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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이광재 추모글

일편단심 조회수 : 559
작성일 : 2009-05-26 06:47:17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

좋은 나라 가세요.
뒤돌아 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못다한 뜻
가족
단심(丹心)으로 모시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21년전 오월 이맘때쯤 만났습니다.
42살과 23살
좋은 시절에 만났습니다.

부족한게 많지만
같이 살자고 하셨지요.

‘사람사는 세상’ 만들자는
꿈만가지고
없는 살림은 몸으로 때우고
용기있게 질풍노도처럼 달렸습니다.
불꽃처럼 살았습니다.

술 한잔 하시면 부르시던 노래를 불러봅니다.

“오늘의 이 고통 이 괴로움
한숨섞인 미소로 지워버리고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테야
푸른 하늘 맑은 들을 찾아갈테야
오 자유여! 오 평화여!

뛰는 가슴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 버릴 것 같아...“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천형처럼 달라 붙는 고난도
값진 영광도 있었습니다.

운명의 순간마다
곁에 있던 저는 압니다. 보았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남자
일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나이를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모습
항상 경제적 어려움과 운명같은 외로움을 지고 있고
자존심은 한없이 강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여리고 눈물많은 고독한 남자도 보았습니다.

존경과 안쓰러움이 늘 함께 했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몇 번이나
운 적이 있습니다.

최근 연일 벼랑끝으로 처참하게 내 몰리던 모습

원통합니다.

원망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잘 새기겠습니다.


힘드시거나
모진 일이 있으면
계시는 곳을 향해 절함으로써

맛있는 시골 음식을 만나면
보내 드리는 것으로

어쩌다 편지로밖에 못했습니다.

산나물을 보내 드려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애통합니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모시고 다닐 때는
행복했습니다.
풀 썰매 타시는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올 여름도 오신다고 했는데...

이 고비가 끝나면 제가 잘 모실 것이라고
마음속에 탑을 쌓고 또 쌓았습니다. 계획도 세웠습니다.

절통합니다.
애통합니다.

꼭 좋은 나라 가셔야 합니다.

바르게, 열심히 사셨습니다.
이젠 ‘따뜻한 나라’에 가세요
이젠 ‘경계인’을 감싸주는 나라에 가세요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세요

‘남기신 씨앗’들은, ‘사람사는 세상 종자’들은
나무 열매처럼, 주신 것을 밑천으로
껍질을 뚫고
뿌리를 내려 ‘더불어 숲’을 이룰 것입니다

다람쥐가 먹고 남을 만큼 열매도 낳고,
기름진 땅이 되도록 잎도 많이 생산할 것입니다.

좋은나라 가세요.
저는 이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닿는 곳마다 촛불 밝혀 기도하고,
맑은 기운이 있는 땅에 돌탑을 지을 것입니다.
좋은나라에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돌탑을 쌓고, 또 쌓을 것입니다.
부디, 뒤돌아 보지 마시고
좋은나라 가세요.


제 나이 44살

살아온 날의 절반의 시간
갈피갈피 쌓여진 사연
다 잊고 행복한 나라에 가시는 것만 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다포(茶布)에 새겨진 글
“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가 떠오릅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 밖에 없는 게 더 죄송합니다.

좋은 나라 가세요.

재산이 있던 없던
버림 받고 살지 않는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유산은, 내 유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노대통령님으로부터 받은 유산,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를 아시는 분들에게

봉하 마을에 힘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 거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분들
제가 말하는 맑은 기운이 있는 땅, 탑을 쌓을 곳이
어디인지 아실 겁니다. 본격적으로 탑을 쌓고 지읍시다.

노대통령님 행복한 나라에 가시게
기도해 주세요. 가족분들 힘내시게

찻집에서 본 다포(茶布)에 씌여진 글귀가 생각납니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끝없이 눈물이 내립니다.

장마비처럼

이광재 드림


..................................................................................................................................................................

저도 풀썰매 타시던 그 천진난만한 표정 기억나요

노대통령님의 그 숨길 수 없는
인간적인 .....
정말 너무나 인간적인 그런 모습들이

저를 웃게하고...

울리네요
IP : 118.93.xxx.7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5.26 6:51 AM (211.38.xxx.16)

    아, 어떻해,,,어떻해,,,ㅠㅠ
    점점 더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들을,,,

  • 2. 흰돌
    '09.5.26 6:54 AM (61.73.xxx.91)

    당분간 82쿡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부디 안녕히 가세요.....

  • 3. 지금
    '09.5.26 8:23 AM (222.234.xxx.2)

    출근했는데 읽다 눈물나서 읽다 말았어요.
    이따.. 퇴근하고 분향소가서 노통께 저녁인사 드리고..
    집에가서 조용히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노통의 사람들은... 어디하나 모난 구석이 없는 분들입니다...

  • 4. 마음이
    '09.5.26 8:57 AM (221.151.xxx.194)

    목이 먹먹해요. 납덩이 얹어놓은 것 같이 무거운 마음이. 며칠 째 계속되네요. 눈물 콧물 다 뺀 것 같더니만 아닌가봐요. 믿고 싶지 않은데 믿으라하니 서럽고 억울합니다.
    제가 이럴진데 가까이서 모시던 분들은 어떨지. 상상도 되질 않네요.

  • 5. ㅠ ㅠ
    '09.5.26 8:59 AM (222.237.xxx.2)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밖에 가서 잘 돌아다니고 밥도 잘먹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문도 못가보겠고 분향소도 못가보겠고 일부러 유쾌한 fm만 켜놨는데도 한마디 멘트에 울컥하고 노래가사를 곱씹으며 울컥하고 거리에 현수막만 봐도 울컥하고.......

    그저 밥먹고 잠자는것외에 할게 아무것도 없네요.

  • 6. 코스모스
    '09.5.26 9:14 AM (218.54.xxx.187)

    저도 요즘은 노래가사만들어도 가슴이먹먹해지고 목이메여오는게 눈물만 연이어 흐르고..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에요 이토록 많은사람들이 애통해하고 그를보내드림에 마음아파하고있잖아요

  • 7. ㅠㅠ
    '09.5.26 9:38 AM (58.229.xxx.153)

    노사모도 아닌 제가 이렇게 글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가슴아프고 억울하고 원통해 죽을것만 같아요.
    제 심정이 이런데 가까이서 모시던 분들 심정은 어떨지ㅠㅠ
    글 귀 한귀절 한귀절 마다 진심이 묻어나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차마 한번에 다 못 읽고 마음을 진정 시키고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8. 맑은샘
    '09.5.26 1:08 PM (59.31.xxx.183)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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