎어 버린다.

네티즌과 노사모의 노무현 지지 열풍은 '정치신인' 노무현을 순식간에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게 하고

노무현 탄핵 역풍 쓰나미는 소수여당을 순식간에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 시키기도 했다.





월드컵이나  WBC 대회 같은, 열광적인 스포츠 응원을 통해

대미, 대일 굴종의 정치로 상처받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뿌리 없는 화초의 영화(榮華)는 짧을 수 밖에 없고

삽시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이 오래 탈 수는 없는 법이다.



K리그 활성화 없이 월드컵 4강 신화 재연을 기대하거나

국내 고교 야구부가 고작 53개 뿐이면서

4,192개 팀이 있는 일본과 1만개 팀이 있는 미국을 꺽고

WBC 우승을 꿈꾸는 것은 면목 없음을 넘어선

파렴치함 그 자체이다.



내실 없이 하루 아침의 광풍에 떠밀려 대선 후보에 오른이는

순식간에 지지도가 추락하여 후보 교체 논의가 일고

다른 유력 후보와의 단일화 압력을 받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대선후보 단일화에 승리하고 대선승리 후

이번에는 탄핵의 고비를 맞아

탄핵 역풍이라는 광풍으로 극적인 거대 여당을 만들어 내지만

거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다시 바람처럼 사라지고

집권기간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노정하고 만다.



퇴임한 대통령은 다시 표적 사정의 희생자가 되어

마지막 남은 명예마저 짓밟히고 나자

그는 자신의 몸을 날려 사정당국과 집권 여당에 대한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오늘 그의 장례식에서 노풍은

아니, 대한민국의 광풍은 또 한번 여지 없이 부활했다.

1% 부자만을 위한 MB정권에 대한 반발과

반 MB정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을 통해 표출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인파는 전형적인 한국적 쏠림과 광란을 보여준다.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면서 자신을 변론하는 멀고도

고단한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던져 얻은 장엄한 한판 승리로

사정당국과 MB를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게 했지만



이것은 그 자신이 말했던,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더라도 멀리 돌아 원칙을 지키는'

그런 선택이 아니었다.



니체는 말했다. '죽음으로 증명된 - 강요된 진리는 순수하지 않다'고.

사정당국이 겨눈 칼날과 모함은 명백히 편파적이고 억울한 것이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 죄 아닌 죄 값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참고 견디며 법정투쟁을 하면 풀릴 일이었는데

어찌하여 멀리 돌아가는 길, 원칙에 입각한 해결책을  버리고

가파른 바위에 목을 던져,

뼈와 살이 으스러지고 터지게 함으로서

죽음로서 자신의 결백을 '강요'하고,  

MB정권의 삽질로 심신이 핍박해진

대중의 메마른 가슴에 광기의 불을 질러

참여정부 5년의 과오에 대한 비판의 눈초리를

단숨에 온정의 눈 길로 뒤덮고 말았는가.



기세등등하던 떡검과 MB정권의 공세를 단 칼에

침묵시킨 그 대범함, 그 기세는 가상하지만

풀지 않고 단 칼에 잘라 버린 실타래는

그냥 잘린 것이지 결코 풀린게 아니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언젠가 꼬이는 법.

결국 숙제는 해결된 게 아니고

단지 잠시 눈 앞에서 사라졌을 뿐,

풀리지 않는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크게 얽히고 설킬 것이다.



참여정부 5년의 공과를 따져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손실이 난 부분은 구조조정을 하고  

순익이 난 곳은 더 확장해야

후임 사장이 MB상사와 매출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텐데

대차대조표 무시하고 모든 것 다 털어부어

로또 한방으로 MB상사 무릎꿇리면

그 순간에야 유쾌상쾌통쾌하겠지만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 억지로 얻은 효과는

대선후보 선출때 불었던 노풍처럼,

탄핵후에 불었던 탄핵역풍처럼,

바람처럼 닥쳤다

바람처럼 사라질 것을.



험한 모래 폭풍이 하늘의 해를 가려버리듯

광란의 바람속에 내 목소리도 날아가 버리겠지만

귀가 밝은 자는 멀리서도 소곤거리는 귀속말도 알아듣는다.



꼿발을 딛고는 멀리갈 수 없고

미친 듯 내리는 폭우는 오래 내리지 못한다.

하늘이라도 말아 올릴 듯한  

이 미친 바람도 불어왔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사라질 때는

더 황망히 사라질 것이다.



그 때, 노무현도 없고

노무현이 죽음으로서 불러 일으킨

노풍마져 덧없이 사라지고도 없을 때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희망 한 오라기마져 사라졌다며 절망하겠지만

사실은 그때야말로

바람에 의지않고 발에 의지해  

우리가 가야할 곳을 조용히 걸어서 갈 수 있는

참된 시간, 올곧은 시간이 되리라.

  

그래서 동네 꼬마들 하고 공을 차고, 야구를 하며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몸에 익을 때쯤이면

월드컵 · WBC 우승이라는 헛된 무지개에 대한 환상이,

광풍이 다시는 우리 텅빈 휑한 가슴속을 휩쓸지 않으리라.


그때는 우리의 헛된 환상이 불러 들인

MB도 사라지고 없을 것이며,

이미 스스로 승리의 길로 가고 있음으로

노무현 같은 구원투수도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IP : 114.206.xxx.17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윤리적소비
    '09.5.29 11:21 PM (125.176.xxx.211)

    저도 걱정되는게요.. 단순히 역사의 현장이라고 참석에 의의를 두고 참석한사람도 많고.
    그리고 진짜 원글님 얘기처럼 언론에서 계속얘기하니 참석해야하나보다.. 정말 안됐구나 하고 참석한 사람도 많을것 같아요. 이런분들중 깨어나는분들 많을까요?
    전 또 농심때처럼 1-2번 잘하는척에 또 휙넘어가 지금의 마음을 잊을것 같아요.
    제발 깨어나서 계속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똑바로 지켜보고 1-2번의 좋은척에 속지말고 오래관찰하여 판단했으면 합니다. (두서없이 적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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