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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마음으로, 그러나 회원님들께 위안을 받습니다.

담비부인 조회수 : 230
작성일 : 2009-05-28 18:46:02
전 남편이나 남편 친구들, 그 와이프들, 심지어 너무너무 친한 큰아이 친구 엄마들에게도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왕따랍니다.

마치 저를 별나라 사람 취급을 하지요. 제가 말로나 논리로나 할말이 없어 가만히 있겠습니까만...

어떤 압구정 사는 엄마는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들 있으면 팔 걷어 붙히고 장애 어린이들 방과 후 학습을
위해 구청과 싸우는 정말 정의의 사도인데 공정택 찍었답니다.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상식, 다른 정서가 있다는 점,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또 제 직업이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는 찬찬히 관찰하게 되면서 혼자 상황극을 머리속으로
만들어 보는 셀프 유희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주말 소망교회 낮 예배 보면서 생각해보죠. 오늘 목사님이 '자 오늘은 신도 여러분 모두 헌금 대신 들고 오신
가방을 주말 헌금으로 봉헌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면 지금 내 앞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경건하게 기도를 하는 교양있어 보이는 저 부인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까? 라던가...

아니면 종부세 내게 했다고 (아파트 값 오른 건 자기 노력이죠 아마^^) 노통을 입에 거품 물고 욕하는 여자들
갑자기 남편 사업 휘청해서 전세아파트로 이사가도 부자가 죄인이냐며 여전히 종부세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수 있을까? 라던가

매일 모이면 애들 학원문제로 두시간을 떠들어도 시간이 모자라는 학부형 모임에 어느날 공정택이 딱 나타나
여기서 성적 제일 좋은 애 하나만 특목고 입학, 나머진 알아서 구르시라고 하면 한명 빼고 나머지 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등등

어떨땐 이러다 내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살짝 염려도 되지만
다행히 사무실에 출근하면 마치 정상인의 세계로 돌아온 것처럼 평정을 찾습니다.
다행히 제가 하루의 반을 보내는 사무실은 제가 아는 상식이 곧 상식이니까요.

특히 제 남편과는 아주 심각한 다툼이 몇번 있었지요.
한번은 신혼초에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하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실향민출신 월남전 상이 용사이신 저희 당숙어른같은 분이나 가끔 뉴스에서 보는 해병대 전우모임에서 왜 막 소화기 공깃돌 돌리듯 휘두르시는 선글라스 착용 퇴역용사분들이나 입에 담는 줄 알았던 말이 배운 사람 입에서 버젓히 튀어나올때의 그 생경함이란...) 저도 모르게 '어디서 그런 무식한 소리를...'하는 바람에 1차 대전

하두 노무현 욕을 하길래 시시비비 가려보자고 했더니 할말 딸리니까 '앞으로 종부세 니가 내. 넌 도대체 내편이야 아니면 노무현 편이야' 하고 유치 찬란하게 나오는 바람에 '오, 알았어, 니돈,내돈 가르자 이거지? 당장 명의 이전부터 하면서 가르고 시작하자'하고 2차 대전

암튼 뭐 대충 그렇습니다. 우울하죠. 다행히 아이들은 밖에서 보고 듣는게 있기도 하고 (공정택 교육감은 애들이 어찌 그리 치를 떠는지) 애아빠도 그렇고 저도 아이들 앞에서는 감정을 누르고 최대한 이성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다보니 거의 제가 100전 100승이라는^^

이번에 참 많이 힘들데요.노통의 공과를 알고 그분의 정치실험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진흟탕에 발 파묻고 싸우는 분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는지 알기에 노사모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웠지만 최소한 노통을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자가 누구이고 그럴 자격이 없는자가 누구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봉하마을분들을 보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기준을 가지고 계시구나 싶어 참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라도 마음이 좀 따뜻해지셨겠구나 싶어 위안이 됩니다.

대한문에 다녀오고 책상에 근조 리본을 꽂아두고 있어도 이 허하고 분한 마음이 가라 앉지를 않습니다.
남편도 이번엔 좀 분위기가 아니다 싶으니 부쩍 제 눈치를 보며 조심을 합니다.
게속 울지도 못하고 (너무 화가 나면 눈물도 안나요) 부글부글하고 있다가 화요일 남편이 다행히 늦게 들어와줘서
PD수첩 보면서 뒤늦게 펑펑 맘 놓고 울었더랬습니다.
  
제가 조선일보(아, 그 쓰레기를 집안에 들여야 하는 제 맘을 아실런지. 정말 언론 같지도 않은 찌라시를 언론의 자유를 생각하며 참습니다)를 이제 병원으로 보내라고 (끊으며 누가 XX를 할테니)하고 나서도 계속 따박따박 넣길래 저도 모르게 아침에 막말을 했죠. 혼잣말로 '아,이 씹ㅅ들은 왜 넣지 말라니깐,재수 없게' 하고 나서 얼굴 들어보니 저희 남편이 신문 가지러 나왔다가 눈을 접시만하게 뜨고 서 있더군요.
딱히 조선일보뿐만이 아닌 그 무언가에 대한 이 치미는 적개심과 분노를 당최 어찌해야 할지.

저녁에 운동가자고 하는 남편에게 싫다고 오늘은 스포츠 센터 할머니들 (좀 노인네들이 많습니다)이 헛소리 하면
못 참을 것 같다고 그러니 안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그래 오늘은 참지말구 그냥 물에 처박아버려 해주니까 말이나마 고맙더군요.  

아무래도 남편 때문에 끊을 수는 없을 것 같고 해서 경향신문 추가 구독 신청 했습니다. 좀 상쇄되라고...그래봤자지만, 아, 정말 기자들이란...

내일 프레스 센터에 정말 나가고 싶습니다. 출근해서 짬 좀 보고요.
혹 못 가더라도 회원님들에게 맘이라도 얹어 보내겠습니다.

이제 퇴근시간이네요. 얼른 가서 저녁해야 저희 남편이 힘내고 열심히 일해서 종부세도 내겠죠?

그럼 다들 식사 잘 하시구요, 내일을 위해 화이팅 하세요.  
    
                  

  
        
IP : 61.254.xxx.9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5.28 6:50 PM (58.148.xxx.82)

    저도 집안에서나 동네에서 비슷한 처지랍니다.
    조기 토요일부터 달았더니 앞집 아줌마 저보고 한마디 하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건 남편이 비슷하게 맞춰준다는 거...
    님 기운 내시고 우리 씩씩합시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 게 남은 우리의 의무니까요,

  • 2. 님의
    '09.5.28 7:14 PM (118.47.xxx.224)

    셀프 유희의 예를 보면서 혼자 씩 웃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에효~ 찌라시 첫면부터 끝면까지 들이파시는 친정아버지..
    그러면서 정치라면 나만큼 아는사람 없다시는 울아버지..
    지금껏 누구 찍었다 말씀 안하시지만 안봐도 비디오인 울아버지..
    뻑하면 '빨갱이' 타령하시는 울아버지..
    벽도 그런 벽이 없어요..

  • 3. 강남좌파
    '09.5.28 7:50 PM (121.138.xxx.243)

    독설닷컴 들어갔더니 강남좌파에 대한 글 있던데요.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 봤던데 님은 몇 번 타입이신지...
    저는 동네사람들에게 입닫고 삽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친정출입도 자제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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