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10년 만에 옛사랑이

파랗구나 조회수 : 1,720
작성일 : 2009-05-07 11:52:02
지인을 시켜서 제 사는 모습을 수소문하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마음이 좀 짠하네요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완전 잊고 살았는데.......

그 쪽은 절 잊지않고 살았는지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그러네요

우리는 서로 대학  동기 동창이고
걔는 일명 개천표 용이고
저는 그야말로 없는 집 딸로써 대기업 기획실 근무 - 그것도 외모가 받쳐줘서 간신히 들어갔어요
맨날 허드레 일만 합니다
학벌도 그냥 그렇고.

본격적으로 내놓고 만난것은 아니지만
일년에 한두번정도 만나거나 전화하면서(7-8년을)
늘 제 주위를 맴돌던 친구였고

그 집에서 걔에 대한 기대가 어떤지를 알기때문에
더이상의 진도가 나가는 것을 제가 두려워했던것도 있지요

나이가 들고

걔가 부잣집딸과 맞선을 봤다는(부모님이 주선해준 )얘기를 웃으면서 얘기할때
저도 모르게
배신감을 느꼈나봐요

워낙 있는그대로 얘기하는 애라
얼굴에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감지했고
제가 피해의식이 발동한거지요

그런 상황에서
걔가 자기 집의 열악한 조건을 얘기합디다
내가 짐이 이렇게 많다구-
그러면서 저한테 이해할수 있냐고하더라구요

제가 서로 잘 맞지않는것 같다고 했어요
저는 지금 결혼을 생각할 입장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아마 그 쪽에서 원하는 것을 전혀 해줄수 없는 입장이고
저도 마음이 복잡해서 그랬을 겁니다

무지하게 황당해하는 얼굴을 뒤로 하고
돌아서면서
잘 정리가 되지않는 마음을 그냥 누르려고 애를 썼거든요
일명 쿨한 척 할려고.........

그러다가 1년이 흐르고

어디 다른 나라에  연수를 갔다가  그 망망대해에서 제가 걔를 떠올리는 것을 보고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용기를 내어
보고싶다는 메일을 보내고
3개월이 되어도 답장이 오지않아 실망을 하고

개천표 용이니 얼마나 여자를 고를까 싶고
마음이 식었구나 싶고
내 생각에도 내가 어이가 없고

소심한 마음에
혼자서 그렇게 상처를 받고 미친년이라고 자책하면서 벽에 기대어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맞선을 보고
남자쪽에서 서두르는 바람에 2개월만에 후딱 시집을 갔습니다
우리 남편 -  순수하고 준수하고 반듯한 사람. 저보다 나은 사람

신혼여행을 갔는데
그 동안
걔가 집에 다녀간걸 알았습니다
전화도 안되고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와 집으로 찾아온.

한마디로 엇갈린 거죠

그렇게 저희는 관계가 끝이 났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걔는 지방 유지 딸이랑 결혼을 했다고 해요
집이랑 차랑 다 사가지고 오는.

목이 메여옵디다
꼭 사랑을 어마어마하게 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서로 그래서
자기 감정을 발산하지못하고 사는 우리 신세가 딱하고
열의를 숨겨야하는 . 참아야하는 .

저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있는 사람이랑 결혼한거 맞아요

저는 여자인지라 애도 낳고 바쁘고 직장도 다니고 정신이 없는데
10년 후에도
저를 기억하고 보고싶어하고
그런 걔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살도 약간 찌고 맨날 허둥지둥하느라
아줌마한테 팬티 빨래까지 하게하는 정신나간 아줌마의 모습이
돌이켜 봐지더군요

아이들이 커가는데...이 무슨 망발이냐

조심스럽게 여러가지를 물어오는 지인한테는
눈치 못 챈척하면서
바쁜척 하면서 지나갔지만
마음이 많이 두근거렸네요

그랬네요. 그냥 궁금해서 그런걸텐데...

나보다는 걔가 더 정이 많은 애구나 싶고.
기억해줘서 고마운건지...뭔지....

자꾸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고
굉장히 서로 죽고못살았던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나....
지금 남편도 아주 가정적이고 잘 해주는데....
왜 자꾸 한숨이 쉬어지는지...

그 마음이 순정이었을것 같고
자꾸 미화가 되네요









IP : 125.240.xxx.1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련인듯,,
    '09.5.7 12:07 PM (119.201.xxx.6)

    결론적으로 두분이 결혼안하시는게 낫앗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엔,, 님두,,그남자분의 집안사정을 감당못하신것 같고,,
    그남자분도 현실적인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
    이루어지지않은 사랑은 그래서 더 애틋한 법이죠,,
    그남자분도 미련이 남으셧나보네요,,,

  • 2. ..
    '09.5.7 12:16 PM (75.183.xxx.239)

    마음 저 구석에 숨겨 두셨다가 세상에 느낌이 없을때 한번 슬쩍 들춰보세요
    아쉬움이던 미련이던 감정이 느껴지면 감사할 일이지요.
    살다보면 봄이 왔는지 갔는지 꽃이 이쁜지 모르는 때가 온답니다.
    그런 날 들춰볼 기억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아요.^^

  • 3. 이해합니다
    '09.5.7 12:24 PM (58.225.xxx.94)

    내 젊은 날이 메마르지 않았구나 그래서 고맙다.........그렇게 생각하셔요.
    ..님과 같은 생각..........
    저도 그냥 담담히 읽었습니다
    달콤한 슬픔이네요........!!

  • 4. ..
    '09.5.7 12:27 PM (211.179.xxx.12)

    아직도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운 그 마음만 가지고 가세요.

  • 5. ㅗㅗㅗㅗ
    '09.5.7 12:35 PM (58.225.xxx.213)

    제게도 비슷한 기억이 있는 지라,,,
    신천역 닭갈비집에서의 엇갈 렸던 인연이 돌아봐 지네요ㅡㅡㅡ

    아름다운눈물이 탈선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이 5 월에 내삶을 만족하면
    서 살자구요,,,

  • 6. 마음의노래
    '09.5.7 1:09 PM (122.35.xxx.18)

    비슷한 추억이 있는데 저 역시 사업하던 집이 딱 마침 어려운 시기에
    너무 좋던 친구와 엇갈렸어요.그러고보니 서로 꽃같던 시절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었네요.
    그저 원글님같이 사귄다고 사귄것도 아니고 나이가 같아 그냥 편하던 친구였는데
    원글님처럼 그 친구 누가 봐도 개천용이고 집안 일으켜야하고
    저는 그 당시 집안사정이 안좋아 결혼할 엄두가 안나는 상황이라
    그냥 서로 친구라고 억지로 우긴거 같아요.
    가끔 생각납니다.
    요즘 같이 꽃피면 더 생각나네요.
    결혼은 타이밍이라더니.
    결혼하자마자 친정 확 풀리고 그 정도 용이면 저희 집에서 대환영하며 받쳐줄수 있었지만
    지금 남편 너무 사랑해서 그냥 잊어가요.

  • 7. 네...
    '09.5.7 1:10 PM (203.247.xxx.172)

    가지 않은 길...

    그래서 아름답구요...
    딱 거기까지가요...

    저도 읽으면서 찡...했습니다...ㅎㅎ

  • 8. 거기 까지
    '09.5.7 1:36 PM (122.32.xxx.138)

    10년 전 이라니
    남자에겐 고비인듯.
    만약 개천의 용과 결혼했다면 어찌 살았을까요??
    개천의 용에게 부합할 만큼 혼수를 해 갔을라나?
    아님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받아 자게에 들어 와
    "온니들 저 좀 살려 주시와요~"했을 까요.
    여기까진 웃자고 한 소리고.
    남잔 그런가봐요.

    전 제 친구의 남자친구가 제게 연락을 했더군요.
    갸 잘 사냐고 우찌 연락하면 안되겠냐고???
    미안하게도 제가 중간에 잘라 먹었습니다.
    연락처는 알지만 니가 상상하는 그 당시의 처자가 아니며 그렇게 찾고 싶음 니 능력껏 찾으라고~
    다른 친구는 내가 못됐다 했지만
    내가 나서서 친구 흔들리게 하고 만에 하나 갈라서게 할 순 없었어요.
    지금도 그 친구에겐 비밀이지만
    다행히 남자가 그러더군요.
    미안하다고 잠시 흔들렸다고 .
    에구 남녀사가 그런거더군요.

  • 9. 이렇게..
    '09.5.7 2:52 PM (128.134.xxx.85)

    이렇게 생각하세요..
    첫사랑을 좋게 추억할 수 있는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저도 스무살 시절 사귀었던 첫사랑을
    2년 사귀고 헤어져서, 그것고 싸우거나 해서 헤어진건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본지 14년만에 우연히 만났어요.

    정말 편하게 웃으면서, 잘 지내는구나
    정말 편하게, 편하게만 말을 하는데..
    아, 이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지.
    내 첫사랑은 한번도 화낸적이 없고, 나와 싸운적도 없고
    나를 아프게 한적도 없는 좋은 사람이었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지금 남편과의 비교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그 첫사랑을 놓친 안타까움? 이런 감정이 아니라,
    그저 예전 내 기억이 아직도 유효해서
    그래서 내 과거와 첫사랑을 좋게만 기억할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이랄까..

    저도 결혼 10년이 된 사람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88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0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0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4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9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2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1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16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07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7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0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2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02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09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8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0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01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2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2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1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1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2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0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2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6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7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5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0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1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2
1 2 3 4 5 6 7 8 9 10 >>