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지금 이런 글을 쓴다는것이 망설여졌습니다. 왜 이런 시기에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것일까, 대체 이 사람의 죄가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 가슴이 다 타들어간것 같습니다.
행여나 이 글을 읽으시고 이 사람을 가엽다 여기시는분들이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어떠한 위로도 받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가족에게 말할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니.. 많은 질책 부탁드립니다.
더이상의 분노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 보태거나 꾸밈 없이 적어보겠습니다.
노 전대통령님의 서거 당일 비슷한 시각에 제 첫딸이 태어났다는 글을 보신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무사히 순산해서 그걸로 끝인줄 알았던 일이, 극히 드문 경우로 인해 산모와 아기가 상봉도 못하고 있다는것을..
그날 아침, 포천에 계시던 저희 어머님이 내려오셨습니다.
예정에 없던 탄생에(사실 출산예정일은 5월 말이었죠.), 갑작스런 일때문에 어머니가 내려오시면 약소하게나마 대접하려던 바램은 무산되고 말았지요. 산부인과,대학병원을 오가며 어머니께 불효 아닌 불효를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어머니가 올라가시면서 저한테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절대 동생과 싸우면 안된다. 엄마 울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진.."
그러나 어제 늦은 밤에, 전 동생과의 '의절'을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전화하면서 평생 할 욕의 반쯤은 한듯 싶습니다.
오늘 아침 당연히 난리가 났죠. 어머니의 분노는 이루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제 집사람 얘기를 잠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태어난 우리 첫딸.. 우리 어머니와는 진정한 기축년 띠동갑입니다.
저 또한 소띠.. 조금 늦은 나이에 얻은 첫딸이지요. 아니, 둘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사람을 만나기 7년전 이미 전 한번의 결혼과 이혼이라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것도 뱃속에 있는 7개월쯤 되는 아이를 지우면서 말이죠..
빛도 못보고 사라진 첫번째 아들.. 아직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주위에선 차라리 잘된 일이다,어차피 짐일뿐이다라는 말들을 하지만 전 가슴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작년이군요. 집사람을 처음 만나서 가슴속에 있는 얘기를 모두 했습니다.
그리고 구정 지나서 정말 땡전 한푼 없이, 회사에서 50만원을 차용해 와 북구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이지요. 아무것도 없는 이 사람에게 모든걸 바치며 미래를 약속했으니까요.
아직도 혼인신고는 안돼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다음달 12일 출생신고와 더불어 혼인신고도 같이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걸 따지기 이전에 우리의 믿음은 누구도 깰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었지요.
출산하기 2주 전.. 집사람과 전 갑작스레 연락을 받고 포천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출산전이라 움직이기 힘들다고 동생이 몇달전부터 연락했는데 갑자기 오라고 하더군요.(뒤에 많은 설명이 필요할듯 싶습니다.) 어쨌건 집안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집사람 자랑 참 많이도 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속칭 푼수짓.. 난 성공한 인생인 셈이다. 요즘 신부감이 없어서 국제결혼도 하는 판국에 상처있는 사람이 일곱살 적은 사람에게 처녀장가를 가겠느냐.. 고로 난 성공했다... 라고 말이죠. (써놓고 보니 푼수가 맞는듯 싶습니다.)
그러고 나서 동생의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건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제 동생.. 저와는 태어난 날이 같습니다. 이란성쌍둥이죠.
한 날 한 시에 태어났어도 둘은 성격이 정 반대입니다.
동생은 남자답고 씩씩하고 전 그 반대인 식으로..
어릴때는 싸워도 맨날 맞기만 했지만 커서는 제가 단 한번에 제압하긴 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말이죠.. 그전까진 형을 무시했던 동생이지만 그 모습에 더이상은 그런 모습은 안 보이더군요.
적어도 어제 일이 있기 전까진...
현재 동생에겐 자식이 둘 있습니다. 일곱살 된 아들 하나, 네살된 딸 하나..
그걸 어머니께서 돌보고 계십니다. 어머니께서 늘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둘을 낳고 할머니한테 백일동안 한명을 맡긴게 지금 몇배로 돌아온다고 말이죠..
거기까진 좋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죠.
같은 동네에서 살고 동생 내외들이 장사를 해서 바쁘니 아기를 맡기는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생활비도 안 보태주니 그것이 문제인 셈이죠.
처음엔 그래도 30만원씩 보내는것 같더니만 이젠 그마저도 안보낸다 합니다.
아기들을 맡기면 그냥 맡아만 주는게 아니죠. 겨울엔 난방비도 어른들에 비해 곱절로 들어가는데도 모른척 했다 합니다. 물론 자기네들 생활이 어려우면 그렇게 못하는게 맞긴 합니다. 그러나 자기 아기들한테는 끊임없는 투자를 해가면서 어머니 생활비도 안보태준다면 그것이 문제인 것이죠. 제 삼자인 제가 보더라도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어제 울산에서 어머니가 왜 올라가셨는지 이유를 짐작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병원에 있으니 내가 할게 무엇이 있느냐.. 라는 이유겠지만 어찌보면 그 애들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적어도 제 눈에는 어머니가 동생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출산을 불과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집사람과 제가 굳이 무리를 해서 어머니의 환갑잔치에 간 것.. 그 또한 동생의 술주정에서 비롯됐다 합니다.
왜 엄마는 형만 감싸고 도느냐, 이 집안에서 대체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이 대목은 다시 설명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급하게 전화를 하셨더군요. 올수 없겠냐고..
망설임없이 그러겠노라고 답했습니다. 전 어머니의 자존심이니까요.
어머니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갈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포천으로 올라간 새벽, 동생과 술을 한잔 하면서 정말 믿기 힘든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엄마가 울산으로 내려가면서 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엄마가 애를 봐줘야 가게를 하는데 가게를 못하면 어쩌겠느냐, 급하게 가게 정리해야겠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어머니한테 해준것 없이 어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왜 어머니의 자유를 억압하면서까지 자기가 살아야 하는지.. 어머니가 아기 봐주시는거, 그거 절대 당연한거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제게만 말씀하시더군요. 동생이 그 7년동안 한달에 20만원씩만 보태줬어도 당신은 집을 안 팔고 울산으로 안 내려오셨을거라고.. 할머니한테 받은 패물도 다 처분하시고 빚까지 얻어서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러는 저도 잘한건 없습니다. 집사람 만나기전 몇달동안 너무 힘들어서 연락을 잠시 끊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이후 생활비 50만원, 어떨때는 80만원씩 꼬박꼬박 지금껏 보내드렸습니다.
그 전에는 월급 받으면 어머니 다 드리고 용돈타서 생활했구요.
어제 동생과 전화로 싸우면서 한다는 얘기가.. 저 몇달을 문제삼더군요. 넌 해준게 뭐있느냐 하면서...
"이 집안에서 대체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 어머니한테 이 얘기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이유는...
20년전 집안 큰삼촌이 어머니를 구타하시면서, 벽돌로 내리치셨을때 들었던 말이기때문이죠.
어떻게 그 역사가 되풀이될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좋은건 안배우고 나쁜것만 배우고.. 어제 술을 마시다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자기가 그렇게 하면 자기도 똑같이 당한다. 그 죄를 어찌 받겠느냐...
어젯밤 분명 '의절'할 생각으로 전화했던것 맞습니다. 여태껏 그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같은 가족이라도 그 죄를 나중에 다 받을것이라고, 이 사람은 묵묵히 지켜보고 지금처럼 변함없이 살거라고..
어머니가 분개하셨던 이유는.. 왜 니가 그런 말을 해야 했느냐, 넌 그럴 자격 없다. 같은 형제지간엔 그런 말 하면 안된다. 앞으로는 말조심해라.. 라는 내용이셨습니다.
어머니께는 죄송합니다. 단, 어머니께만..
부창부수라 했던가요.. 집사람도 절 이해합니다.
어제 그 일 있고 대학병원에서 둘이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우린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고..
어머니의 자유를 구속하지 말자고..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부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상관은 없습니다. 어머니 없이도 여태껏 우린 잘 살았으니까요.
어머니께 의존하고 싶은 생각 없고 어머니를 구속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 이 집의 전세금은 어머니가 주신겁니다.
어머니께서 제 생각을 참 많이 해주십니다. 너 아니었으면 우리 집안은 망했을지도 모른다.. 집 재산 늘진 않았지만 까먹지 않은건 네 덕분이다 하시면서 말이죠.. 사실 어머니한테 이번 집 얻으면서 돈 좀 더 달라 했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 그런건 아닙니다. 정말 필요해서 그랬을뿐.. (어머니께 생활비 여유있게 드리려고 대출도 약간 받은게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간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제 일.. 후회는 안합니다. 가족이 가족보다도 못하다면 버릴수도 있다는 신념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한분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어찌보면 큰 불효를 저지른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어머니가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전 이제 관여 안합니다. 죄인이니까요..
그러나 정말 당신이 자유로워 졌으면 그걸로 전 충분합니다.
더 이상의 욕심은 무의미합니다. 이젠 제가 목숨걸고 희생하고 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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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이 못난 사람에게 저주를..
ohmy 조회수 : 306
작성일 : 2009-05-25 23:03:10
IP : 122.45.xxx.2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참신한~
'09.5.25 11:38 PM (121.170.xxx.51)마음 고생이 느껴지네요 ...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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