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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잘한 거 맞죠??
엄마 같은 할머니 조회수 : 1,006
작성일 : 2009-05-11 21:47:51
오후 늦게쯤 마트에 갔어요.
하루종일 볼일 보다가 갔더니 슬슬 배가 고프더라구요.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을까 하고 가보았죠.
지나다니기만 하고 밥은 한 번도 안 먹었는데 간단히 혼자 밥 먹긴 괜찮을 듯 해서요.
한바퀴 휘이~ 둘러보고나니 아, 여기 주문은 중앙에서 한꺼번에 하는 거구나,
그리고나서 기다리면 그쪽 식당에서 번호를 부르는구나,
중앙전광판에도 번호가 찍히네?? 하고 눈치로 때리고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저녁 시간 전이라 그런지 테이블이 널럴했는데
그 중 하나에 앉았어요.
근데 어떤 할머니가 슬쩍 제 앞에 앉으시는 겁니다.
이잉?? 근데 딱히 말을 거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십니다그려.
.........
혼자 어색어색....
.....
...
근데 입을 떼신 할머니, "여기 음식 나오면 불러줘요??"
"아, 네, 불러주던데요?? 그리고 저 뒤에 전광판에도 나와요..."
그리고나서 제 밥이 나왔고, 그 분 밥은 좀 있다가 나왔어요.
졸지에 모르는 사람이랑 테이블에서 같이 밥을 먹게 된 거죠.
합석해도 될까요? 라든지
주위가 너무 꽉 차서 거기 밖에 자리가 없는 상황이 아닌데 그냥 그렇게요..
혼자 밥먹으면서 드는 여러가지 생각...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남남이라고 생각할까?
아닌데, 여기 테이블 빈 데 이렇게 많은데 남남이라고 생각안할 거야,
그럼 같이 온 사이라고 생각할까??
그래, 그렇겠다...
저 할머니, 얼핏 보니 울 엄마, 아님 내 친구 엄마랑 나이 비슷하실 듯 해.
아니, 그럼 남들 보기엔 밥 시켜놓고 싸워서는 코 박고 밥만 먹는 모녀지간으로 보겠네??
아아..그건 더 싫은데...
근데, 저 분 왜 여기서 혼자서 드시고 계실까??
울 엄마도.....
울 엄마도 어디 가면 저렇게 잘 몰라서 힘들고
젊은 사람들만 가득한 데서 어쩔 줄 모르고 그러시겠지???
....................
......
막 후회가 되더군요.
아니, 그 뭐 돈 드는 일이라고 웃는 낯으로 싹싹하게 대답해드리진 못하고...
물론 대답은 제대로 해드렸지만 왠지 쌀쌀맞게 들렸을 것 같아서...
밥풀 닥닥 긁어먹으면서 왠지 엄마 생각도 나고 해서
혼자 고민의 부르스를 춘 거죠...
그 할머니는 그런 것도 모르시고 잘 드시고 계시던데.
그러다가 밥을 다 먹고나서 냅킨이랑 물이 어딨나 싶어서 휘이 둘러보니
저 쪽에 정수기가 있더군요.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그런 거 찾기도 어려우실 것 같아서...
(아, 요즘 어른들을 너무 무시한 건가...-_-)
제 짐을 들고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먹고 냅킨으로 입가도 닦은 후
고민하다하다가 물 한 잔 따르고 냅킨 몇 장 뽑아서
할머니 드시는 데 가져다드렸어요.
"쓰세요~~^^"
"아니, 고마워요!!!! "
웃으시는데 저도 한 번 웃고 그냥 왔네요.
남에게 친절 베푸는 것도 부끄러운 전 평소에 너무 차갑게만 살아왔을까요?
아닌데, 마트에서 유효기간 못 읽어서 곤란해하는 어르신들 많이 도와드리고,
카트 못 밀어서 어려워하시는 할머니들도 도와드렸는데...
하지만 정작 울 엄마한테는 잘도 못하면서...
울 엄마한테는.... 따뜻한 말 한 마디도 잘 못하면서...
에에에잇... 모르겠다...
혹시 82 분들도 이런 적 있으셨어요??
저 오늘, 왠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IP : 220.117.xxx.10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코스코
'09.5.11 9:50 PM (222.106.xxx.83)아주 잘하셨어요~ ^^*
이쁜 스티커 하나 붙여드리고 싶네요... ㅎㅎㅎ2. 엄마 같은 할머니
'09.5.11 9:56 PM (220.117.xxx.104)오늘 비가 와서 그런가..
마음이 복잡하네요. 스티커 감사합니다. ^^3. ^^
'09.5.11 10:06 PM (121.140.xxx.114)저역시 엄마 생각에 맘이 짠해집니다...
4. 자동연상
'09.5.11 11:22 PM (115.137.xxx.4)ㅋㅋㅋ 글 잘쓰시네요~
저랑 좀 비슷하신듯..^^
혼자 생각,고민하면서 난리부르스를 출때가 있죠...^^
마음이 따뜻하신 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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