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옥중 이광재 추모글

일편단심 조회수 : 560
작성일 : 2009-05-26 06:47:17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

좋은 나라 가세요.
뒤돌아 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못다한 뜻
가족
단심(丹心)으로 모시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21년전 오월 이맘때쯤 만났습니다.
42살과 23살
좋은 시절에 만났습니다.

부족한게 많지만
같이 살자고 하셨지요.

‘사람사는 세상’ 만들자는
꿈만가지고
없는 살림은 몸으로 때우고
용기있게 질풍노도처럼 달렸습니다.
불꽃처럼 살았습니다.

술 한잔 하시면 부르시던 노래를 불러봅니다.

“오늘의 이 고통 이 괴로움
한숨섞인 미소로 지워버리고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테야
푸른 하늘 맑은 들을 찾아갈테야
오 자유여! 오 평화여!

뛰는 가슴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 버릴 것 같아...“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천형처럼 달라 붙는 고난도
값진 영광도 있었습니다.

운명의 순간마다
곁에 있던 저는 압니다. 보았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남자
일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나이를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모습
항상 경제적 어려움과 운명같은 외로움을 지고 있고
자존심은 한없이 강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여리고 눈물많은 고독한 남자도 보았습니다.

존경과 안쓰러움이 늘 함께 했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몇 번이나
운 적이 있습니다.

최근 연일 벼랑끝으로 처참하게 내 몰리던 모습

원통합니다.

원망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잘 새기겠습니다.


힘드시거나
모진 일이 있으면
계시는 곳을 향해 절함으로써

맛있는 시골 음식을 만나면
보내 드리는 것으로

어쩌다 편지로밖에 못했습니다.

산나물을 보내 드려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애통합니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모시고 다닐 때는
행복했습니다.
풀 썰매 타시는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올 여름도 오신다고 했는데...

이 고비가 끝나면 제가 잘 모실 것이라고
마음속에 탑을 쌓고 또 쌓았습니다. 계획도 세웠습니다.

절통합니다.
애통합니다.

꼭 좋은 나라 가셔야 합니다.

바르게, 열심히 사셨습니다.
이젠 ‘따뜻한 나라’에 가세요
이젠 ‘경계인’을 감싸주는 나라에 가세요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세요

‘남기신 씨앗’들은, ‘사람사는 세상 종자’들은
나무 열매처럼, 주신 것을 밑천으로
껍질을 뚫고
뿌리를 내려 ‘더불어 숲’을 이룰 것입니다

다람쥐가 먹고 남을 만큼 열매도 낳고,
기름진 땅이 되도록 잎도 많이 생산할 것입니다.

좋은나라 가세요.
저는 이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닿는 곳마다 촛불 밝혀 기도하고,
맑은 기운이 있는 땅에 돌탑을 지을 것입니다.
좋은나라에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돌탑을 쌓고, 또 쌓을 것입니다.
부디, 뒤돌아 보지 마시고
좋은나라 가세요.


제 나이 44살

살아온 날의 절반의 시간
갈피갈피 쌓여진 사연
다 잊고 행복한 나라에 가시는 것만 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다포(茶布)에 새겨진 글
“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가 떠오릅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 밖에 없는 게 더 죄송합니다.

좋은 나라 가세요.

재산이 있던 없던
버림 받고 살지 않는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유산은, 내 유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노대통령님으로부터 받은 유산,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를 아시는 분들에게

봉하 마을에 힘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 거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분들
제가 말하는 맑은 기운이 있는 땅, 탑을 쌓을 곳이
어디인지 아실 겁니다. 본격적으로 탑을 쌓고 지읍시다.

노대통령님 행복한 나라에 가시게
기도해 주세요. 가족분들 힘내시게

찻집에서 본 다포(茶布)에 씌여진 글귀가 생각납니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끝없이 눈물이 내립니다.

장마비처럼

이광재 드림


..................................................................................................................................................................

저도 풀썰매 타시던 그 천진난만한 표정 기억나요

노대통령님의 그 숨길 수 없는
인간적인 .....
정말 너무나 인간적인 그런 모습들이

저를 웃게하고...

울리네요
IP : 118.93.xxx.7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5.26 6:51 AM (211.38.xxx.16)

    아, 어떻해,,,어떻해,,,ㅠㅠ
    점점 더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들을,,,

  • 2. 흰돌
    '09.5.26 6:54 AM (61.73.xxx.91)

    당분간 82쿡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부디 안녕히 가세요.....

  • 3. 지금
    '09.5.26 8:23 AM (222.234.xxx.2)

    출근했는데 읽다 눈물나서 읽다 말았어요.
    이따.. 퇴근하고 분향소가서 노통께 저녁인사 드리고..
    집에가서 조용히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노통의 사람들은... 어디하나 모난 구석이 없는 분들입니다...

  • 4. 마음이
    '09.5.26 8:57 AM (221.151.xxx.194)

    목이 먹먹해요. 납덩이 얹어놓은 것 같이 무거운 마음이. 며칠 째 계속되네요. 눈물 콧물 다 뺀 것 같더니만 아닌가봐요. 믿고 싶지 않은데 믿으라하니 서럽고 억울합니다.
    제가 이럴진데 가까이서 모시던 분들은 어떨지. 상상도 되질 않네요.

  • 5. ㅠ ㅠ
    '09.5.26 8:59 AM (222.237.xxx.2)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밖에 가서 잘 돌아다니고 밥도 잘먹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문도 못가보겠고 분향소도 못가보겠고 일부러 유쾌한 fm만 켜놨는데도 한마디 멘트에 울컥하고 노래가사를 곱씹으며 울컥하고 거리에 현수막만 봐도 울컥하고.......

    그저 밥먹고 잠자는것외에 할게 아무것도 없네요.

  • 6. 코스모스
    '09.5.26 9:14 AM (218.54.xxx.187)

    저도 요즘은 노래가사만들어도 가슴이먹먹해지고 목이메여오는게 눈물만 연이어 흐르고..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에요 이토록 많은사람들이 애통해하고 그를보내드림에 마음아파하고있잖아요

  • 7. ㅠㅠ
    '09.5.26 9:38 AM (58.229.xxx.153)

    노사모도 아닌 제가 이렇게 글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가슴아프고 억울하고 원통해 죽을것만 같아요.
    제 심정이 이런데 가까이서 모시던 분들 심정은 어떨지ㅠㅠ
    글 귀 한귀절 한귀절 마다 진심이 묻어나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차마 한번에 다 못 읽고 마음을 진정 시키고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8. 맑은샘
    '09.5.26 1:08 PM (59.31.xxx.183)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3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7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4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5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3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9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80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6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1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2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5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9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4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