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나
그날 5월23일 밤 아니 5월24일이다,
오전 두어시쯤이다. 나는 봉하마을 노무현 사저 앞에 있다.
이광철 전의원의 안내로 봉하마을 여기저기 구경중이다.
저기가 사자바위, 부엉이 바위는 여기고...
참내 어이 없다, 한밤중에 뭐가 보이겠는가... 이건 아니다.
봉하마을을 다녀간 관광객이 100만이 넘었다는데 나는 무얼했는가,
왜 훤한 대낮에 노무현의 사저를 못보고, 노무현의 자랑거리 봉화산을 오르지 못했을까...
나에게 꿈이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의 한명으로 봉화마을을 방문하기는 그렇더라.
친노 인사 빽으로 노무현 사저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의 마당을 구경하고 싶었고, 그를 가까이 보고 싶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은 나의 애인이라고 눈으로 고백하고 싶었다.
영부인이 차려준 국수로 점심 식사 하면서...
(그런데 그 친노 인사는 지난달 보선에서 386 친노로 공격 당하고 낙선했다. )
그날 한밤중에 봉하에 도착하니 수많은 인간이 거기 있더라,
길게 늘어선 줄의 한 점이 되어 나는 거기에 있었다.
그날은 첫날이라 봉하는 혼란스러웠다,
수많은 대중들... 구불구불 기다란 줄...
캄캄한 밤중에, 바쁠 것도 없고, 손바닥만한 시골동네의 마당에서 시간은 멈춘 듯..
그러면서 그들과 어떤 일치감이 오면서 나는 깊은 위로를 받았다.
같이 간 일행, 내 뒤에서 엄청 화가 났다.
KBS 보도 어쩌구 하면서...
그러는 사이 KBS 방송 차량이 마을 밖으로 쫒겨났다며 좋아한다.
KBS 뉴스에서 지금 봉하에 조문객 숫자가 300명이라고 보도했다나.
지금 이 숫자가 300명으로 보이냐면서...
(나는 속으로 한마디 했다, 님아... 지금은 이명박 시대라네, 아직 3년반이 남았네요...)
그날은 토요일, 어제는 화요일
퇴근길에 아들이 차안에서 한마디 한다.
엄마, 나 올해 계획이 이러저러 할까해, 엄마 생각은 어때?
(정말 내가 아니 남편이 바라던 바이다, 하지만 속내를 감추고)
글쎄다... 그거 쉬운 일이 아냐... 잘 생각해라...
저녁 식사 준비 중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어쩌구 저쩌구...
(보통 딸에게 효도성 수다전화가 오면
필히 결론은 자신이 얼마나 입을 옷이 없나 혹은 생활비 등등으로 마무리다)
얼라? 이번은 필이 다르다
엄마 생각해 봤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놀기만 했네...
나 반성했어... 처음으로 내 돈으로 책을 샀어...
응,응...
(끝까지 옷 혹은 MONEY 발언이 없다, 처음일이다)
지난달 국회의원 보선 후
전주 아줌마들, 엄청 욕 먹었다,
무식하다, 정동영이 자기 애인인줄 안다, 후보 이름도 모르면서 찍는다는 등등...
나, 뜨끔하더군
만일 노무현이 와서 웃으면서 기호 몇 번 밀어주세요, 한마디면 나도 끝이다
그 후보 이름 몰라도 그냥 그 번호에 도장 간다...
왜? 노무현이 찍으라고 했으니까
노무현이 내 애인이니까...
노무현은 갔다
내 애인은 갔다
그가 다시 왔다
딸에게, 아들에게,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 북극성이 되어
인생의 항로에 길이 되어 나타났다
죽비가 되어
지금 내 어깨를 내리치고 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노무현과 나
마당집 조회수 : 152
작성일 : 2009-05-27 12:37:11
IP : 211.252.xxx.1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