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올해 4월 17일에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남기신 글입니다.
제목 : 강금원이라는 사람
강회장이 구속되기 전의 일이다. 내가 물어보았다.
“강 회장은 리스트 없어요?”
“내가 돈 준 사람은 다 백수들입니다. 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돈을 왜 주었어요?”
“사고치지 말라고 준 거지요. 그 사람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데 먹고 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쉽잖아요. 사고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준 거지요.”
할 말이 없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의 수족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나로 인하여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서 백수가 되었는데, 나는 아무 대책도 세워 줄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기가 딱했든 모양이다. 강회장이 나서서 그 사람들을 도왔다.
그 동안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한 일도 없는데 다시 조사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강회장이 계속한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사업을 한 치도 늘리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해보자는 사람이야 오죽 많았겠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면 내가 대통령님 주변 사람을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강 회장이 입버릇처럼 해오던 이야기다.
“회사일은 괜찮겠어요?”
“아무 일도 없어요. 지난 번에 들어갔다 나오고 나서 직원들에게 모든 일을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어요. 수시로 지시했어요. 그리고 모든 일을 변호사와 회계사의 자문을 받아서 처리했어요. 그리고 세무조사도 다 받았어요."
그래서 안심했는데 다시 덜컥 구속이 되어버렸다.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게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어떻든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강 회장이 나를 찾아 온 것은 내가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였다.
모르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후원금은 얼마까지 낼 수 있지요?” 전화로 물었다.
“1년에 5천만 원까지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온 사람이 강 회장이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한테 눈꼽만큼도 신세질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첫 마디를 이렇게 사람 기죽이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눈치 안보고 생각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경계를 하지 않았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장수천 사업에 발이 빠져서 돈을 둘러대느라 정신이 없던 때였다. 자연 강 회장에게 자주 손을 벌렸다. 당시 안희정씨가 그 심부름을 하면서 타박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정치인이 정치나 하지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느냐 하는 것이 구박의 이유였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직접 타박하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 나는 2000년 부산 선거에서 떨어졌고, 2002년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에는 장수천 빚 때문에 파산 직전에 가 있었다.
강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다. 강 회장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단 한 건의 이권도 청탁한 일이 없다. 아예 그럴만한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퇴임이 다가오자 강 회장은 퇴임 후 사업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강회장의 생각에는 노무현이 중심에 있었고, 나의 생각에는 생태 마을이 중심에 있었다. 결국 생태마을 쪽을 먼저 하고 재단은 퇴임 후에 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그렇게 해서 주식회사 봉화가 생겼다. 이름이 무엇이든 우리가 생각한 것은 공익적인 사업이었다.
70억이라고 하니 참 크게 보인다. 그런데 강 회장의 구상은 그보다 더 크다. “미국의 클린턴 재단은 몇 억 달러나 모았잖아요. 우리는 그 10분의 1이라도 해야지요.” 이것이 강 회장의 배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모으기가 어렵다. 꼭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강 회장 혼자서 부담을 해야 할 형편이다.
강 회장은 퇴임 후에 바로 재단을 설립하자고 주장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좀 천천히 하자고 했다. 강 회장 한사람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미안하고 모양도 좋지 않으니 출연할 사람들을 좀 더 모아서 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퇴임 후 바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각종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고,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도 시작되니 아무 일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을 모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재단은 표류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오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사업을 안 하는 사람이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디 취직이라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봉하에 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봉하에 강 회장은 매주 하루 씩 다녀갔다.
그런 강회장이 구속이 되었다. 아는 사람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한다. 제발 제때에 늦지 않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면목 없는 사람 노무현
[+]
이 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몇 시간째 쭉 기사 검색을 해봤더니
뇌종양으로 사실상 시한부 투병 중이고
구속영장심사 당시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대전교도소에 구속 수감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후 변호사와의 면담 20분간 서럽게 울면서
평생 동지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병원 안 가도 되니 문상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답니다.
조문을 위해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놓은 상태라는데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이 아니라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네요.
노 전 대통령님 재직기간 동안 이 분 사업은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전해지며
회장 명의만 남아있을 뿐 사실상 경영권 대부분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여생을 봉화마을에서 농촌발전 사업을 하며 보낼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이렇게 정치 탄압을 받는 것을 달게 받겠다."
구속되던 당시에 남긴 말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이 분에 대해서 위 글을 남기신 게 지난달 17일이고
바로 5일 뒤인 22일에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를 닫는 글이 올라온 사실로 미루어보아
오랜 후원자이자 정치적 동지인 강 회장의 구속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기 시작하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추측성 기사도 있더군요.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의 소개로 20년간을 알고 지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살아남기 위해 한순간에 그를 이명박에게 팔아넘긴 박연차와,
노 전 대통령이 무명이던 당시부터 그의 정치적 행보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직접 찾아가 후원하기 시작한 인연을 오늘 이 날까지 굳게 지켜온 강금원.
한 사람의 정치인을 두고 두 후원자의 행보의 끝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군요.
"두고 봐라. 퇴임 후 대통령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다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강금원 회장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한 말)
이렇게 마음으로 든든하게 지지해 주던 사람이었는데
단지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표적수사 대상이 되어 철창신세를 두번째나 지게 되다니..
그것도 아픈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지기의 마지막도 보지 못하는 친구는 또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눈물이 한없이 흐르네요.
그리고 마지막 말이 참...가슴에 와 닿네요... 아직도 노대통령님이 돌아가셨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요 ㅠㅠㅠ
http://memolog.blog.naver.com/nba4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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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제목-"강금원이라는 사람" [노대통령이 홈페이지에 남기신글]
권동철 조회수 : 624
작성일 : 2009-05-25 22:20:07
IP : 211.244.xxx.1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미쳐
'09.5.25 10:26 PM (124.56.xxx.86)앞으로 착하게 살지 말아야지. 선하게 살면 이렇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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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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