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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에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슬픔에 못이겨 술을 마시고 잠도 자지 않고 밤새워 차를 마시더이다..
눈물많은 울 남편은 흐느끼기를 수차례..
이기적이고 독한 나는..
저렇게까지 슬플까.. 마음이야 아프지만 어쩌겠나.... 하는 얕은 생각으로 핑계꺼리만을 찾았더랬구요..
아마도 울 남편은 한달음에 봉하로 달려가고 싶었을테지만..
내 눈치 보느라고 말도 못했을거예요.
이케 먼 거리에 있는데 어찌 간단 말인가..
멀리서 마음이라도 보태면 될것이라 생각했구요..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고..
온 국민이 다 온듯한 봉하마을 소식이 매일매일 나오더군요.
마음한켠.. 찜찜했습니다.
남편이 이케 가고 싶어 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외면하는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옆집 사람을 만났네요..
가고는 싶은 그 집 아저씨도 마눌님 눈치 보느라 말도 못꺼내고 있는 상황..
얼른.. 같이 가자고 옆구리 찔렀습니다. ㅠㅠ..
생업을 놓을 수는 없기에 저녁 7시 30분에 하동에서 봉하마을로 출발..
2시간쯤 후에 진례 IC에서 나왔지만..
거기서 봉하로 가는길부터 막혔습니다.
너무너무 많은 사람과 차들..
차를 아무데나 쑤셔넣고.. 걸어서 걸어서 가고 있는 사람들..
저 많은 사람들이.. 이 늦은 시간에.. 주말도 아닌 평일..
내일아침에 다들 출근도 해야할것이고 애들은 학교도 가야할것인데..
무슨 마음으로 이케 다들 모였을까..
봉하마을로 들어서는 길부터 줄을 써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10시 반에 줄에 합류해서 새벽 1시 반에 조문을 했습니다.
어제 낮 까지만 해도 열명씩 줄을지어 조문을 했다고 하는데..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아서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할수없이 빠른 조문을 위해 100명씩 줄을 지어 조문을 했습니다.
이렇게 내 한몸 서있기도 힘든데
다리아파 징징거리는 아이를 업은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도.. 그 역사의 현장에 내 숨결 한번 보탤수 있다는 마음으로
늦은밤 먼길도 마다않고 서너시간씩 기다리는거.. 다리아픈거 내색않고..
암것도 먹을거 없어도 불평않는 사람들..
나도 한손 거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니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한 맘만 앞섰습니다.
진짜.. 가보지 않으면 말할수 없을정도로 많은 조문객들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 정말 힘들겠더군요..
밤 10시 이후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빵과 우유를 주었습니다.
밤 기운에 벌벌 떨다가 먹은 빵과 우유에 배탈이 나고 말았네요^^
거기 모인 사람들은.. 물 한모금 얻어 마시지 않아도 아무도 불평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봉하마을 사람들.. 손님 대접하느라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늦은 밤인데도 금방 만들어온듯한 떡을 군데군데 돌리고
길거리에 서서 생수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돌아나오면서 보니..
이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청소할 일도 보통이 아니겠더군요..
길가에 촛불을 놓고 가니 촛농이 떨어져 범벅이 되어 있는데 그거 벗겨내는 일도 힘들거 같고..
그 많은 쓰레기 처리도 어려울것이고..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우리가 나오는 중에도 조문객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날이 밝아야 조문을 할수 있을듯한데..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대단하죠..
너무나 애통해서 뭐라 할말도 없었습니다.
집에 오니 새벽 5시가 됐습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더군요.
새우잠을 자고 아침을 맞으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봉하에 다녀온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부디....
이제는 평안한 마음으로 모든 고통 떨쳐버리고 극락왕생하시기를 바랍니다.
1. 수고하셨어요.
'09.5.28 1:37 PM (70.153.xxx.123)아이들은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겠죠.
2. 아꼬
'09.5.28 1:44 PM (125.177.xxx.131)조문하신 모든분들의 선택이 이제는 분명히 반mb로 돌아서서 딴나당 삽질에 과감히 달걀과 소금을 뿌려주는 용단으로 옮겨왔으면 좋겠습니다. 봉하까지 고생끝에 다녀오신 거라 분향소에만 다녀온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떳떳하시겟어요. 모든것은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3. 부럽습니다
'09.5.28 1:51 PM (203.232.xxx.3)저도 마음을 그곳에 두고
서울에서 가슴만 치고 있습니다.
여전히 비굴한 국민임이 부끄럽습니다.4. 네
'09.5.28 1:52 PM (118.45.xxx.194)가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이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었는지..
이제 그분의 뜻을 우리가 이끌어내야할때입니다5. 저랑 스쳐지났을수도
'09.5.28 1:55 PM (125.135.xxx.150)전 늦게 간다고 가게일을 마치고 울산에서 갔습니다 그런데 새벽1시인데 헉 헉 진례 진영 죄다 밀리고 길이 주차장이더군요 남편이랑 감사하고 고맙고 ....
그런데 본산공단 매연이 장난 아니더군요
어떻게 차를 구겨넣고 걸어서 걸어서 갔더니 조문객들이 기다리는 줄이 900미터이상........
그래서 새벽5시지나서 조문을 하고 다시 걸어서 나왔습니다
보태드리는것도 없어서 방명록만 쓰고 나왔습니다
정말 29일 낮에 자봉하러가야할것같았어요
청소랑 정리랑 ...
제 줄뒤에 서울말 쓰시든 여자분 ..아이랑 같이 오셨든데
종이컵을 한가득 들고 오셔셔
중간에 안내에 필요하실까봐 하고 주시더라구요
제가 혹시 82회원님인가 하고 생각만 하고 물어보지 못했답니다
아이들 유모차 밀고 오신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업고도 들어가시고 ...참 ..
우리에게 또 다른 내일이 있겠지요
새벽에 나오니 진영 대로에 덩그라니 주차되어있는 다른 지역 차들 ..
밤엔 여러대가 있다 점점 빠져나가니 갓길도 아닌 중간에 주차되어있는 차들 ..
남편이랑 참 대단하다 하면서 밀양으로 터널 지나서 다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