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보며
1. 사는 것이 힘들고 감옥 같다.
-. 과거나 현재나 할 것 없이 人生事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고난의 연속선에 있다.
당연히 사는 것은 힘들고, 인생은 감옥이 아니라 지옥인 것이다.
고통의 깊이가 아무리 깊다한들 죽음만 하겠냐 는 말도 있지만,
죽어보지 못한 인간의 상상일 뿐, 고통의 단계와 죽음과의 비교는 비교자체의 설정에 모순이 있다.
-. 고인의 나이 향년 63세면 해방 후 태어나서 어려서 동란을 겪은 세대이며,
근현대사의 어려운 시기를 동행한 세대라 할 것이다.
또한 굳이 이력을 들추지 않아도 凡人의 삶과는 다른,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하다.
이생의 삶에는 힘든 일도 있었겠고,
그러한 힘들었던 일의 결과로 남들이 누리지 못한 성취감과 명예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간의 고통을 통해 정치적으로 최상의 행복인 집권이라는 행복을 누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 아마도 인생에서는 고통의 시간은
행복의 순간보다 수십, 수백 배가 더 길고 지루하게 진행되는 것인 바......
盡人事待天命, 苦盡甘來라 하지 않던가.
행복할 때, 정상에 올랐을 때
고난의 시간을 반추하며 하산의 길을 살피는 지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을......
정상의 오르가즘은 刹那인 것을 망각하고,
그 정상의 높이에서 맞닿은 허공이 정상인줄 알고, 허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계속되다보니......
그리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땅에 발을 딛고 다시 정상을 바라다보니,
그 정상의 높이는 다시는 가지 못할 길임을 보았던 것이다.
-. 한번 올라가보았던 길이니 다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늘은 그것을 다시 허락하지 않는, 영원히 다시 오를 수 없는 길임을 알려주고,
耳順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그 기간까지는 힘들고 감옥 같은 세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무지개 길은 같은 길을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2.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 받아 정말 괴로웠다.
-. 국정, 정치는 모두의 선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욕구를 절제시켜서 잡음을 줄이는 次善, 次次善의 선택이어야 할 것인데,
그 열정의 대상은 好, 不好에 따라 부분에게 집중되었고 전체의 효율은 등 한시 한 것일 것이다.
그것은 절대권력 앞에서는 비판의 수위나 견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며,
어느 집단에게는 최선으로, 어느 집단에게는 최악으로 작용된 것일 수도 있다.
-.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나, 이상주의에 함몰되면 비판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며,
그 누구보다도 험난한 길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성공했다면,
자기최면에서 벋어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길을 같이 걸었던 추종자와의 집단관계에서라면 비판의 수위가 가벼울 수도 있을 것이나,
국정의 최 정점에서 다양한 비판은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함에 감정을 이입시킨 것은 객관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로 깊이 진입한 것이다.
-. 무지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았고, 무지개 정치를 한 것이다.
3. 지금 마치 나를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한 것처럼 비춰지고, 가족, 동료, 지인들까지 감옥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하고 있어 외롭고 답답하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 초심과 정상에 오르기 전의 신념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
정상에서의 열정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국민은 보이지 않고 가족, 동료, 지인들만 보이는가?
한 표를 던져 지지한 사람들만 보이는가?
그 사람들에게만 미안한가?
그래도 가족, 동료, 지인, 지지자들은 곁에 있었는가?
-. 나이가 들수록, 권력에서 멀어질수록, 하늘이 가까워질수록 세상은 외로운 것이다.
하나하나가 나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 외롭다고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 그러나 고인의 주변에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지인들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단 고인이 가졌던 것이 없어졌다는 게 고인을 외롭게 만드는 원인인 것이다.
권력이 없어진 것이다.
권력이 없어졌을 때 마음을 비우는 것을 놓친 것이다.
-. 무지개다리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고, 무지개다리는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4. 퇴임 후 농촌 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 농촌의 이미지는 항상 좋게 떠올려지는 푸근함이 있다.
불과 수십 년내에 현대화를 일궈낸 우리에게,
농촌은 내 살이요, 내피며, 내 뼈이고, 내 무덤이다.
고향이다.
그러나 살아 다시 돌아가서 살기는 힘든 이상향이다.
하물며 인위적인 낙향은 고향이 아닌 고문이다.
-. 살던 물에서 멀리 떠나면 낯설고, 설익은 감정으로는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곳에는 그곳의 격이 있다.
낮은 담이며, 항상 열려져있는대문이며, 초록이다.
조용함이다.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다.
-. 그곳은 너무 소란스런 도시, 권력, 정상의 삶을 버리지 않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가능한 모두 내려놓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야 여생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들어갔다.
-. 그곳의 무지개는 낮게 뜬다. 그곳의 무지개는 작아서 더 아름답다.
5. 돈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
나름대로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자부했는데,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 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 돈 문제에 대한 것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덜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만
완전히 깨끗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고인은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고는 하나,
역으로 많은 사람이 아마도 고인에게 신세를 입었을 것이다.
그 여생은 결코 지인에게 짐이 될 사안이 아니다. 신세를 주고받은 사람끼리의 짐이 아닌 것이다.
-. 현재나 미래의 고통은 과거에 대한 업보이다.
과거의 고통이나 고달픈 신세는
목적성을 염두에 두어 그 목적을 성취한 것으로써 보상이 종결 되었으며,
목적이 성취된 이후 집권기간 중에 고통보다 큰 혜택으로 추가보상이 이루어 진 것이다.
그 추가보상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통으로 남게 된 것이라면,
보상의 질, 양이 過한 것에 대한 업보일 뿐이다.
-. 역사는 왜곡하지 않은 한, 진실이 기록될 것이다.
감정과 동정, 주관과 사상이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다면 진정성이 밝혀질 것이다.
객관이 담보된다면 美醜에 관계없이 모든 것이 바르게 정리 될 것이다.
-. 무지개 길은 찾기 힘든 고통의 길이다.
무지개 길을 넘어서 가본 사람은 고통의 보상을 충분하게 받은 것이다.
6.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 마음의 병, 가치의 혼란, 잘못 선택에 대한 갈등, 무를 수 없는 상황,
熱과 火의 상승, 심신의 포기상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철학, 정치적 사상을,
한 국가의 원수라는 최고의 자리에서 펼친 사람의 심리상태가,
이렇게 무기력한 것으로 표현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그 원인이 자신에게로부터 온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 감정에 너무 깊게 몰입되는 사람, 눈물을 쉽게 보이는 사람,
감정의 표현이 순식간에 변화되는 사람, 의도적인 독설을 서슴지 않는 사람...
한풀이의 오르가즘 정점을 5년을 지속하고 나서도, 계속된 흥분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심리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射精을 멈출지 모르는...
그러다가 깊은 이완, 휴식, 재충전의 상태에 들어가기도 전에
스스로를 포기한 상황에 놓인 것일 뿐이다.
-. 똑 같은 무지개는 없다. 무지개는 같은 곳에 다시 뜨지 않는다.
8.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 운명이라는 무게는 천하의 무게와 같다.
삶과 죽음과의 무게 차이 또한 천하의 무게와 같다.
육체적 생과 사의 질량차이는 같다고 전제할 지라도,
생각하는 인간의, 영혼의 무게는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라 천하다.
-. 슬퍼하거나 미안해하거나 원망하는 감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배신감과 분노와 실망감 또한 마찬가지다.
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으로써, 타인의 내면으로부터 감정을 일게 만든 사람은,
죽고 사는 하늘의 행위를 가지고 타인의 감정을 동요하게 하면 안 된다.
극한 승부수를 너무 많이 두면 종국에는 극한 승부를 가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 스스로 자연의 한 조각으로 되돌아간 사람은 역사의 평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스스로 평가를 종결한 것이다.
유물론자의 관점에서는 그냥 무기물일 뿐이다.
-. 무지개는 사라진다. 그러나 무지개는 사람의 가슴속에 남는다.
9.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 비문은 어떻게 써야하는가?
바보 노무현 인가?
顯考 大統領 盧武鉉 之墓 인가?
峯河大王 盧武鉉 陵 인가?
자살자 노무현 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는 묘를 쓰지 않는 풍습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미련 없이 세상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 삶도 잘 살아야하며, 죽는 것도 잘 죽어야한다.
그래야 명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은 잘 죽는 것이 아니다.
불명예다.
-. 당신의 무지개는 가지고 가소서. 다시 뜨는 무지개는 없습니다.
10. 오래된 생각이다.
-. 죽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은 아니다.
살아있는 것을 위해 오래 생각한 것이 아니라,
죽는 방법과 죽은 후의 일처리에 대한 것을 너무 오래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 자신도 존귀한 존재인줄 모르고 타인도 존귀한 존재인줄 모르는,
모든 삶의 귀함을 모르는 단순한 생각일 뿐이다.
항상성을 위한 생각이 아닌 순간의 무게에 쉽게 함몰되는 얕은 생각이다.
-. 무지개는 항상 일곱 빛깔이다.
한때 노무현을 너무 사랑한 바보가......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유서에서,,
**** 조회수 : 178
작성일 : 2009-05-28 01:00:19
IP : 211.202.xxx.14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