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가야 고이 잠들거라
한겨레 조달똥 우화 2009/05/25 08:16 http://blog.hani.co.kr/jodalddong/20048 ..
돌이켜보면 네가 걸어온 길 자국자국이 다 천길 만길 낭떠러지가 아니더냐.
사랑하는 내 아들아.
벼랑으로 벼랑으로만 이어진 삶의 길 건너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사랑하는 내 막내야.
밑에서 올려봐도 무서운 벼랑, 위에서 내려다보며 마지막 죽음의 길 넘어오느라 얼마나 무서웠느냐.
저승과 이승의 거리가 멀어 벼랑에 던져진 네 몸 어미의 치마폭으로도 받아주지 못했지만
이제 어미의 눈물과 숨결로 너를 감싸줄 테니 이제 너는 나와 함께 저 고운 꽃 길 걸어가자꾸나.
산 사람들 되돌아볼 것 없으리라.
산 사람은 산사람의 길을 가고 너는 이제 네가 남긴 발자취만으로도 너의 의무는 끝났으리라.
그래 이제 그만 가자 내 아들아
꺾어진 꿈 뒤돌아 볼 것 없으리라. 저승길 같이 가는 동무들에게 물어보아라.
제 생각 뜻대로 펼치고 이승을 떠나는 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니 못다한 변명 뒤돌아 볼 것 없으리라.
설명이 필요 없는 일에 설명하는 일 만큼 모진 일도 없으리라.
귀 막고 덤비는 이에게 언제 단 한 번이라도 내 억울함의 호소가 소용이 있었던가.
눈 막은 이에게 귀여운 나비춤이 무슨 소용 있었던가.
너를 쪼아대던 사람들 원망할 것 없으리라.
하루 세끼 밥 채우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람이 사람을 대신해 사람을 보고 짖는 개가 되었겠느냐?
너의 소문을 늘 나쁘게만 내던 사람들 원망할 것 없으리라.
오직 새끼 부양 힘들었으면 부모 된 자의 입으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겠는가?
너를 제 밥그릇 빼앗아가는 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 원망할 것 없으리라.
얼마나 사무치게 배가 고팠으면 남의 수저밥을 빼앗아 제 고봉밥을 채우려 들었겠는가?
부끄러움을 가리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저리 치졸하게 살겠는가.
인간의 무게를 지키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리 가볍게 살겠는가
고개 들고 살기가 얼마나 떳떳하지 못했으면 쥐처럼 숨을 자리만 찾아 다니며 살겠는가.
가진 욕심이 얼마나 집요했으면 봉하들판에 한 마리 오리농꾼처럼 살아가려는 너의 꿈마저 이리 무참히 깨버렸겠는가.
그러니 평생을 너를 따라다니며 5월 무논에 악마구리처럼 네 귀를 어지럽혔던 목소리들 이제 되돌아볼 것 없으리라.
저들의 손가락질이 하도 요란해서 너는 내가 뿌린 씨앗에서 나온 자운영 꽃 피던 4월의 논도 잊은 채로 넘어왔더구나.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저 봉하들판에 질펀하게 물 고이던 날 너는 기어코 그 큰 고개를 스스로 넘고 말았구나.
이제 너를 위해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이 넘치고 흘러서 흥건한 못자리를 이루었구나.
그러나 너는 이도 되돌아 볼 필요가 없으리라. 저들의 눈물과 애도와 기도 소리 되돌아볼 것 없으리라.
바람개비를 닮아 동풍 불면 서쪽으로 돌고 서풍 불면 동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니,
아니 사람이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세상에, 살아있는 생명의 고귀함을 모르던 이들이 죽은 이에게 바치는 흠모와 예우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벌써부터 네 죽음을 놓고 장난치려는 이들이 보이는구나.
혹 네 죽음이 거름더미에 피어난 꽃처럼 대접이라도 받을까 지레 겁을 먹은 사람들이 보이는구나.
살아서 조롱으로 대하던 이들이 죽어서도 조롱으로 대하려 드는구나.
그러나 너는 이도 되돌아 볼 필요가 없으리라.
너를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 간 이들 중에 네 죽음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이가 몇 이나 되겠는가.
서거냐 자살이냐, 자책감이냐 억울함이냐, 말장난만 앞선 저들 중에 네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읽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니 너는 그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없으리라.
네가 부엉이바위에 몸을 던지듯이 그들은 주식에 아파트에 그들 재산을 던져가며 살아갈 터이니,
제 배 불려준다는 사람 나타나면 언제든지 온몸을 던져 몰표를 던질 사람들이니
너는 굳이 똑 같은 세상 다른 길 가는 그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없으리라.
덧없는 삶에 맥을 놓았더냐 줄을 놓았더냐. 너는 앞서 떠나면서 네 처자식에게 한 마디 인사도 못 건넸더구나.
그러나 이도 되돌아볼 것 없느니라. 너는 살아있어야 할 때 죽어있지 않고 제대로 살아온 사람이니라.
깨어있어야 할 때 외면하지 않고 깨어있었던 사람이니라.
그러니 어차피 홀로 떠나는 그 길, 산 사람 일 산 사람 몫으로 남겨두고 떠난들 무슨 큰 탈이야 따르겠는가.
미련이야 남겠지만 큰 원망은 없으리라.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과 가슴 맞대기 좋아하던 네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들 가슴에
살아생전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 하나 남겨놓았음에 너는 저승의 강을 건너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그러나 세상 사람 다 몰라주어도 나는 네 마음을 안다. 아니 나는 네 마음을 보았느니라.
사시사철 살쾡이처럼 조중동이 흔들고, 대학 나오지 않았노라 늙은 여우가 흔들고,
힘 있는 사람 다 나서서 너를 흔들어도,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당겨도 끌려가지 않던 네가,
높은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던 네가 스스로 더 높은 영혼의 길 찾아
그 높은 벼랑길 올라갈 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고향 뒷산 죽음의 길 올라갈 때,
아 이 에미는 보고 말았네. 네 눈에 고인 눈물 한 방울
네가 가슴으로 사랑한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빚을 갚겠노라
저 깊은 이승의 마지막 골짜기를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
아 이 에미는 보았네. 네 몸과 함께 네게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사랑하는 내 막내야.
너는 일찍이 네 조부께서 큰 백마로 내게 준 선물이었다.
너는 비록 백마로 내게 달려왔지만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별스러울 것 하나 없는 가난을 뚫었고
험한 고개 넘어왔었다. 그러나 이것이 무슨 대수랴.
무엇보다 너는 스스로 높은 곳보다는 낮은 쪽으로 몸을 낮출 줄 알았다.
어미는 낮추어 살아온 너의 삶이 자랑스럽기만 하구나.
너의 재주 반짝 인심의 인간 세상 만나 큰 빛을 보고 명예도 얻었노라. 그러나 이것이 무슨 대수랴.
무엇보다 너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위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왔었다.
이 어미는 없는 사람, 약한 사람, 낮은 사람, 짐승 취급 받는 나라에 살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네가 자랑스럽기만 하구나.
그러니 이만하면 되돌아보지 않고 미련 갖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다웠던 것이 너의 삶이 아니었겠는가.
죽은 사람 미련 갖지 않아도 산 사람은 알리라. 모를 사람 끝내 몰라도 알 사람은알리라.
네 영혼 훨훨 이승길 떠나도 그 뒷모양이 아름다웠다면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에겐 눈물로 고이리라.
그 눈물들 봇물로 모이리라. 그리하여 강물로 흐르리라.
내 사랑하는 막내야. 이제 네가 진 짐 다 내려놓고 그 옛날의 젖먹이 애기로 돌아가 이 어미와 함께 가자.
네가 이제 근심할 것은 없느니라. 이 에미가 자장가 불러 줄 테니 푹 자거라. 엄마 품에 고이 잠들거라.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우리아기
꼬꼬닭아 울지마라 멍멍개야 짖지마라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잘도잔다.
궁개쥐도 잠을자고 앞집개도 잠을잔다.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우리아기
조중동아 웃지마라 떡검들아 짖지마라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68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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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조달똥 우화 퍼왔어요. ▦
눈물비 조회수 : 341
작성일 : 2009-05-26 11:41:48
IP : 211.109.xxx.15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5.26 11:44 AM (210.221.xxx.159)눈물이 나서 미치겠습니다
2. 자살이
'09.5.26 11:46 AM (211.219.xxx.145)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1人~ ㅡㅡ
3. 임부장와이프
'09.5.26 11:50 AM (125.186.xxx.9)아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가슴이.4. ...
'09.5.26 12:03 PM (221.146.xxx.134)눈물나서 미치겠습니다..22222222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222222225. 윤맘
'09.5.26 1:08 PM (59.8.xxx.213)눈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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