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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딛고 냉철한 이성으로
[131] 제자리뛰기 lostin**** 번호 670394 | 09.05.28 10:47 IP 121.128.***.215 조회 13850
노무현님의 느닷없는 서거를 맞은 공간 속에서 지난 세월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그분을 둘러싼 공기가 얼마나 탁했고 뻑뻑했을까, 그 고통을 감히 헤아릴 주제는 못 되지만
그냥 아프게 느껴집니다.
노무현님이 가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분을 향한 비수의 펜대와 삐딱한 각도의 렌즈들은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언론이라는 종이와 영상을 채웠습니다. 지난 1년이란 시간에 그분이
5년간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향해 시스템을 바꾸려한 노력이 하나 둘씩 뭉개졌습니다.
그분의 흔적을 지우고야 말겠다는 집념 뒤에 기득권의 성역을 건드린 데 대한 질긴 공격과
소름돋는 증오가 느껴집니다. 그들의 혀에선 독학한 자수성가에 밀렸다는 구겨진 자만심이
저주를 뱉어냅니다. 잃어버린 10년, 아니 되찾지 못한 5년에 쌓인 천추의 한풀이 굿판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치 보복성이 짙은 검찰의 과잉 수사와 확인되지 않은 혐의의 억측 보도,
정론이란 미명에 난무한 독설. 그분의 명예를 실추시켜 평화로운 촌옹(村翁)의 삶을 막은
이런 숨막히는 풍토에서 노무현님은 불행한 최후를 맞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을 '젊은' 퇴임 대통령을 안타깝게 잃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추측은 말하지 맙시다. 당황하고 겁먹은 경호관의 거짓 진술과 경찰의 부실한
조사로 생긴 헛점에 상상이 지나치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온몸에
부상을 입고 그분 책상 앞에 앉아 가족을 헤아리는 가장의 마음이 되어 유서를 부인하며
끝내는 그분의 지인들까지 의심을 하고 표정 하나하나 분석에 들어갑니다. 이런 편집증세는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진 이 역사적 비극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그 책임자들이 다시
유유히 세상을 휘젓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노무현님의 정책에 비판자였으나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르며 그분이 뜻을 펼치기에 너무나
두텁고 강했을 반발기류를 조금이나마 가늠해 보았습니다. 기존 질서와 구조는 공고하기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시민들이 각성을 하고 실력을 한층 더 쌓아야 합니다.
한 줄짜리 욕설이 수백만, 수천만 쌓여봤자 게시판만 더러워지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말초를 건드리는 사진 몇 장, 단언으로 가득찬 주장은 순간 통쾌할지 모르나 그게 끝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밝은 이성으로 깊이 통찰한 비판이 넘쳐나야 정치는 시민을 두려워하고
언론도 조심을 합니다. 그것이 이곳 게시판에서 우리가 노무현 전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승화시키는 길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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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속좁은 의견을 적고 나왔는데 많은 분들이 글을 주셨군요.
저는 한국이라는 나름 자부했던 내나라의 체계가 지난 1년이 무참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고 또 대통령을 지낸 분의 믿기지 않는 죽음 뒤에 그런 허술한 수사, 첫 날 조문행렬
차단, 고인에 대한 무례한 공개 발언 등 어이없는 일련의 일들을 보며 그동안 기득권의
발호가 얼마나 심했을지를 뒤늦게 깨닫고 죄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무현님이 심혈을 기울인 여러 정책들이 다 무의미하게 뒤집혀졌습니다. 그분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저처럼 작은 인간이 그 분의 높은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단지 이땅의 공기가
그 분에겐 참으로 답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실한 수사발표에 입을 다물자는 의견이 아닙니다. 지나친 상상의 꼬리잇기로 멀리 가지
말자는 말입니다. 가까운 분들에게까지 향하는 이상한 눈길은 거두자는 소견입니다.
앞으로 갈 길은 멀고 힘들 겁니다. 그 쉽지 않은 길을 가려면 우리의 머리를 채워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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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슬픔을 딛고 냉철한 이성으로..
딱 내마음 조회수 : 140
작성일 : 2009-05-28 15:32:21
IP : 124.53.xxx.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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