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의 서거와는 달리 저희 아이의 유치원... 이번 주 내내 활동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원에서 진행하거나 강사가 오는 활동은 차마 뭐라 못하지만 소풍은 좀 예외라 생각되었습니다.
내일, 영결식이 있는 날... 경기도에 있는 어딘가로 수풍을 간다고 도시락을 준비하라네요...
이번 주 내내 금요일 소풍만은 연기되기를 바랬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지만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기본 예의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간절히 바랬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니 역시나 변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영결식이 있는데 소풍가도 되냐고 여쭤봤습니다. 원장님께서 미리 예약된 일정이라 변경이 어렵고... 영결식 때문에 차가 밀릴수도 있겠으나 경기도로 나가는 거니 괜찮을거라시네요, 거기다 아이들에게 서거라는 걸 얘기해 줬지만 아이들이 뭘 아나요?그러십니다....ㅠㅠ 경기도로 나갈거라서 괜찮다니요... 제가 영결실 얘기를 한건 그 요지가 아닌데요...
얼굴이 굳어지는걸 참지 못하고 조용히 "아이들이 뭘 알겠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행동을 제대로 해서 아이들이 보고 배워야지요. 저희 아이는 내일 참석할 수 있을지 없을지 조금 고민해 보겠습니다"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어요.
아이 아빠랑 상의를 하고 아이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내일은 돌아가신 노무현대통령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날이다. 슬픈 날이기 때문에 엄마는 00이가 소풍가지 않고 엄마랑 태극기를 다시 달고 대통령할아버지께 절하고 안녕히 가셰요라고 인사해 주면 좋겠다... 아이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까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수긍해 줍니다. 돌아가신 노무현대통령할아버지를 위해서 소풍을 안가도 된다고 합니다.
일곱살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제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서 영결식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집에서 조기를 다시 계양하고 11시에 경견한 마음으로 묵념을 하고 편히 가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제가 저희 아들과 같은 일곱살때 박정희대통령의 서거로 시청에 가서 묵념과 절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했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그때 일이 기억납니다.
저희 아이도 지금은 정확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과 국민으로서의 의무, 그리고 권리, 자긍심은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고마운 우리 아들에게 기회가 되면 내일 참석하지 못하는 소풍 장소에 아빠랑 엄마랑 같이 가자고 얘기 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아들과 다시 조기를 계양하고 엄숙한 하루를 보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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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있을 소풍을 포기해준 아들... 고마워!!
거위의 꿈 조회수 : 474
작성일 : 2009-05-28 21:15:41
IP : 118.222.xxx.1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5.28 9:17 PM (59.9.xxx.229)어린 아이인데 속이 깊은듯~
잘 모르고 그냥 엄마말 따르는거라해도 아마 자기가 나중에 커서 생각함 스스로도 뿌듯해할꺼에요.
주변에 생각없는 어른들이 보고 좀 배워야할듯ㅡㅡ^2. 정은화
'09.5.28 9:18 PM (222.169.xxx.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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