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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연금 받으시는 시아버님이 저에게 돈을 주셨어요. ㅜㅜ
여든이 넘은 연세에 2시간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남편은 아버님 나이 40에 본 늦둥이 막내 아들입니다. 저희 집 막내도 남편 나이 42에 본 늦둥이 막내 아들입니다. 남편은 사형제 중 막내이고 우리 아이는 삼형제 중 막내 입니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은 계획도 없이 낳은 녀석입니다. 그러니 아버님께선 증손주를 볼 연세에 생긴 막내 아이를를 얼마나 이뻐 하시는 지 모릅니다.
금쪽같이 이쁜 손주 생일에 오셔서는 제게 20만원이 든 봉투를 주셨습니다.
사실 전에도 한약해 먹으라고 돈을 주셨는데 어찌 어찌하다가 그 돈이 다시 아버님께 돌아갔나 봅니다.
저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 셋째까지 낳아 주어서 애미가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다. 약을 하든 옷을 하든 너에게 필요한 데 써라. 이거 생활비로 쓰면 안 된다"
옆에 있던 남편이 손사래를 치며
"아버지도 쓸 돈이 없을 실텐데...... 뭐 이런 걸 주세요. 그냥 아버님 쓰세요."
"아니다. 이건 애비 너하고 상관 없다. 이건 순전히 내가 벌어서 주는 돈이다. "
거절하는 것도 아버님에 대한 예는 아닌 것 같아서
"아버님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혹여 생활비로 쓸까 봐 은행에 넣지도 못하고 찬장 위에 그대로 올려 놓았습니다.
결혼 할때도 그렇고 한 번도 시댁에서 돈을 받아 본적이 없어서요.
20만원이 어떤 분들에겐 큰 돈이 아니지만 집도 없고 노령연금까지 받으시는 저희 아버님께는 정말 큰 돈입니다.
돈을 받은 것은 잘 한것 같은데, 써도 되는 것인지 통장에 넣어 두어야 하는 것인지 쓴다면 어디다 써야 하는지
그리고 쓰고 나서 잘 썻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추가 하는 글~~
저에게 주신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가 제 맘을 더 무겁게 합니다.
아버님이 젊은 시절 일본군에 끌려가 만주에 있다가 해방을 맞으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우연히 일본군에 끌려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보상금을 준다는 안내글을 보았습니다.
아버님도 해당이 될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결국 2년간 일몬군의 군속으로 근무했던 것이 결국 인정을 받아서 60만원 정도의 돈을 받으셨답니다.
다른 형제들에겐 아예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 돈 중 20만원을 제가 주신 겁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돈은 순전히 내가 벌어서 준 돈이다." 하시는데 .....
그래서 더욱 쓰기가 어렵네요....ㅜㅜ
1. 쓰셔요
'09.5.11 1:54 PM (61.77.xxx.104)그거 생각해서 주신 아버님께 보답하는 건 원글님에게 필요한 거 쓰시고
나중에 다시 전화드려서 주신돈으로 뭐했는데 너무 좋다고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럼 정말 뿌듯하고 행복해 하실 거에요.
무척 부럽네요.
돈이 아니라 그렇게 마음써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셔서...
더 잘해드리면 되지요.^^2. 아놔
'09.5.11 1:55 PM (203.247.xxx.172)눈물 찡.......................................
참 좋은 분이세요~
아버님도 그러시지만, 원글님도요~ㅎㅎ3. ^^
'09.5.11 1:59 PM (122.37.xxx.23)맘이 넘 훈훈해 지네요...^^
원글님 시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서요...
주신 돈은 시아버님 뜻을 받아 잘 받으셨구요..
본인이 쓰시기 뭐 하시면...나중에 아버님 해드릴 거 있을 때 쓰시던가
아님 가족식사 자리라도 마련해 보심 좋을 거 같구요.
좋으신 시아버님 두신 원글님...부럽습니다~^^4. ㅁ
'09.5.11 2:09 PM (220.85.xxx.202)눈물이 정말 찡 ~ 하네요..
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이 느껴집니다..5. 시아버님
'09.5.11 2:10 PM (221.138.xxx.119)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원글님이 쓰시기 뭐하시면...
날 좋을 때 시아버님 모시고 당일치기라도
여행하는데 사용하면 어떨까요.6. 아..
'09.5.11 2:29 PM (125.190.xxx.48)부럽네요...그런 사랑을 다 받고 사시고..
시아버지가 그리 아껴주시는데..
남편은 또 얼마나 부인을 아껴줄꼬나....
전생에...나라를 구하셨네요..7. ..
'09.5.11 2:37 PM (59.10.xxx.219)멋진 시아버님에 착한 며느리...
정말 보기 좋네요..
아버님의 마음에 괜히 숙연해 집니다..8. 셋맘
'09.5.11 2:43 PM (59.8.xxx.63)아..님/ 남편은 저 별로 안 아껴줍니다. 그러니 너무 부러워하지 마세요.
4월30 김치담그기
5월1 운동회가서 엄마달리기
5월2일 아버님 오셔서 집 청소
5월3일 아버님 가시고
5월 5일 어린이날
5월 6일 제사
하고 제가 몸살이 나서 어제까지 빌빌 누워있는데 남편 쉬는 날 콩나물국 하나 끓여주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내가 아프면 돌 봐주는 사람이 왜 없느냐고 제가 말해도 주중에 잠을 못 잤다며 그냥 쿨쿨 잠만 자더군요.9. ㅇ
'09.5.11 3:04 PM (125.186.xxx.143)며느리 복있는 분이시네요~~
10. 아우..
'09.5.11 3:16 PM (121.88.xxx.51)"이 돈은 순전히 내가 벌어서 준 돈이다." ...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저라면, 그 돈 그대로 20만원짜리 통장 하나 만들어 어쩌다 식사, 어쩌다 여행.. 이런거 말고 정말정말 아버님만을 위해 써야할때 통장째로 그대로 드리고 싶네요.. 거기에 보태서 더 드리면서..11. 아버님도
'09.5.11 4:03 PM (203.142.xxx.240)좋으신 분...원글님도 착하신분~!!
12. 멋진 시아버님
'09.5.11 4:13 PM (114.129.xxx.43)눈물 났습니다.
신랑과 북어는 두들겨야 좋습니다.13. 아까 댓글 달았는데
'09.5.11 6:15 PM (221.138.xxx.119).....
또 보니 눈물이 나네요.
자식 셋 나아주어서 고맙다 말씀하시는
시아버님이 몇분이나 될까요.
시아버님 복 있으니 남편 서운함은 좀 참을 수밖에요...
그아버지 그아들이라고... 그리 많이 다르겠어요.14. 셋 맘
'09.5.11 6:53 PM (59.8.xxx.63)마음을 정했습니다.
사실 아버님이 제가 애 셋 낳아서 은근 편애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울 큰형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섭섭하실 것 같아요.
저희 형님은 결혼 한지 30년 되는데 시댁 위해서 많은 일을 하셨거든요. 저는 시댁을 위해서 뭐 한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은 형님 드릴려고요. 제가 선물로 드리는 걸로 해서요.
그리고 나머지 반은 제가 쓸려고요. (정말 저 돈을 쓸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형제 중 남편만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서 형제 중에서 그나마 잘 사는 편인데, 제가 전업이라 엄청 옷도 안 사입고 합니다. 그에 반해 형님은 일을 하셔서 잘 사 입는 편이세요. 그래서 아버님이 내심 저도 가꾸길 바라시는 눈치였거든요.
다음에 뵐 때는 변신한 제 모습을 보야 드려야 하는데, 변신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전생에 나라 구했냐는 댓글을 보니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15. 아웅
'09.5.11 9:30 PM (220.117.xxx.104)아웅, 형님까지 챙겨드리려구요?? 진짜 마음이 고운 분이시네요.
시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