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아래의 관찰
-이영광
너거 부모 살았을 때 잘하거라던 말은
타관을 오래 떠돈 나에게
무슨 침 뱉는 소리 같았다.
나 이제 기울어진 빈집,
정말 바람만이 잘 날 없는 산그늘에 와 생각느니
살았을 적에 잘하는 것이 무슨 소용 있으랴
무대 위에서 잠깐 어른거리는 것은
막 위의 오래고 넓고 깊은 어둠에 잠기기 위한 것,
산다는 것은 호두나무가 그늘을 다섯 배로 늘리는 동안의 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흘러가는 것
그 잠깐의 시간을 부여안고 아득히 헤매었던 잠깐의 꿈결을 두 손에 들고
산다는 것은, 고락을 한데 버무려 짠 단술 한 모금 같은 것
흐르는 물살이 숨 거두고 강바닥에 말라붙었을 때
사랑한다는 것은, 먼지로 흩어진 것들의 흔적 한 톨까지도
끝끝내 기억한다는 것
잘한다는 것은 죽은 자를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것,
죽은 자가 모두의 기억 속에서 깡그리 죽어 없어진 뒤에도
호두나무 그늘을 갈구리벌레처럼 천천히 기어가
바지에 똥을 묻힌 채 헛간 앞에서 쉬던 생전의 그를,
젖은 날 마당을 지나가는 두꺼비마냥 뒤따라가
그의 자리에 앉아 더불어 쉬는 것,
살아서 잘하는 것이 무슨 소용 있으랴
호두알이 떨어져 구르듯 스러진 그를 사람들은 잊었는데
나무 그늘 사라진 자리, 찬 바람을 배로 밀며
눕기 위해 그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 아무도 보지 못하는데
--- 그의 꿈을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히... 그래서 그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 그를 보낼렵니다.
지금 가진 권력으로 순결한 꿈을 짓밟는 자들이 살아 생전에 기억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렵니다.
그래서 내일까지만 슬퍼하고 정말 열심히 기억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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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후벼파는 시 한편 나누고 싶어서요.
오늘 같은 날 조회수 : 169
작성일 : 2009-05-28 13:49:11
IP : 211.245.xxx.1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스몰마인드
'09.5.28 1:53 PM (211.174.xxx.228)감사합니다.
사무실에서 몰래 눈물 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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