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유치원에 보낸 뒤 82쿡에 잠깐 들어왔다가 부랴부랴 짐을 꾸려 친정어머니와 약간 늦게 서울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는데 고속도로를 통제한다는 말에 버스가 우회한다는 말을 운전기사가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빠지더군요.
가는 도중에 다른 버스 승객과 어쩌다 이야기가 붙어서 서로 아까운 인재가 갔다는 둥.. 너무하다는 둥..
다른 분들도 공감하는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분당에서 서울가는 버스라 승객의 반응이 사실 좀 의외였습니다.. 분당도 노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와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11시 30분 거의 다 되서 서울광장쪽에 도착했는데.. 전광판에 신부님의 추도사와 수녀님들의 성가가 울리는 걸 보고요.
잠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빌며 성호를 긋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뒤 프레스 센터에 계실 82쿡님들을 찾아 친정어머니와 갔는데.. 사람도 많고 찾기도 어렵더군요.
거기서 전광판으로 XX이가 헌화하는 것과 향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거기계신 모든 분과 "우~~"하는 야유와 일부 추도객분들은 아예 등돌려 앉으셨고, 험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XX가 잠깐 움찔하더니 자기 마누라랑 눈짓을 나누며 그 마누라는 입을 삐쭉대듯 뭐라 쫑알거리는 입모양을 보는데 갑자기 경호원들이 들러붙는 장면을 보면서
여기서 외친 야유소리가 경복궁까지 들려서 XX놈이 움찔한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의인이 계셨더군요. 백원우 의원님.. 진정한 용자셨습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차량이 나올 것 같아서 그 인파를 뚫고 친정어머니와 손을 꼭 잡으며 이순신장군 동상 앞 견찰들이 대기하는 곳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운구차량이 이동하면 아무래도 인파를 반으로 가를 것 같아서 가급적이면 중앙선을 고수하면서 서 있었는데..
역시나 중앙선을 기준으로 갈라서 앉히더군요.
덕분에 맨 앞줄에서 고운님 가시는 마지막 길을 보게 되었습니다.
차가 견찰들 등 너머로 접근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벌써부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군요.
막상 운구차가 보이는 지점부터는 견찰들이 손에 손을 촘촘하게 잡고 열을 지어 이동하는 바람에 접근도, 바라보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앉아있다가 모두들 서서 울며불며 운구차량을 쫒는데 저 역시 준비해간 코팅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가 뒷부분에 진행하는 유가족 차량의 앞와이퍼에 울면서 꽂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울면서 운구차량을 쫒는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친정어머니도 저도 이리저리 쏠리며 울며불며 걸어갔고요.
그 와중에 정신나간 노친네 하나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그 한가운데에서 걸어가면서 하더군요.
"왜 이명박 정권에서 자살을 하고 ZR이냐"라는 식의 말을 몇번씩 큰소리로 외쳤어요.
제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그 노친네 뒷목을 꼬집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X이냐고 "소리치고 그 건너편에선 다른 이들이 뒷통수를 때렸는지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는지 그러더군요.
(간도 크시지.. 그 인파에 안맞아 죽은 것만해도 다행으로 여기시오)
주변에서 그 노친네에게 욕도하고 항의도 하고, 그걸 오히려 큰소리치며 여자를 찝어서 욕설을 해대길래 어느 청년이 아예 등떠밀고 바깥쪽으로 내보냈습니다.
주변 사람들끼리는 "혹시 프락치 아냐? 괜히 사람들 심기 건들이고 분위기 망치려는.. 별 인간 다있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운구차량과 유족차량이 시청으로 들어가는 방송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속에서 친정어머니 손을 놓칠새라 꼭 붙잡고 시청 옆중간부분에서 갖혀있었습니다.
덕분에 노제는 구경도 못했고 간간히 들려오는 방송소리로 분위기만 파악했고요.
앞으로 가려는 이들과 반대로 거슬러 오려는 이들.. 서로 꼬이고 꼬여서 답답하게 10여분간 갖혀있다가 간신히 간신히 30여분정도 들여서 대한문앞으로 떠밀려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제가 거의 끝날 무렵 같아서 바로 정면에서 가시는 운구차량을 봤던 우리 모녀는 다른이에게 양보하자는 심정과 그때까지 쫄쫄 굶어서 두 모녀가 너무 힘들어서.. 좀 멀직히 떨어져서 20분정도 더 바라보다가 돌아왔습니다.
(노제 뒤 운구차량이 나가기 직전이었던듯..)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요.
작년 이맘때 백만명이 모였다는 촛불시위때보다 더 힘겹고 촘촘하게 붙어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최소 120만에서 150만은 되지 않을까.. 현장에 있어본 단순히 개인적인 추측으론 그랬습니다.
별 도움안되는 이야기지만.. 못가셔서 안타깝고 아쉬우신 분들을 위해 올려봅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서울광장 및 광화문 거리의 추모제 다녀왔습니다.
▶◀ 웃음조각 조회수 : 387
작성일 : 2009-05-29 18:30:33
IP : 125.252.xxx.3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맞아요...
'09.5.29 6:34 PM (122.32.xxx.10)오늘 정말 많이들 오셨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제 옆에 계시던 어느 할아버님은 5월 항쟁때보다 더 많이 모였다고 하시더라구요.
거기다 건물 옥상까지 빼곡히 올라가서 노무현 하고 외치던 사람들...
오늘 노제는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노무현 대통령님은 가시면서도 이렇게 선물 하나를 주고 가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데로 가시를 빌어요.2. ...
'09.5.29 6:43 PM (59.6.xxx.27)저도 11시 조금 전에 광화문 나가서 전광판으로 같이 애도하며 영결식 참여하다가,
마침 운좋게 중앙선 가까운쪽에 서 있다가 바로 앞에서 님을 보내드렸습니다.
저랑 비슷한 위치에 계셨던거 같네요.
급한 일이 있어 노제 열리는 서울광장까지는 못가고, 광화문쪽으로 거슬러 가 돌아왔네요.
발걸음은 광화문쪽으로 가면서도, 눈길은 자꾸만 노제하는 전광판으로... ㅠ.ㅠ
급한 일만 아니면 서울역까지 따라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3. ㅠㅠ
'09.5.29 6:45 PM (218.239.xxx.68)수고하셨습니다.
보내드릴 마음의 준비가 아직안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일때문에 지금 막집에와서 tv켰습니다.
백원우의원님의 그때모습을 볼수있으면
막힌이가슴이 뚫릴라나요..
어디가면 그장면볼수있을까요.
tv는 절대 보여주지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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