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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 생각 없어요, 연애만 할래

결혼은 선택 조회수 : 1,326
작성일 : 2009-05-17 07:14:51
[오마이뉴스 이희진 기자]여느 어머니들이 그러하시듯, 내 어머니도 딸자랑을 곧잘 하신다. 우리 집은 감자탕집을 하는데 단골손님들이 오시면 나이가 다 찬 딸 중신을 서달라는 핑계로 딸자랑을 하시곤 한다. 나도 아는 단골손님이 와 계셨는데 어머니가 또 말을 꺼냈다. 손님이 날 불러 앉혔다.

"그래,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알아야 소개를 해도 하지. 일단, 나이는 어느 정도라야 하나?" "원하는 사람을 말해 봐, 중신 서줄게"


▲ < 섹스 앤 더 시티 > 시즌 6의 한 장면. 캐리는 50대의 중년 예술가 알렉산더를 따라 뉴욕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간다.


나는 그전 남자친구가 연하였다. '나보다 위로는?'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며칠 전에 보았던 < 섹스 앤 더 시티 > (Sex and The City)에서 주인공 캐리가 50대의 남성과 데이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음…. 그런 50대면 꽤 괜찮은데.' "와 대답을 안 하노! 그래. 나이는 비슷하게 하면 되지. 그럼 키는?" 첫 질문의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화제가 키로 넘어가버렸다. 키? 나는 키가 크다. 사춘기 시절에는 내 큰 키가 너무 싫어 콤플렉스였는데 내 키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자 키나 몸무게 같은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아, 이건 또 어느 정도라고 말해야 하나. "키야 니보다 크면 되겠지. 찾아볼게. 그럼 돈은 얼마나 벌어야 되노?"

돈. 중요한 문제지. 하지만 나도 직업이 있고, 결혼을 하든 어쨌든 각자 생활비 내서 살면 되는데…. 그럼 생활비 이상만 벌면 상관없는 거고. 생활비라, 그건 그럼 얼마지?

"웃기만 하면서 대답을 계속 안 하네. 카면 학벌은?" 아! 드디어 대답할 수 있는 거 하나 나왔네.
"학벌은 잘 모르겠구요. 저는 그냥 신문 사설 보고 저랑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뭐? 사설? 그런 놈들은 다 사기꾼이다." 그 손님이 돌아가고 나는 혼자 착잡해졌다. 하고픈 말을 제대로 못한 게 화나기도 했다. 왜냐고? 난 결혼할 생각이 애당초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난 결혼 생각 없어요, 연애만 할래

어릴 적부터 나는 결혼 생각이 없었다. 흔히들 결혼은 싫어도 웨딩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어 한다는데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도 품은 적이 없다.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결혼식에서도 신부가 부럽진 않다. 28살 즈음 결혼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서른인 지금, 결혼에 대한 내 생각은 '굳이 뭐…'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연애 중이다. 나이가 서른이고 2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 계획은 없다. 사람들은 이 말에 대부분 어이없어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신여성을 사랑과 관련짓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독신여성은 두 부류로 나뉜다.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데 하지 못했거나, 삶의 반려자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쿨한 사람이거나. 그래서 사람들은 늘 묻는다.

"결혼 안 할 거면서 연애는 왜 해?"


▲ 팔베개 인형 한때 일본에서 판매되어 화제가 되었던 남성 팔베게 인형.


비혼(非婚)으로 살고 싶어 하는 내가 '연애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연애하는 이유와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입 맞추고 싶고, 손 잡고 싶고, 어루만지고 포옹하고 싶어서. 위로 받고 다독여주고 쓰다듬어 주고 가끔은 짜릿하게도 달콤하게 살고 싶어서이다.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사람들은 특히 성(姓)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결혼도 안 했는데 뭘 알겠어~"라고 날 돌려세운다. 평생 결혼 안 하고 살면 평생 '무성적' 존재로 살아야 하는 건가?

결혼이란 사회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내 성적 욕망까지도 모조리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남자 잠옷을 입혀놓은 팔베개 인형이나 베고 잠들어야 하냔 말이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이런 반응도 나온다.

"너야 결혼 안 하고 살면서 성적 욕망도 인정받고 싶겠지만, 주위에는 다 결혼한 사람들 밖에 없을 텐데, 그럼 유부남이랑 바람나는 거 밖에 더 되니?" 비혼인은 결혼생활의 적?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미란다가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을 미혼이라고 소개하자 기혼여성들이 미란다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독신여성은 결혼 생활의 적이라면서.


미국드라마 < 섹스 앤 더 시티 > 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미란다가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을 미혼이라고 소개하자 기혼여성들이 미란다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독신여성은 결혼 생활의 적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유부남 혹은 유부녀와 스릴 있는 연애(?)를 하기 위해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혹 그런 유혹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스릴을 얻기 위해 독신 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정말 밑지는 장사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기혼자가 많아지고 나와 교감을 나눌 상대를 찾는 일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년 내내 매일매일 상대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대가 없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로 늘상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과 함께하게 되지만 어떤 이유로든 헤어질 수도 있고, 그럼 다른 사람을 찾게 될 수도 혹은 혼자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기혼자도 마찬가지다. 그저 얼마만큼의 삶을 상대방과 겹쳐서 살아가고 싶은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택하는 방식의 차이에 불과한 게 아닐까.

자유롭고 싶어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등 나름의 이유로 독신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제법 있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성인이다. 어딘가 모자라거나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성인이다. 외로움과 고독만 씹으면서 살아가고자 결심한 게 아닌, 공감받고 사랑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다만, 각자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방식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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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9.196.xxx.23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결혼은 선택
    '09.5.17 7:15 AM (119.196.xxx.239)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26&newsid=20090516180803975&...

  • 2. ...
    '09.5.17 10:31 AM (222.109.xxx.80)

    제가 연애만 할려고 했는데 남편이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했답니다..

  • 3.
    '09.5.17 5:06 PM (125.149.xxx.208)

    윗 댓글님
    진짜 지독한 편견이네요
    본문의 요지와 어긋나있는 내용에다
    일반화의 오류까지

    그런식으로 따지면 민폐끼치는 기혼도 없어야하지요
    진짜 오늘 본 리플중에 최강이네요

  • 4. .님
    '09.5.17 5:52 PM (211.179.xxx.119)

    너무 감정이입을 하셔서 받아들이네요.. 요지는 그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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